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맏형까지 블루 타이드? 친트럼프 후보, 룰라 꺾고 1위
![4일(현지시간)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과를 받아든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현 대통령(왼쪽)과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6/joongang/20261006001506274zcec.jpg)
남미 맏형 브라질마저 ‘우향우’ 하는 걸까.
4일(현지시간) 치른 브라질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우파 성향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PL) 후보가 깜짝 1위를 차지했다. CNN에 따르면 개표를 99.9% 마친 가운데 보우소나루가 47.3%의 득표율로 좌파 성향의 노동자당(PT) 소속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현 대통령(득표율 44.9%)을 앞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선거 직전 비공개 여론조사에서는 룰라가 약 3%포인트 차이로 앞설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보우소나루가 전망을 뒤집고 승리했다. 보우소나루는 선거 승리가 임박하자 “브라질은 변화를 원한다”며 “(룰라의) 노동자당 시대는 종말을 맞았다”고 말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두 후보는 25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10년 넘게 장기 집권한 룰라의 연임 가도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룰라는 남미를 상징하는 좌파 정치인이다. 소년공으로 일하다 노동조합 지도자를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 2003~2010년 대통령을 연임한 뒤 2018년 부패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나는 등 부침을 겪었다. 2023년 3선에 성공했다.
국내에선 빈곤층 지원과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복지 정책을 펼치고, 해외 무대에선 미국·중국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중진국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지난달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브라질은 누구의 뒷마당도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경제난에 시달리는 민심을 잡지 못했다. 로이터는 “룰라가 높은 생활비, 무거운 가계 부채, 범죄 위협에 시달리는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짚었다.
룰라를 누른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2019~2022년 집권)의 장남이다. 아버지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에서 룰라에게 패한 뒤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징역 27년형을 선고받고 가택 연금 상태다. 아들 보우소나루는 법대생이던 21세에 리우데자네이루주 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16년간 주 의원으로 활동하다 2018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감세와 강력한 범죄 대응 등 보수 노선을 걸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보다 온건한 인물이라고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대통령이 되면 ‘미주 방패’(Shield of the Americas·아메리카 방패)에 가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미주 방패는 트럼프 정부가 중남미 국가와 만든 다자 안보 연합체다. 마약 카르텔 등 범죄와 전쟁에서 트럼프와 협조하겠다는 의미다.
보우소나루가 대권을 잡는다면 중남미를 휩쓰는 ‘블루 타이드(blue tide·우파 집권)’ 벨트가 완성된다. 지난해 연말부터 페루·콜롬비아·볼리비아·코스타리카·칠레 등에서 우파 지도자가 잇따라 승리했다. 좌파 지도자가 명맥을 유지하는 건 브라질·멕시코·우루과이 정도다.

브라질은 그저 그런 남미 국가 중 하나가 아니다. 남미 최대 경제·인구 대국인 데다 국제 정치 무대에서 중진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룰라가 10월 대선에서 패할 경우 브라질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중남미 보수 블록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브라질 최대 교역국이자 전략 파트너인 중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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