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다른 사람인데요”…경찰 불심검문에 ‘쌍둥이 형’ 행세한 사기꾼

중고 명품을 판다고 속여 수십명에게 돈을 가로챈 뒤 불심검문 때마다 일란성 쌍둥이 형의 인적사항을 대며 추적을 피한 사기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최근 6개월간 금융·사이버사기 특별단속을 벌여 2만6782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809명을 구속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월 23일부터 8월 31일까지 민생침해 금융범죄와 사이버사기 6만1482건을 적발해 2만6782명을 검거했다고 21일 밝혔다. 집중단속은 다음 달 31일까지 이어진다.
강원 춘천경찰서 악성사기 추적팀이 붙잡은 A씨는 중고 명품 판매를 빙자해 피해자 61명에게 약 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을 때마다 일란성 쌍둥이 형의 인적사항을 대며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게임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20곳이 넘는 PC방을 일일이 추적한 끝에 그를 검거했다.
경찰은 장기간 붙잡히지 않은 사기범을 추적하기 위해 전국 261개 관서에서 284개 팀, 1006명 규모의 ‘악성사기 추적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지명수배자와 장기 미제사건 피의자 등을 추적해 4204건에서 2318명을 검거했다. 가상의 인물로 신분을 세탁해 7년간 도피한 피의자를 공소시효 만료 전에 붙잡은 사례도 있었다.
이번 특별단속에서는 가상자산을 미끼로 한 대규모 투자사기도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봉사단체를 사칭해 피해자 456명에게 409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일당 26명을 검거하고 9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봉사 지원금과 투자금·수익금 등을 지급하며 신뢰를 쌓은 뒤 전국에 11개 지부를 만들고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코인이 상장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였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불법사금융 사범은 1359건에서 1730명이 검거됐다. 부산경찰청은 대출 희망자 명의로 휴대전화 236대를 개통해 가로챈 뒤 허위 분실신고를 통해 보상 단말기 236대까지 받아 챙긴 혐의로 136명을 송치했다.
사이버사기 중에서는 중고거래 플랫폼 등을 이용한 직거래 사기가 3만757건으로 전체 검거 건수의 절반을 차지했다. 직거래 사기로 7436명이 검거됐고 253명이 구속됐다. 게임 사기는 4468건에서 1691명, 쇼핑몰 사기는 4365건에서 780명이 각각 검거됐다.
올해 1~8월 전체 사기범죄는 29만1746건 발생해 17만994건이 검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발생·검거 건수는 모두 줄었지만 검거율은 56.3%에서 58.6%로 2.3%포인트 상승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전국 사건을 병합해 본범을 검거하기 위한 집중수사를 지속하고, 미검 피의자도 악성사기 추적팀을 활용해 끝까지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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