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긴 호흡’으로 다지는 성장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산을 중심으로 K-공연예술의 글로벌 유통을 추진하는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이하 비팜)이 지난 1일 개막했다. 올해 4회째를 맞은 비팜은 마술 기반 넌버벌 퍼포먼스 '스냅(SNAP)'의 해외 진출을 이끈 부산 출신의 김형준 그루잠 프로덕션 대표를 신임 예술감독으로 선임하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김 감독은 "지난 3년간 비팜을 발판 삼아 해외 진출에 나선 부산 공연은 15개 안팎에 달한다. 극단 따뜻한 사람과 극단 아이컨택의 작품이 각각 동유럽과 칠레 등에서 투어를 이어간 것이 좋은 예"라고 짚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형준 신임 예술감독 “단기 실적주의 넘어 예술인 역량 교류하는 ‘잡 마켓’으로 진화할 것”

부산을 중심으로 K-공연예술의 글로벌 유통을 추진하는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이하 비팜)이 지난 1일 개막했다. 올해 4회째를 맞은 비팜은 마술 기반 넌버벌 퍼포먼스 ‘스냅(SNAP)’의 해외 진출을 이끈 부산 출신의 김형준 그루잠 프로덕션 대표를 신임 예술감독으로 선임하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 2일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만난 김형준 예술감독은 “공연예술 아트마켓은 본질적으로 전문가들이 모여 상품과 지식을 교류하는 ‘컨벤션’의 성격을 지닌다”며 “단순히 공연을 거래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예술가의 역량이 해외와 직접 연결되는 ‘잡 마켓(Job Market)’으로도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연예술 아트마켓은 예술가와 기획자 등 유통 전문가가 모여 거래를 성사시키는 플랫폼이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등 역사가 오래된 유럽 축제는 플랫폼 자체가 마켓 기능을 겸하지만, 공연예술축제의 역사가 짧은 국가들은 자국 공연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전문 마켓을 창설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2005년 출범한 서울아트마켓(PAMS)이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비팜이 부산을 무대로 독자적인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3년간 비팜을 발판 삼아 해외 진출에 나선 부산 공연은 15개 안팎에 달한다. 극단 따뜻한 사람과 극단 아이컨택의 작품이 각각 동유럽과 칠레 등에서 투어를 이어간 것이 좋은 예”라고 짚었다. 이어 “일회성 초청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투어로 확장되면서 부산 청년 예술가들의 눈빛부터 달라졌다. 비팜이 지역 예술가들이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실질적인 디딤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7일까지 동서대 센텀캠퍼스 소향씨어터, 해운대문화회관, 부산시민공원, KT&G 상상마당 부산 등지에서 펼쳐지는 비팜은 전막을 선보이는 ‘초이스’와 주요 장면을 시연하는 ‘쇼케이스’, 청년 예술가들의 무대인 ‘넥스트 스테이지’ 등 100여 편이 관객과 만난다. 특히 올해는 전문가 추천으로 이뤄지는 ‘초이스’와 함께 공식 부문인 ‘쇼케이스’에서 처음으로 국내 공모를 병행해 라인업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쇼케이스 부문은 16편 선정에 143편이 응모해 뜨거운 경쟁을 치렀다”면서 “앞으로 쇼케이스 공모를 진행하며 주제를 설정하거나 범위를 넓히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이끄는 그루잠 프로덕션의 ‘스냅(SNAP)’은 2016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아시안 아츠 어워즈 베스트 프로덕션상을 수상한 뒤, 뉴욕 브로드웨이 뉴빅토리 극장 등 주요 무대에 서며 15개국 150여 개 극장 투어를 이어온 대표적 성공작이다. 그는 “2009년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목표는 서울이 아닌 해외 시장이었다. 지방 단체는 서울을 거쳐야만 성공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뉴욕 브로드웨이 뉴빅토리 극장 무대에 섰을 때, 현지 프로그래머들로부터 ‘부산에서 출발한 작업 자체가 이미 고유한 맥락이자 차별성’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지역 창작자라는 정체성을 자산 삼아 부산에서 세계로 곧바로 나아가는 경로를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감독은 아트마켓에 단기 성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경계했다. “매년 아트마켓에서 바로 성사되는 계약 건수에만 매달리면 자칫 인맥 위주의 ‘허수’가 낄 위험이 있다. 해외 기획자들은 한 단체를 최소 2~3년 이상 관찰하며 신뢰를 확인한 뒤에야 투어를 결정한다. 비팜 역시 섣부른 실적 압박보다 긴 호흡의 정성적 관찰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단기 실적주의를 넘어 아트마켓의 본질적인 역할을 다져야 한다는 고민은 이번 비팜을 찾은 해외 축제 전문가의 제언과도 맥을 같이한다. 현장에서 만난 토니 랭카스터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협회 대표는 공연 축제와 아트마켓을 오직 ‘경제적 유발 효과’라는 단일 지표로만 재단하는 관행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랭카스터 대표는 “과거에는 방문객 수나 경제 유발 효과 등 정량 통계를 앞세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숫자 뒤에 가려진 예술의 본질, 즉 주민의 정서적 치유와 공동체 연대, 도시의 정주 여건 개선 같은 정성적 임팩트를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든버러 프린지는 단순 수치 대신 소외 계층이 예술을 접하며 겪은 삶의 변화, 무명 예술가가 세계적인 창작자로 도약한 성장 서사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임팩트 리포트’(Impact Report)를 정기 발간하며 공공과 지역 사회를 설득하고 있다. 그는 “지역사회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때 비로소 아트마켓이나 축제를 향한 공공의 지속가능한 지지가 확보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산=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