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언론 심판’ 했지만…“정권 심판론 30년래 최고치”

강태화 2026. 9. 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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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명령으로 백악관 출입을 금지당한 CNN·MS나우·폴리티코가 21일(현지시간) 출입권 회복을 요구하는 공동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백악관의 조치가 언론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가 자신에게 비판적 언론에 대한 출입금지 명령을 통해 사실상의 자의적 ‘언론 심판’을 내린 가운데, 정작 중간선거에서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여론은 30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자신 소유의 골프장에서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차량 안에서 누군과와 통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지도자 능력에 대한 신뢰 잃어”

CNN·MS나우·폴리티코 등 백악관 출입이 금지된 매체들은 이날 출입권 회복을 요구하며 워싱턴DC 연방법원에 공동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정부가 언론이 무엇을 보도할지 결정할 수 없다는 원칙과 수정헌법 1조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백악관이 우리의 보도를 문제 삼아 아무런 사전 통보나 절차 없이 기자들의 출입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르면 이번 주 긴급 심리에 나설 전망이다.

전날엔 트럼프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기사와 칼럼도 잇달아 게재했다. CNN은 ‘지난 12일간 트럼프의 기이한 행적’이란 머리기사를 통해 “트럼프의 정치적 상황이 악화한 이유 중 가장 과소평가되는 것은 미국인들이 지도자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라며 최근 이어진 트럼프의 행적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개스토니아에서 진행한 지원 유세 도중 특위의 춤동작을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CNN은 지난 9~10일 트럼프가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깜짝 발표한 전 국민 5000달러 지급 공약에 대해 “분명한 대가성 거래”라며 유권자의 66%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를 함께 제시했다. 또 버틀러 유세 때 벌어진 암살 시도를 “나를 제거하기 위한 민주당의 음모”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전혀 증거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대미 무역 흑자국과의 교역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이나, 워싱턴의 대표적 공연장 케네디센터에 자신의 이름을 넣으려는 ‘명백히 불법적 시도’ 등을 제시하며 “지도자로서의 안정성에 실질적 의구심을 품고 진행되는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는 기행의 수위를 오히려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시간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케네디센터 폐쇄에 대한 반대 집회에서 배우 린다 카터가 군중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MS나우는 “언론을 제한하는 대통령령은 안보, 공간 부족, 예정 문제 등의 명분을 제시했지만, 트럼프는 이러한 명분마저 벗어던졌다”고 했다. 이어 “‘허구와 거짓말을 끊임없이 쓴다’면서도 어떤 기사가 거짓인지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싫어하는 발언을 처벌하기 위해 백악관 출입 권한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폴리티코도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을 ‘사기극’이라고 폄하하며 ‘AI 차르’를 신설한다는 발표는 “국방부를 이용해 AI를 장악하려는 것”이라며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을 ‘별것 아니다’라로 여기는 것은 유권자의 불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말을 아끼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공화당 의원의 발언을 함께 소개했다.


‘트럼프 심판’ 여론 1기 때 기록 넘어서

한편 이날 NBC가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3%가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 표시를 위해 투표할 거라고 답했다. 지지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은 27%였다. 반대투표 비율 43%는 1기 때 기록했던 38%를 넘어선다.

현지시간 1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CNN, MS NOW, 폴리티코에 대한 출입 금지 조치를 내린 후, 취재 자격이 박탈된 CNN 기자들이 백악관 밖으로 쫓겨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간선거의 정권심판 응답률은 클린턴 2기 때 23%, 조지 W 부시 1기 때 19%, 2기 때는 37%를 기록했다. 오바마 1·2기 때는 각각 34%와 32%였다. NBC는 트럼프에 대한 반대투표 비율에 대해 “지난 30년간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어느 조사 때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 때 강점으로 작용했던 경제정책은 2년여 만에 지지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바뀌었다. 트럼프의 정책이 경제에 해로웠다는 응답은 55%에 달했고, 이로웠다는 26%에 그쳤다. 이란전쟁에 대해서도 57%가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또 트럼프가 중간선거의 판세를 뒤집기 위해 제시한 5000달러 지급 공약에 대해서도 이를 지지하는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률은 21%에 불과했다. 오히려 5000달러 지급에 찬성하는 후보는 뽑지 않겠다는 의견은 46%에 달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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