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면 리프팅” 믿고 누웠는데…97% 마취 전문의 없다

채혜선 2026. 10. 1. 05: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면 스킨부스터 시술 광고를 재현하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실제 의료기관의 광고가 아니다. 챗GPT

“피부에 직접 주사하는 시술이다 보니 많이들 아파해서 보통 수면 마취로 진행합니다.”

30일 오후 서울 강남 신사역 인근 한 성형외과. 최근 유행하는 스킨부스터 시술 상담을 받으며 “아프지 않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수면 마취 추가 비용은 건당 11만원. “마취과 선생님이 있냐”고 다시 묻자 상담실장은 “원장님이 혼자 한다. 이 정도는 (성형외과 원장) 단독으로 해도 된다”고 답했다.

이처럼 수면 마취는 스킨부스터·리프팅 등 각종 피부미용 시술에서 통증 부담을 줄이는 흔한 선택지가 됐다. 이를 내세우는 미용 의원이 늘고 있지만,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성형외과·피부과 의원은 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

성형외과·피부과 97%가 마취전문의 없어


김영옥 기자
30일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표시과목이 성형외과·피부과인 의원 2777곳 가운데 마취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곳은 84곳(3%)에 머물렀다. 표시과목은 의원이 의료기관 명칭이나 간판에 표시한 진료과목을 뜻한다.

표시과목별로 보면 성형외과 의원 1231곳 가운데 마취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곳은 69곳(5.6%)이었다. 피부과 의원은 1546곳 가운데 15곳(1%)뿐이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성형외과·피부과 의원은 2485곳에서 2777곳으로 11.8% 늘었지만, 마취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의원 비율은 2.6%에서 3%로 사실상 제자리였다.

수면 마취를 내세운 미용 의원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 강남에서 피부미용 시술 이벤트를 진행 중인 성형외과·피부과 20곳의 광고를 살펴보니 20곳 모두 “수면 마취로 통증 걱정 없이 편안하게!”, “수면 마취로 아프지 않은 시술”이라며 수면 마취를 적극 홍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마취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한 성형외과 측은 “원장님 혼자 기계 2대를 쓰며 시술하지만 안전하다”며 “시술받으려면 2주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안내했다.

문제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 한 명이 마취와 시술을 동시에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수면 마취에 쓰이는 프로포폴·미다졸람 등은 투여량이 많아지면 호흡을 억제할 수 있어 시술 내내 환자를 살피며 마취 깊이를 조절해야 한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수면 마취는 환자 상태를 감시할 수 있는 마취 의사에 의해 시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성형외과 수술실. 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EPA=연합뉴스

하지만 소수의 의사가 일하는 의원 특성상 마취과 전문의를 따로 고용하기 어렵다. 현행 의료법에 반드시 마취과 전문의가 맡아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한 마취과 전문의는 “수면마취는 보통 원장이 혼자 하고, 전신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은 프리랜서 마취과 전문의가 메뚜기처럼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며 맡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구조에선 제대로 된 모니터링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마취 관련 사망 사건도 의원급 의료기관에 집중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분석한 2016~2024년 미용 시술 관련 사망 50건 가운데 마취 관련 사망이 2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22건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했다. 지난 4월엔 전남광주시의 한 성형외과의원에서 40대 여성이 수면 마취 상태로 리프팅 시술을 받다가 심정지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미용 의원 근무 경험이 있는 한 30대 의사는 “꼭 필요하지 않은 시술에도 수면 마취를 권하면서 환자들이 간단한 마취로 여기게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홍성진 부천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수면 마취는 내시경 등 흔히 쓰이지만, 전문 인력이 따로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고 심정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용 시술에 동반되는 수면 마취는 비급여 특성상 청구 통계에 잡히지 않아 실제 얼마나 시행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서영석 의원은 “정부는 미용 시술 수면 마취 실태를 조사하고, 시술 의사 외에 환자 상태를 지켜볼 인력과 모니터링·응급 장비, 마취 기록 등 진정마취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