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이혼 재산분할’ 자금 마련…SK㈜ 지분 9440억원어치 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사 SK㈜ 지분 9440억원어치를 판다.
SK㈜는 최대주주인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165만3924주(2.3%)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2일 공시했다. 매각 규모는 총 9440억원이다. 이는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최 회장에게 지급하라고 한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다.
최 회장 측은 현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14일 재상고했다. 다만 이 가운데 7000억원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다투지 않고 나머지 2440억원만 대법원에서 다투기로 했다. 그러나 재산분할액 상당 부분의 지급 의무가 사실상 확정된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앞서 필요한 현금을 미리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는 이번 매각에 대해 “재산분할 소송 관련 개인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지분 변동”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주식을 정규장에서 한꺼번에 팔지 않고 전략적 투자자(SI)와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나눠 처분하기로 했다. 대규모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릴 경우 주가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실제 매각은 공시 한 달 뒤인 다음 달 2일부터 시작된다.
전체 매각액 가운데 5440억원어치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넘긴다. SK㈜는 인수 주체가 회사의 사업 경쟁력과 중장기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최 회장 지분 일부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4000억원어치는 한국투자증권과 3년 만기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거래한다. PRS는 앞으로 SK㈜ 주가가 오르내리는 데 따라 계약 당사자끼리 손해와 이익을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주식을 판 뒤에도 3년동안 SK㈜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얻고, 반대로 떨어지면 손실을 부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지분 매각 이후에도 SK㈜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이번 지분 매각이 SK㈜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매각 뒤 최 회장의 지분율은 17.8%에서 15.5%로 낮아지지만 최대주주 자리는 그대로 유지한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22.9%다. 여기에 자사주 등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제외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0.5%에 이른다. 지분을 판 뒤에도 전체 의결권의 30% 이상을 확보하는 셈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 이후에도 책임경영과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할 것”이라며 “회사 역시 기존 성장 전략과 투자 계획,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차질 없이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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