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후폭풍 일파만파…유해진 광고 댓글 막히더니 이젠 자택 앞 집회

방제일 2026. 10. 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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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출연 배우의 자택 앞 집회 예고로까지 번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자택 앞 집회 예고는 이 같은 논란이 온라인 공간을 벗어나 배우 개인의 생활공간으로까지 옮겨붙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쟁을 낳고 있다.

'암살자(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창작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논쟁의 대상이 작품과 제작진을 넘어 배우 개인의 주거 공간까지 확대되면서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압박 사이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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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연대, 3일부터 한 달간 집회 신고
주택 추정 사진에 도로명 번호까지 노출 논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출연 배우의 자택 앞 집회 예고로까지 번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선 작품의 내용과 역사 해석을 둘러싼 공방을 넘어 배우 개인의 주거지까지 압박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김상진 보수 성향 시민단체 신자유연대의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기 위한 신고를 마쳤다고 밝혔다.

배우 유해진이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 대표가 공개한 옥외집회 신고서에는 집회 명칭이 '유해진 규탄, 암살자(들) 제작사 규탄'으로 적혀 있다. 개최 기간은 오는 3일부터 30일까지이며 신고 인원은 20명이다. 방송 차량 2대와 접이식 간이무대, 음향 장비 등도 준비물로 기재됐다. 김 대표는 SNS에 유해진의 자택으로 추정되는 주택 사진과 함께 집회 신고 사실을 알렸다. 특히 게시물에 첨부한 주택 사진에서 도로명 번호가 식별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도 불거졌다.

김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주소를 공개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집회신고서에 적힌 주소는 가렸다는 설명이다. 유해진의 주소를 어떻게 파악했느냐는 질문에는 제보자의 신원을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번 시위를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는 영화에 대한 비판과 배우 개인에 대한 압박은 구분해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SNS

다만 이번 시위를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는 영화에 대한 비판과 배우 개인에 대한 압박은 구분해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작품의 연출이나 역사적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출연 배우의 주거지를 찾아가 장기간 집회를 벌이거나 거주지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영화 논란이 배우 집 앞까지…문화예술계 이념 갈등 확산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박해일·이민호 등이 출연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당시 수사당국은 재일교포 문세광이 조총련에 포섭돼 북한의 지령을 받고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육 여사를 숨지게 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영화는 여기에 가상의 형사와 기자 등을 등장시켜 당시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의문과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 등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제작진과 허 감독 측은 사건의 결론을 단정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의문과 당시 시대상을 영화적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영화는 여기에 가상의 형사와 기자 등을 등장시켜 당시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의문과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 등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제작진과 허 감독 측은 사건의 결론을 단정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의문과 당시 시대상을 영화적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정치권에서는 영화가 박정희 정부의 사건 개입 가능성을 암시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상영 중단과 허진호 감독의 국정감사 출석 요구까지 제기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영화 불매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논쟁이 거세지면서 공격 대상도 영화 제작진을 넘어 출연 배우와 영화에 우호적 평가를 한 평론가·유튜버 등으로 확대됐다. 일부 배우의 SNS 등에 악성 댓글이 쏟아졌고, 유해진이 광고 모델로 출연한 한 패스트푸드 업체의 유튜브 영상에서는 댓글 기능이 중단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유해진의 외모를 북한과 연결해 조롱하는 인신공격성 표현도 등장했다. 이번 자택 앞 집회 예고는 이 같은 논란이 온라인 공간을 벗어나 배우 개인의 생활공간으로까지 옮겨붙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쟁을 낳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 충돌, 과거 사례는?

과거에도 사회적 논란의 당사자나 기업인·공직자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벌인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집회의 자유와 당사자·인근 주민의 사생활 및 주거 평온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이 반복됐다. 2025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맡았던 문형배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자택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아파트 앞에서 탄핵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대형 스피커 등을 동원한 시위로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호소했는데, 해당 아파트에는 정작 문 권한대행이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영화 '암살자(들)'과 관련, 허진호 감독 등을 국정감사 참고인으로라도 불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2022년에는 서울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측이 GTX-C 노선 문제를 놓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 인근에서 확성기 등을 이용한 집회를 이어갔다. 이후 법원은 관련 가처분 사건에서 개인 주거지 주변에서는 휴식권과 사생활의 평온도 중요하게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에도 제주지방법원이 회사 대표의 아파트 단지 앞에서 반복적으로 집회를 벌인 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제기된 가처분 사건에서 주민들의 사생활과 평온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일정 범위 내 집회·시위를 금지한 사례가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지만 주거지 주변에서 이뤄지는 집회의 경우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 주민의 사생활·주거 평온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방식과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돼 왔다. '암살자(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창작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논쟁의 대상이 작품과 제작진을 넘어 배우 개인의 주거 공간까지 확대되면서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압박 사이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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