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청’ 없는 헌법 104조…이 틈 파고든 위헌논쟁

조수빈, 김예정 2026. 9. 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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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을 거부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을 거부하며 ‘대통령에게 재제청을 요청할 헌법적 권한이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고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하는 건 현행 헌법 체제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현행 헌법에서 대법관 임명 절차를 정한 조항은 제104조 제2항이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관 재제청 절차나 방식에 대한 내용은 없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입장이 나뉜다. 대통령이 재제청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고 보는 측은 이 조항이 대법원장, 국회, 대통령의 권한뿐 아니라 대법관 임명 절차도 규정한다고 해석한다.

지성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친 다음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라는 게 헌법의 취지라고 본다. 헌법은 시간 순서에 따라 삼권분립을 지키도록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국회에 임명동의안 자체를 안 보내고 재제청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우선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부장판사는 “이 대통령이 국회의 대법관 후보자 심사권 자체를 침해했다”며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에게 흠결이 있는지를 국회 인사 청문 절차로 검토한 후 임명하거나 거부했으면 상황이 이토록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대통령에게 재제청 요구권이 있다고 보는 측은 헌법 제104조 제2항이 세 헌법기관의 권한만 규정한다고 해석한다. 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의 임명권에는 임명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포함돼 있다”며 “임명하지 않을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 동의를 받은 뒤에야 거부해야 한다는 해석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입장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임명권 행사의 일환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이 손봉기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상 조 대법원장은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야 하고, 이를 요구하는 데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다. 청와대는 지난 22일 “재제청 요청은 대법원장이라는 헌법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의사 표명으로서 법적 근거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를 ‘선출권력 우위론’으로 확대하려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 비선출직인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로 선출직인 대통령의 임명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이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주권 원리에 따르면 제청권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임명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청와대 입장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권을 인정하더라도 ‘대법원장이 서면 제청을 했다’는 게 이를 행사할 사유가 되는지는 별개의 쟁점이다. 조 대법원장은 23일 재차 입장문을 내고 “‘제청 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 사유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다시 “공문상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은, 임명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음으로써 임명할 의사가 없다는 거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며 “이것이 후속 절차로서 재제청을 요청한 사유”라고 밝혔다.

법원 내부에선 사상 초유의 재제청 요구에 조 대법원장이 응할 경우 ‘대통령이 통제되지 않는 임명권’을 가지는 선례가 생길 거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면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자를 고르는 ‘체리피킹’이 관행이 될 것”(수도권 법관)이라는 취지다.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요구 거부’가 헌법 해석 전쟁으로 이어지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도 관심이 모인다. 헌재는 지난해 2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대법관 인선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이 국회의 권한을 형해화할 수 없다’는 논리가 적용된다면,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반려한 행위에 대해서도 헌재의 적극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청와대는 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 대통령이 재제청을 요구해 국회의원들의 대법관 임명동의안 심사·표결권이 침해됐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조수빈·김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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