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최후의 수단 꺼낸 것”…세 번의 타협안 번번이 좌절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기까지 대법원은 청와대에 세 차례 타협안을 제시했다.
물밑 협상 실패…추천위 재구성도 무산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1월 21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 4명을 추천하고 3월 3일 노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미뤘다. 관행상 대법원과 청와대는 ‘물밑 협상’을 통해 대법원장이 제청할 대법관 후보자를 미리 정해두는데, 양측에서 원하는 후보자가 합치되지 않은 탓이다. 당초 대법원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1, 2순위로 꼽았고, 청와대는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를 1, 2순위로 제안했다.
오랜 논의 끝에 대법원은 청와대 측 제안을 일부 수용해 박순영 고법판사를 제청하는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정작 대법원이 한 발 물러서자, 청와대는 “김민기 고법판사를 제청해달라”며 입장을 바꿨다. “청와대가 특정 후보를 찍어 제청을 압박한 셈”(고법 판사)이라고 법조계에선 비판이 일었다. 청와대가 여성 대법관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두 후보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아하다는 뒷말 역시 나왔다.
대법원은 두 번째 타협안으로 기존 추천을 무효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추천을 백지화하고 절차를 새로 밟자는 구상이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후보를 새로 추천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추천 후보 모두가 동의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기존에 추천된 후보들 중 일부가 반대하면서 이 방안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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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타협’ 1+1 제청했지만…청 “재제청 요구”
조 대법원장이 마지막으로 꺼내든 카드는 이른바 ‘1+1 제청’이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과 이흥구 전 대법관의 후임을 묶어 동시에 제청하는 방식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이흥구 전 대법관 후임으로는 청와대의 뜻을 수용해 김성수 부장판사를 제청하고,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는 대법원이 원했던 손봉기 부장판사를 제청했다. 당시 법조계 안팎에서는 “서로 한 발씩 물러서는 합리적인 타협책”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김성수 부장판사 제청만 수용하고,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서면제청이라는 형식을 구실삼아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여당은 조 대법원장이 기존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군 안에서 다시 제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 역시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설령 재제청을 하더라도 새 추천위를 구성해 대법관 후보자 천거·심사·추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법원조직법은 추천위가 후보 추천을 마치면 해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내민 세 번의 타협안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서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게 됐다. 조 대법원장은 11일 법원의 날 기념사부터 18일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회의 폐회사까지, 불과 일주일 만에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사법 독립’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에서 “국가기관에 독립성을 부여하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응수했다. 이후 조 대법원장이 22일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공개 거부하면서 대법원과 청와대 간 갈등은 최고조로 치솟은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이 대통령과 번번이 타협에 실패한 조 대법원장이 최후의 수단으로 ‘재제청 요구 거부’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결국 청와대는 본인이 원하는 사람을 제청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 대법원이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강 대 강으로 충돌하는 국면에 도달해 대법관 인선 절차가 중단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예정·조수빈 기자 kim.ye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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