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경 장관이 진행자의 '낙태' 표현에 제동 건 이유

이정환 2026. 9. 2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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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상 김만덕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이름이 오른 여성 리더입니다.

당시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으로 임신 중지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낙태', '중절' 등의 부정적인 용어를 '임신중지' 또는 '임신중단' 등으로 관련 정책 용어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거의 20년 동안 여성과 가족은 제 작업의 모티브였습니다. 여성에게 과도하게 부과된 가사노동 때문에 전통 명절이 지닌 긍정적인 가치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중략) 저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유대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부장제는 여전히 한국 가족의 핵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어머니가 된 여성들을 일종의 '정신적 이주(mental migration)' 상태로 내몰고 있다고 이선민은 말합니다. 여성들은 가족 안에서 외부인으로 밀려나고, 소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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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김만덕] 최연소·최초 역사 쓰는 이소영... 여성의 '정신적 이주' 사진에 담았던 이선민 작가의 '추석'

거상 김만덕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이름이 오른 여성 리더입니다. 부모를 잃고 힘겹게 살았지만, 혼자 힘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부를 쌓았고, 이를 가난한 사람들과 나눈 삶의 가치가 실록에도 남게 된 거죠. 그가 처했던 상황, 문제의식 그리고 걸어왔던 길은 지금과도 통합니다. 유리천장은 아직도 튼튼하니까요. '오늘의 김만덕 이야기'를 매주 전합니다. <편집자말>

[이정환, 이주연 기자]

[여성인권] 원민경 장관이 진행자의 '낙태' 표현에 제동 건 이유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임신중지약이 도입되면 건강보험에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원 장관은 2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접근성 측면으로 본다면 적극적으로 보험급여가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권위에서 2024년 8월 23일 건강보험 적용도 적극 검토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 장관은 2023년 7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인권위 비상임위원을 역임한 바 있는데요. 당시 인권위 보도자료(2024년 9월 26일자)를 찾아봤더니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는 임신중지 의약품을 도입하여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하였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이날 인터뷰에서 원 장관은 진행자의 낙태라는 표현에 임신 중지 용어를 쓸 것을 권하기도 했는데요.

김태현 : "우리가 낙태 얘기하면 여성의 자기 결정..."

원민경 : "임신중지라는 표현을, 저희가 인권위에서도 낙태 대신에 임신중지라는 용어를 바꿔쓰라고..."

2024년 9월 26일자 보도자료를 다시 봤더니 그 이유 또한 명확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당시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으로 임신 중지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낙태', '중절' 등의 부정적인 용어를 '임신중지' 또는 '임신중단' 등으로 관련 정책 용어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임신중지약 도입을 두고 일부 정치권에서 '마약'에 비견하는 상황이 얼마나 반헌법적이고 시대착오적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서술이 있어 덧붙입니다.

"'임신을 중지할 권리'는 유엔여성차별철폐 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에서 여성의 주요 권리로 명시되고 있음에도 현재 대한민국 여성은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찾기 어렵고,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용적 부담이 크며,

▲세계보건기구가 필수의약품 목록에 등재한 유산유도제를 2023년 현재 96개국에서 도입했으나, 대한민국은 유산유도제가 도입되지 않아 수술적 방법에 의존하거나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의약품을 구매해야 하는 등 임신중지의 이용가능성 및 접근가능성이 제한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상황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작위로 인해 최고 수준의 건강에 대한 권리를 포함한 자기결정권의 향유를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며, 남성과 비교할 때 여성에게만 필요한 의료 개입을 거부하거나 방치하는 것이므로 성별을 이유로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여성정치] 최연소·최초 역사를 쓰고 있는 이소영 장관
▲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연소 장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대한 수식어입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의왕시·과천시 선거구에 당선된 이후 22대 국회에 다시 당선되면서 최초의 30대 여성 지역구 재선 의원이 됐던 그입니다.

변호사이자 기후·환경 분야 경제 전문가로 활약하던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인재 영입으로 정치를 시작했는데요. 2020년 당선 직후 그는 언론을 통해 "일단 제가 여성이자 청년이고 기후변화 전문가로 국회의원이 됐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상징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아서 어깨가 무겁다"(<뉴시스>, 2020년 5월 3일)라는 소회를 밝힌 바 있습니다.

스스로 무엇을 대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상임위 선택으로 이어졌는데요. 그가 처음부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희망한 이유도 분명했습니다.

