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9시 30분에 문연다…내년 4월부터 영업시간 ‘30분 단축’
내년 4월부터 은행 창구가 지금보다 30분 늦은 오전 9시30분에 문을 열 전망이다. 노조가 요구해온 영업시간 단축에 사측이 동의하면서 개점 시간을 30분 늦추기로 잠정 합의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사용자 측은 이날 오후 산별 중앙 교섭을 잠정 타결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현재 오전 9시~오후 4시인 은행 영업시간은 내년 4월부터 오전 9시30분~오후 4시로 바뀐다.
앞서 금융노조는 영업 준비를 위해 직원들이 정해진 업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며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해왔다. 코로나19 당시 은행이 한시적으로 영업시간을 줄인 적은 있지만 평상시 영업시간을 노사 합의로 단축하는 것은 처음이다. 다만 은행 점포가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영업시간까지 짧아지면 고령층 등 대면 거래 의존도가 높은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금 협상에서는 3.0% 인상에 잠정 합의했다. 노조가 6.0%, 사측이 2.5% 인상안을 제시하며 맞서온 끝에 합의가 이뤄졌다. 이와 함께 잠정 합의안에는 직원이 출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출근제를 신설하는 방안도 담겼다. 금요일에는 고객 업무를 일찍 마감하는 ‘당일 고객 마감 제도(라스트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도 확대한다.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자녀 연령을 초등학교 6학년까지 넓히고,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직원을 위한 근무시간 조정제도도 연장하기로 했다.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역시 합의안에 포함됐다. 또한 영업점 직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미스터리 쇼핑’ 결과는 경영평가에서 제외하고 이를 이유로 임직원을 제재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금융노조가 주장해온 정부의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지방 이전 계획 철회는 이번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지부들에 “건국 이래 최초로 은행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했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일·생활 균형을 위한 의미 있는 성과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오는 29일 은행별 지부 대표자 회의를 소집해 세부 잠정 합의안을 공유하고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이번 잠정 합의는 지난 4월 13일 첫 교섭을 시작한 지 약 5개월 만에 이뤄졌다. 그동안 노사는 수십 차례 대표단·실무교섭을 진행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도 거쳤다. 지난 4일 1차 총파업을 벌였던 금융노조는 이날 잠정 합의안이 마련되면서 오는 30일 예정됐던 2차 총파업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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