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김혜윤 목마 타던 곳…아미들은 술 마시러 오는 까닭

백종현 2026. 10. 1.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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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면천읍성. 성곽 안쪽에 유적지와 이름난 콩국수집, 서점·카페·잡화점 같은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백종현 기자

충남 당진 여행에 새 재미가 더해지면서 젊은 여행자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낮에는 아담한 서점과 소품 가게가 자리 잡은 읍성 골목을 거닐고, 밤에는 삽교호에서 드론 1000대가 펼치는 빛의 쇼를 본다. 중간에는 ‘아미’라는 이름의 특산주도 한 잔 곁들인다. 요즘 충남 당진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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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떠오른 1000개 별빛


당진 삽교호 드론 라이트쇼가 10월 1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 펼쳐진다. 사진은 드론으로 표현한 당진 장고항 등대의 모습. 백종현 기자
지난달 12일 오후 8시. 삽교호 바다공원 잔디밭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지상에 흩어져 있던 1000개의 불빛이 한꺼번에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대열을 맞췄다. 불빛이 밤하늘에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솔뫼성지·대관람차·장고항 등 당진 명물을 차례로 그려냈다. 형상이 완성될 때마다 바다공원 잔디밭 곳곳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졌다.

‘당진 삽교호 드론 라이트쇼’는 요즘 당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콘텐트다. 올해 상반기 여섯 차례 공연에만 약 25만명이 몰렸다. 2024년 8월 첫선을 보인 뒤 누적 관람객이 150만명을 넘어섰다. 올가을에는 오는 17일까지 매주 토요일(3·10·17일 오후 8시, 회당 약 12분) 드론 라이트 쇼가 이어진다. 바다공원 잔디밭 전체가 관람 명당이다.

드론 쇼가 있는 날이면 삽교호 일대가 축제 분위기다. 풍물과 댄스 등 각종 공연이 이어지고 횟집·카페·어시장도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박두신 삽교호 관광지 번영회장은 “평소보다 다섯 배가량 사람이 몰린다”며 “횟집·카페·어시장 할 것 없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진 삽교호 놀이동산의 대관람차. 해 질 녘 기념사진을 담으려는 여행자들이 놀이동산 뒤편 논두렁으로 몰려든다. 백종현 기자

바다공원 뒤편에는 삽교호 놀이동산이 있다. 세월 탄 간판과 놀이기구 덕분에 젊은 여행자에게 ‘레트로 여행 성지’로 통하는 곳이다. 논두렁 끝에 대관람차가 걸리는 독특한 풍경으로 유명하다.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두 주인공 변우석과 김혜윤이 회전목마를 타는 장면도 여기서 찍었다. 입장료가 없어 놀이기구를 타지 않고 사진만 찍고 나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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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로 빚은 술


하늘에서 본 아미산. 해발 349m로, 당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백종현 기자
당진은 예부터 술 이야기가 깊은 고장이다. 봄철 아미산(349m) 자락에서 딴 진달래꽃으로 술을 빚어 백일 가까이 숙성하는 ‘면천두견주’가 지금도 명맥을 잇는다. 1986년 교동법주·문배주와 함께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전통 명주다.

요즘 이 술 고장에서 새롭게 이름을 알리는 곳이 순성면 왕매실마을이다. 둑방에 심은 매실나무 1만 그루에서 수확한 열매로 매실청을 만들다가 2020년부터 ‘순성브루어리’라는 이름으로 증류주와 막걸리에 수제맥주까지 생산하고 있다.

백윤기 순성브루어리 대표가 ‘아미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아미주는 당진 쌀과 순성면 특산물인 왕매실로 빚은 증류주다. 백종현 기자

왕매실마을의 대표 상품은 아미산에서 이름을 딴 ‘아미주’다. 당진 쌀로 빚은 술에 매실 원액을 더한 증류주로, 40도의 높은 도수에도 ‘싱그럽고 청량하다’는 평이 많다. 마을에서 매실 따기, 매실청 담기, 술 시음 같은 체험도 운영한다.

아미주는 BTS 팬덤 ‘아미(ARMY)’와 관련이 없지만, 같은 이름 덕에 입소문을 탔다. 백윤기 순성브루어리 대표는 “3년 전 방송에서 유재석씨가 BTS 지민에게 아미주를 선물하자 밤새 주문 알림이 울렸다”고 회상했다.

순성면에만 카페 ‘아미루트’, 음식점 ‘아미여울’, ‘아미미술관’처럼 이름에 ‘아미’를 단 곳이 여럿 있다. BTS 팬들이 일부러 찾아왔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최근에는 이들 명소를 돌아보는 ‘아미로드’ 스탬프 투어까지 생겼다.

당진시도 지난 8월 ‘아미쌀’을 출시했는데, BTS를 연상시키는 보랏빛으로 쌀 포대를 꾸몄다. ‘아미’라는 이름이 술과 쌀을 넘어 당진의 관광 브랜드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8월 출시한 당진 아미쌀.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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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성 낭만 산책


당진 면천읍성 군자정. 아담한 연못 한가운데 정자가 들어앉아 있다. 백종현 기자
면천읍성은 당진에서도 시간이 오래 쌓인 동네다. 조선 시대에 쌓은 성곽과 향교, 선비가 풍류를 즐기던 정자와 연못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용했던 읍성 골목에 최근 서점과 카페, 잡화점 등이 하나둘 생기면서 젊은 여행객이 부쩍 늘었다. 옛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가게가 많아 골목 전체가 영화 세트장 같다.

이를테면 면천읍성 객사 앞 서점 ‘오래된 미래’는 1952년 지은 옛 자전거포를 고쳐 2019년 문을 열었다. 1층에는 그림책과 소설 등이 놓였고, 2층은 예약제로 빌려 책을 읽는 공간이다.

면천읍성 객사 앞의 기념품가게 ‘진달래상회’와 서점 ‘오래된 미래’. 백종현 기자
‘오래된 미래’ 2층 공간에서 맞은편 면천읍성 객사가 한눈에 내다보인다. 백종현 기자

읍성 골목의 옛 막걸리집은 지역 화가가 운영하는 기념품 가게 ‘진달래상회’가 됐고, 옛 우체국에는 카페 ‘미인상회’가, 옛 농협 건물에는 카페 ‘면천창고’가 들어섰다.

윤미경 진달래상회 대표는 “예전엔 밥만 먹고 떠나는 동네였는데, 서점 같은 작은 상점을 찾아 일부러 온다”며 “동네가 확실히 젊어졌다”고 말했다.

‘초원콩국수’의 서리태 콩국수. 콩물이 진하고 담백하다. 10월 중순까지만 영업한 뒤, 이듬해 봄 다시 문을 연다. 백종현 기자

면천읍성은 당진에서 이름난 국수 동네이기도 하다. ‘초원콩국수’ ‘에이스식당’ ‘김가면옥’처럼 수십 년을 이어온 콩국수집이 허다하다. 대부분 서리태를 사용해 콩물이 진하다. 초원콩국수처럼 콩국수철에만 문을 여는 집도 있다. 올해는 이달 중순까지 콩국수를 판다.

면천읍성 안쪽에 주요 관광지와 식당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콩국수 한 그릇 먹고 느긋하게 둘러봐도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 지난 5월에는 남문 앞에 당진시가 조성한 한옥 숙박시설 ‘성안마을’이 문을 열었다. 읍성 여행에 이제는 하룻밤이라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

김영희 디자이너

당진=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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