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준 모자였다”…‘전역모 세리머니’ 박승수 고개 숙였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병역특례를 자랑하듯 가벼운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선수들 3명이 사과했다.
축구대표팀 주장 이기혁(강원)은 4일 인천공항에서 취재진 앞에서 ”주장인 만큼 제가 말의 무게를 생각하고 얘기했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쉽게, 가볍게 여긴 건 아니다”고 고개 숙였다.
양민혁(베스테를로)도 SNS를 통해 “병역 혜택이 제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질 수 있었던 여러 동기 중 하나였다는 뜻이 잘못 전달됐다”면서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승수(뉴캐슬) 역시 SNS에 “경기가 끝난 직후 현장에서 팬 분께서 주신 모자를 받아 쓰게 됐다. 금메달을 딴 기쁨과 벅찬 마음이 너무 컸고, 그 순간 모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사진을 올렸다”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계신 분들을 조롱하거나 그 노고를 가볍게 생각하는 마음은 없었다”고 적었다.
앞서 박승수는 지난 3일 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직후 라커룸에서 예비군 마크가 새겨진 전역모를 쓴 사진을 올렸다. 양민혁은 “메달, 우승은 중요하지 않았다.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까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했다”고 했다. 9일 뒤 국군체육부대에 입대 예정이던 주장이자 맏형 이기혁은 금메달을 내보이며 “저 군대 안갑니다”라고 말했다. 이영준(그라스호퍼)은 대회 기간 라커룸에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줄곧 틀었다고 말했다.

앞서 야구 대표팀이 실업리그 격인 일본 사회인 야구팀을 상대로 간신히 금메달을 딴 뒤 병역 특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축구 대표팀이 사그라들던 불씨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대한축구협회도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과 인터뷰로 많은 국민 여러분과 현역 장병들께 실망과 상처를 안긴 점 깊은 사과드린다”며 진화에 나섰다.
협회는 “선수들은 이번 결과로 얻어진 혜택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으며, 향후 예술체육요원에게 주어지는 책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면서 “국가대표 소양 및 윤리 교육을 강화해 국민 정서와 사회적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는 선수단 품행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과거 해외에서 뛰는 운동선수가 전성기에 경력 단절을 겪게 될 위기를 넘기면 국민들은 “잘된 일”이라며 박수를 쳤다. 박찬호와 추신수, 손흥민 등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축하를 받았다.
2026년 한국 사회는 다르다. 아시안게임은 축구처럼 일본이 2진급 선수를 내보내는 종목도 많고, 종목 수도 늘어 대회 위상은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 반대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징집률은 높아져 병역 특례에 대한 대중들의 피로감은 크다.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제덕은 시상식에서 거수 경례를 했다. 5년 전 도쿄올림픽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은 그는 예술체육요원 신분이다. 국제대회에 입상한 선수들은 2년 10개월간 예술, 체육 분야에 종사하는 보충역 복무를 하게 된다. 김제덕은 ”특례를 받은 거지 면제가 아니다. 의무적으로 경례를 하라고 교육받진 않았지만, 군인 신분일 때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김제덕처럼 모범적이진 않다.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체육요원의 복무규정 위반은 총 42건으로 집계됐다.
아시안게임 전후 체육요원 존폐 논란은 매번 반복된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논란이 일자 제도 존폐 여부를 논의했다가 유지를 결정했다. 체육요원이 연간 약 45명 수준으로 병역 자원 확보 효과는 크지 않고, 국민 사기 진작과 국가 위상 제고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었다.
지난 8월 홍소영 병무청장은 “보충역 가운데 예술·체육요원 등 민간 분야를 상당 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월드컵, WBC, 세계선수권 등 종목에 따라 위상이 다른 대회를 감안해 누적 점수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을 내놓는다. 입대 기한을 30대 중반까지 유예해 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나고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혼 다음 날 처남 죽였다…아내가 본 남편의 ‘끔찍 비디오’ | 중앙일보
- “돈 되는 자격증 이것뿐” 전 트럭기사가 찾은 ‘월 400 직장’ | 중앙일보
- ‘이 음식’ 딱 일주일 끊었더니…몸속 플라스틱 60% 줄었다 | 중앙일보
- 유명배우 부부싸움에 경찰 출동…“아내 안 때렸다” 폭행설 부인 | 중앙일보
- “살려주세요” 병원 화장실서 비명…20대 여성 성폭행하려 한 남성 결국 | 중앙일보
- “북한 사람들, 소녀시대 태연 때문에 수용소 많이 갔다”…무슨일 | 중앙일보
- 3억 페라리 박았는데…“괜찮다” 화물차 기사 다독인 차주 정체 | 중앙일보
- 줄꾼 2.5m 추락…안성 바우덕이축제, 사고 뒤에야 안전매트 | 중앙일보
- 빌라 공급 4분의 1토막 났다…다주택자 옥죄자 청년 비명 | 중앙일보
- 밤마다 화장실 가느라 깬다면? 단순 노화 아닌 ‘이 병’ 경고신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