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드론에 속수무책 러시아, 기업 경비원들도 드론 격추 배운다

민간 기업이나 시설을 향한 우크라이나의 무인항공기(드론) 공격이 확대되면서 러시아 산업계가 정부 지시에 따라 자체 방어 책임까지 떠안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지난달 대통령령을 통해 “우크라이나 드론으로부터 자사를 보호할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일시적으로 국가에 의해 자산을 몰수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기업들에 자체적으로 드론 방어에 나서도록 압박했다. 이에 러시아 기업들은 방산업체로부터 방공 시스템을 임대하거나 자체적으로 방공 장비를 제작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드론을 직접 격추할 사수까지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러시아 기업들은 안티드론 시스템 운용에 4억4000만 루블(약 71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배 증가한 규모다. 기업들이 드론 방어에 쓴 비용을 의무적으로 신고할 필요가 없어 실제 지출액은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WSJ는 “러시아 정부는 드론 방어를 군의 역할에만 맡기지 않고 민간 영역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달 초 우편 노동자들이 드론을 격추할 수 있도록 무기와 탄약을 소지할 수 있게 하는 대통령령도 내렸다. 2005년 법령에 따라 현금 운송 등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우편 노동자에게 권총과 전기충격기, 방탄복 등의 소지가 허용돼 왔는데 여기에 드론 대응 장비를 추가한 것이다. 드론 위협은 민간 경비 인력의 업무 영역까지 바꾸고 있다. 러시아 구직사이트에는 기업 시설을 순찰하고 하늘을 감시하면서 드론을 발견하면 격추할 수 있는 경비원을 찾는 구인 광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 정부가 민간 부문까지 동원해 드론 방어에 나서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드론 생산을 확대하면서 러시아 영토 내 산업·물류 시설에 대한 공격도 늘었다. 폴란드 군사분석업체 로찬컨설팅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드론은 지난 3월 이후 러시아 정유공장을 약 200차례 공격했다. 러시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오존과 와일드베리스의 물류센터를 비롯해 최소 36곳의 물류시설도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방어와 복구 부담이 커지자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뒤따르고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달 민간 기업이 드론 방어나 공격 이후 복구에 지출한 비용을 보전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드론 공격으로 급증한 보험금 청구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재보험사에 20억 달러(약 2조718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누적되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전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6일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작전의 목표는 달성될 것”이라며 “러시아 안보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고 평화로운 삶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라브로프 장관은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담도 가졌다. 양국 외무장관의 회담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독일 외교 당국자는 AFP통신에 “바데풀 장관은 러시아가 독일,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상대로 벌이는 위험한 긴장 고조 행보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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