"기후변화 문제 자체가 온실가스 배출에 있고 온실가스 배출의 90%는 에너지 부문에서 나온다. 에너지 관련 정책에 관여하지 않으면 기후변화 정책은 의미가 없다. 또 제가 그린뉴딜 정책을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인데 관련 법안이나 정책, 권한이나 책임이 모두 산자위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산자위를 희망한다."(<뉴시스>, 2020년 5월 3일)

기후변화 문제를 산업과 에너지 전환의 문제로 다루겠다던 그는, 이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됐습니다. 자신의 상징을 대변해야 한다며 고민하던 초선 의원은, 이제 그 상징성을 정책과 조직 운영으로 증명하는 자리에 오르게 됐습니다. 장관이 된 그의 일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떻게 일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보여 드린 모습을 잃지 않겠습니다. 때로는 울퉁불퉁해 보이더라도, 필요하다면 틀을 깨고 부딪히며 역동적으로 일하겠습니다. 관성에 따르기보다 관성을 깨는 장관이 되고 싶습니다." (페이스북, 2026년 9월 22일)

[여성경제] "여성 리더 후보 육성하고, 직책 보임 시 여성을 적극 검토"하시길
"여성 리더 후보를 적극 발굴·육성 중이며, 실제 직책자(임원·팀 리더) 보임 시 여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음." (2022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중)

2022년 SK그룹 지주사 SK㈜가 2025년까지 여성관리자 비율을 15%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밝힌 바입니다. 그런데 2025년, 실제 여성관리자 비율은 10.63%에 그쳤습니다.

'2026 SK주식회사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관리자(임원 및 고위 관리직) 비율은 전년 대비 0.35%p 감소했습니다.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22년 10.74%, 2023년 10.77%, 2024년 10.98%로 내내 10%대에 머물렀습니다. 2022년과 지난해를 비교해도 도리어 0.11%p 감소했네요.

여성관리자 비율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SK㈜는 다른 숫자를 변경했습니다. 2024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여성관리자 비율 15%를 2026년까지 달성하겠다며 달성 시점을 늦췄습니다. '2025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는 목표치를 13.8%로 낮췄습니다. '2026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는 달성 시점을 2027년으로, 목표치를 13.4%로 조정했습니다.

SK㈜ 관계자는 이 상황을 전한 <여성신문>에 "목표치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여성 관리자 수는 늘고 있다"며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은 기업도 많지만 SK주식회사는 목표를 높게 잡고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한편, SK㈜는 2023년 고용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여성관리자 수는 60명이었습니다.

[원더우먼] 여성들의 '정신적 이주'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작가의 '추석'
▲  이선민 작가는 2024년 한국인 최초로 프리 비르지니(Prix Virginia) 최종 1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됐다. 프리 비르지니는 여성 사진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 사진상으로 사진예술계에서 매우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다. 이 작가의 출품작은 '여자의 집'이었다.
ⓒ 이선민 작가 인스타그램
"거의 20년 동안 여성과 가족은 제 작업의 모티브였습니다. 여성에게 과도하게 부과된 가사노동 때문에 전통 명절이 지닌 긍정적인 가치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중략) 저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유대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12월 23일자 <타임아웃서울>에 실린 이선민 사진작가의 말입니다. 그의 연작 작품 '여자의 집'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요. 그에 따르면 이 작가는 약 2년에 걸쳐 여러 가족의 전통 명절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합니다.

사진들을 보면 그가 포착한 모습에서 '행복한 명절'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또 '고단한 명절'로만 다가오지도 않습니다. 여성들은 음식을 만들고 있고, 남성들은 차례를 지내고 있습니다. 덤덤하고 건조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기사 마지막 문장이 더 인상적으로 와 닿습니다.

"10년 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습니다.

프리 비르지니(Prix Virginia)는 여성 사진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 사진상으로 사진예술계에서 매우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가는 2024년 한국인 최초로 최종 1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됐는데요. 출품작은 '여자의 집'이었습니다.

프리 비르지니는 25년 동안 이 작가가 가족 구조 안에서 여성들의 모습을 기록했다고 소개하면서 이렇게 전했는데요.

"가부장제는 여전히 한국 가족의 핵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어머니가 된 여성들을 일종의 '정신적 이주(mental migration)' 상태로 내몰고 있다고 이선민은 말합니다. 여성들은 가족 안에서 외부인으로 밀려나고, 소외됩니다."

'정신적 이주', 아직도 적지 않은 가정에서 그 상황이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시간이 명절입니다. 몸은 가족 한가운데 있는데, 그 관계를 위해 자신의 휴식 등 욕구를 주변부로 밀어내야 하는 구조를 '정신적 이주'라는 말로 표현한 것이죠.

그러면 2015년 12월 <타임아웃서울>을 통해 이 작가가 강조했던 "새로운 형태의 가족 유대"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현재 그는 문화예술단체 '사월의들판' 대표이기도 합니다. 이 작가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자신의 올해 '추석 계획'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이번 추석에 자립준비 청소년, 시니어 세대와 함께 2박 3일 간 '추석 예술 캠프'를 진행합니다. 자립 준비 청소년들의 정서적 성장을 지원하고 새로운 사회적 가족으로서 가능성을 모색하는 예술 프로젝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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