AI 아들과 돌아온 진짜 아들…연상호가 뒤집은 모성의 얼굴 ‘실낙원’ [31st BIFF]

류지윤 2026. 10. 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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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이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묻는 심리 스릴러 '실낙원'을 선보였다.

연상호 감독은 "어머니가 연습장에 쓰신 세 페이지 정도의 이야기를 보여주셨는데 읽으면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내용뿐 아니라 세 페이지라는 분량이 주는 느낌도 독특해 이걸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앞서 연 감독의 '정이'에서도 모성을 다뤘던 김현주는 두 작품의 차이에 대해 "당시에는 딸이 엄마를 로봇으로 재탄생시키는 이야기였고 이번에는 아이를 AI로 만든다는 차이가 있다. 모성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그런 감정에 대한 궁금증이 맞닿아 있어 계속 작업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처음에는 자체적으로 제작하려고 시작한 작품이었다. '얼굴'이 좋은 결과를 내면서 '실낙원'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김현주에게 대본을 보여준 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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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14회차 촬영, 오히려 몰입에 도움”
배현성 “무관심으로 공포 표현”
‘정이’ 이어 다시 만난 연상호·김현주…AI와 모성의 관계 새롭게 조명

연상호 감독이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묻는 심리 스릴러 ‘실낙원’을 선보였다. 어머니가 연습장에 쓴 세 페이지 분량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작품은 여러 차례 각본 수정을 거쳐 완성됐다. 연 감독은 인간의 불완전함과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영화의 중심에 놓았다.

10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실낙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에는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했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연상호 감독 ⓒ뉴시스

연상호 감독은 “어머니가 연습장에 쓰신 세 페이지 정도의 이야기를 보여주셨는데 읽으면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내용뿐 아니라 세 페이지라는 분량이 주는 느낌도 독특해 이걸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2020년께 첫 시나리오를 썼고, 이후 ‘블랙 인페르노’라는 제목으로 다시 집필했다. 소설로도 출간된 ‘블랙 인페르노’는 캐나다와 미국 국경 지역의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의 심연과 대자연의 어둠을 대비한 이야기였다.

영화 ‘실낙원’에서는 그 관심이 인간성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됐다. 연 감독은 “AI 시대에 인간적인 것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며 “AI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인간성이라는 화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AI는 인간의 보편성을 상징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 반대편에 있는 인간의 불완전함과 이해할 수 없음, 고립감처럼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함을 다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목은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에서 가져왔다. 연 감독은 “밀턴의 작품에서 인간은 낙원에서 추방되면서 비로소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갖게 된다”며 “영원히 낙원을 그리워하면서도 그곳에서 추방됐기 때문에 인간이 된 아이러니한 존재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작과 영화의 연결점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연 감독은 “선우를 뱀이라고 생각했고 버스 기사를 사탄이라고 생각했다”며 “사탄이 뱀의 몸을 빌려 소영을 시험에 들게 하는 구조다. 그래서 선우의 팔에 뱀 문신을 넣었다”고 밝혔다.

김현주 ⓒ뉴시스

김현주는 아들을 잃은 뒤 9년 동안 상실감 속에 살아온 류소영을 연기했다. 김현주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을 간직했다가 촬영하면서 하나씩 꺼내 쓰는 편”이라며 “14회차 만에 촬영을 마쳤다고 하면 타이트하지 않았느냐고 묻지만 오히려 집중할 수 있어서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연기한다는 생각보다 류소영이라는 인물 자체가 되는 데 집중했다. 김현주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인물이고 감정의 끝까지 내려가야 하는 역할이었다”며 “매일 촬영이 이어지면서 그 감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9년 만에 돌아온 아들을 대하는 소영의 반응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다. 김현주는 “소영은 이미 9년 동안 AI 아들에게 집착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었다”며 “살아 돌아온 아들은 오히려 낯선 남자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AI 아들과 자신 사이를 방해하는 사람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연 감독의 ‘정이’에서도 모성을 다뤘던 김현주는 두 작품의 차이에 대해 “당시에는 딸이 엄마를 로봇으로 재탄생시키는 이야기였고 이번에는 아이를 AI로 만든다는 차이가 있다. 모성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그런 감정에 대한 궁금증이 맞닿아 있어 계속 작업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현성 ⓒ뉴시스

류선우 역의 배현성은 “대본에서 선우는 무서운 캐릭터로 보였지만 그 무서움을 나른함과 무관심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며 “감정이 휘몰아치는 장면에서는 김현주 선배님이 앞에서 잘 이끌어주셔서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9년이라는 공백 동안 선우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고민했다. 배현성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납치된 이후 살인의 희열을 느끼면서 소영의 아들이라는 자아와 납치범의 아들이라는 자아 사이에서 후자의 정체성이 강하게 형성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마에 대한 원망도 있었을 것 같았다. 외부에서 많이 활동한 인물이라는 설정을 보여주기 위해 주근깨를 그리는 등 분장에도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연 감독은 배현성에 대해 “젊은 배우이고 쉽지 않은 역할인데 현장에서 항상 여유가 있었다. 긴장도 하지 않았다”며 “슬램덩크로 따지면 윤대협 같은 배우”라고 평가했다.

영화의 장르적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인물로는 이현균이 연기한 오 기자와 김소완이 맡은 수련을 꼽았다. 연 감독은 “영화가 류소영의 심리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 기자와 수련, 그의 아들이 소영의 심연을 실체화하면서 장르적 요소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연 감독은 소영이 돌아온 아들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은 연속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AI 선우는 그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형태로 설계됐지만 진짜 선우에게는 9년이라는 공백이 있다. 그래서 내 아들이 맞는지 의심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실낙원’은 비교적 짧은 준비 기간과 적은 제작비로 완성됐다. 연 감독은 “처음에는 자체적으로 제작하려고 시작한 작품이었다. ‘얼굴’이 좋은 결과를 내면서 ‘실낙원’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김현주에게 대본을 보여준 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회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부산국제영화제 덕분에 먹고산다”고 웃었다.

그는 “그전에는 작품을 만들 때마다 잘되기를 기대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돼지의 왕’ 때는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는데 부산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며 “그때부터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게 됐다. 당시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영화와 시리즈를 병행할 계획이다. 애니메이션 연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곳에서 제안을 받고 있고 저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다시 만든다면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 같은 독립 애니메이션보다는 상업성이 강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연 감독은 “충동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경험이 재미있고 즐거웠다. 부산에서 첫 상영을 하고 기자들을 만나니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식 개봉 이후 관객들과 만나면서 영화가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실낙원’은 오는 21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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