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평 농지, 주인만 109명…정부 ‘농지 투기’ 칼 빼들었다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의 한 농지는 면적이 400㎡(약 120평)에 불과하지만, 소유주는 109명이다. 1인당 평균 소유 면적은 1평 남짓이다. 인근에는 아파트 건설 예정지가 있다. 소유주 대부분은 2016년 영농 목적으로 해당 농지를 취득했지만, 경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도 비슷한 농지가 있다. 8240㎡(약 2500평) 규모의 농지를 194명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대부분 2016~2017년 집중적으로 농지를 매입했다. 현재 농사가 이뤄지는 땅이지만, 작은 개천을 사이에 두고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빌라촌 등이 형성돼 있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두 농지는 이번 농지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투기 의심 사례로, 심층조사가 진행 중이다. 소유주들이 비슷한 시기에 농지 지분을 집중적으로 취득한 점 등에서 개발이익을 노린 이른바 ‘쪼개기 투자’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7월 말까지 진행한 기본조사에서는 1013만 필지 가운데 284만 필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 불법 임대차 의심이 가장 많았고 무단 휴경, 불법 전용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8월부터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투기는 엄단하되 경미하거나 관행적인 위반은 정상화하는 ‘투트랙’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투기 목적이 아닌 일반적인 위반에는 일률적으로 농지 처분명령을 내리지 않고, 적법하게 농지를 이용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사는 전국 농지의 소유·이용 실태를 전면적으로 파악하는 첫 조사라는 의미도 있다. 그동안 매년 일부 농지를 대상으로 이용실태를 조사했지만 전수조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투기성 농지뿐 아니라 고령화 등으로 방치되거나 활용도가 떨어지는 농지까지 파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임대차와 휴경 허용 범위를 조정하는 등 농촌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에 활용한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농촌 현장의 불안도 커졌다. 고령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농민이나 상속농, 관행적으로 농지를 빌려준 농민까지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농식품부는 당초부터 일반적인 위반에는 대안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기준 등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으면서 혼란이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 21일 후속 조치를 발표하고 투기와 관행적 위반을 구분하는 기준과 처리 절차를 구체화했다. 고령농이나 상속농의 불가피한 휴경, 농업인 간 교환 경작 등에는 자진 정비 기회를 제공하고, 농지은행 위탁 등을 통해 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내 특별조치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반면 실제 영농 의사 없이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을 노린 농지 취득은 제재 대상이다. 거짓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하는 경우, 농지 지분을 공동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돼도 심층조사와 청문 등을 통해 불가피한 사정을 소명할 기회가 주어진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4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전수조사는 농업인을 적발하거나 불이익을 드리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며 “농민의 소득과 경영 안정, 농지의 효율적 이용, 청년농의 기회 확대가 농지 전수조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세종=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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