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나 하나님은 길 내셨다”…작은교회 잇는 ‘꿈너머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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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교회가 좀처럼 자립하지 못해 힘이 듭니다." "설교는 어떻게 준비해야 합니까." "목회 현장에서 겪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이날 세미나에 앞서 목회자들은 사전에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을 전달했고, 이찬수 목사는 이를 바탕으로 약 한 시간 동안 자신의 목회 여정과 고민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지금 마주한 재정과 자립, 성도와의 갈등 같은 문제 역시 단순히 '빨리 해결돼야 할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권면이었다.
광야 같은 목회 현장에서 뚜렷한 지지 기반 없이 외롭게 사역을 이어가는 작은 교회들을 향해 이 목사는 '꿈너머꿈'이 재정 지원을 넘어 목회자들이 고립감을 덜고 서로 기대어 설 수 있는 동역의 울타리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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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교회가 좀처럼 자립하지 못해 힘이 듭니다.” “설교는 어떻게 준비해야 합니까.” “목회 현장에서 겪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 분당우리교회 드림센터에 충청권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 17명이 모였다. 저마다 목회 연차도, 교회 형편도 달랐지만, 품고 온 고민의 결은 서로 닮아 있었다. 개척 이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재정, 성도와의 관계, 설교와 목회의 방향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었다.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와 분립 개척한 29개 교회가 함께하는 ‘꿈너머꿈’ 프로젝트 현장의 모습이다.
2024년 시작된 ‘꿈너머꿈’ 프로젝트의 시작은 분당우리교회의 ‘일만성도 파송운동’이었다. 2022년 4월 분당우리교회는 성도 1만명을 파송해 29개 교회를 분립 개척하면서 예배 공간과 시설, 장비 등 초기 정착 비용으로 약 250억원을 마련했다.
그러나 분립으로 이 사역을 끝내지 않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분립교회들이 자립하면, 지원받은 재원을 다시 모아 한국교회 미자립·작은 교회를 돕는 마중물로 삼기로 한 것이다. 분립교회들이 자신들 역시 누군가의 헌신과 지원으로 세워졌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받은 은혜를 또 다른 교회를 세우는 데 흘려보내자는 취지였다.
분당우리교회와 29개 교회는 이 기금을 바탕으로 2024년 수도권·경상권을 시작으로 지난해 전라권, 올해 충청권까지 지역을 넓혀 작은 교회 섬김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 앞서 목회자들은 사전에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을 전달했고, 이찬수 목사는 이를 바탕으로 약 한 시간 동안 자신의 목회 여정과 고민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답은 교회를 단기간에 성장시키는 비결도, 넉넉한 재정을 확보하는 노하우도 아니었다.
이 목사는 후배 목회자들에게 ‘목회의 목표부터 다시 점검하라’고 권면했다. 그는 “자립하는 것, 교회가 불같이 일어나는 것은 굳이 목표로 삼지 않아도 목회자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강렬한 소망”이라며 “그 목표를 계속 강화하다 보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목회의 기본부터 되짚자”며 이를 ‘목회의 구구단’이라고 표현했다.
“구구단을 외우지 않고 미분과 적분을 풀 수 없듯 목회에도 기본이 중요합니다. 목회를 해보니 결국 중요한 것은 예수를 잘 믿는 것,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것, 돈을 좇지 않는 것,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이 목사는 목회의 목표를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는 ‘주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목회’다. 이 목사는 시편 23편에서 하나님이 푸른 풀밭과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것 못지않게 ‘의의 길’로 인도하신다는 점에 주목했다. 좋은 성도가 찾아오고 재정이 채워지며 공간이 마련되는 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지만, 목회자에게 더 필요한 것은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의의 길’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것이다.
특히 목회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의 판단을 손쉽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포장할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자신 역시 “젊은 시절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던 부끄러운 경험이 있다”고 고백하며,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실제로 하나님의 뜻을 묻고 있는지를 돌아보라고 주문했다. 설교에 활용하기 위한 묵상을 넘어 하루 30분이든 한 시간이든 하나님 앞에 머물며 말씀을 통해 그분의 뜻을 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둘째는 ‘목회를 자신의 믿음 성숙의 도구로 삼는 것’이다. 다른 교회와 규모를 비교하며 “저 목회자는 저렇게 많은 성도가 모이는데 나는 왜 이럴까”라는 식으로 목회를 능력과 성과의 잣대로 바라보기보다, 목회를 통해 자신이 예수를 더 잘 믿는 사람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나 자신도 목회자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신앙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자이기에 매일 하나님께 매달리고 도우심을 구하면서 자신의 믿음 역시 성숙해 왔다는 고백이다. 또한 목회 현장에서 일이 풀리지 않거나 성도와 갈등을 겪고 낙심이 찾아오는 순간조차 ‘내 믿음을 성숙시키는 도구’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 한경직 목사가 후배 목회자들에게 했다는 “목사님들, 예수 잘 믿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을 소개하며, 목회자가 설교하는 사람에 앞서 한 사람의 신자로 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씀을 잘 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믿음이 목회 현장의 위기와 낙심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하나님과의 친밀감 회복’이다. 이 목사는 이를 목회의 ‘최종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일만성도 파송운동을 추진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2만여명이 출석하던 교회에서 1만명 이상을 파송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주변의 우려와 조롱이 이어졌고 자신 역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했다. 때로는 “새벽 2~3시에 잠에서 깨 ‘하나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결과적으로 29개의 분립교회가 세워졌지만 이 목사는 “파송운동의 가장 큰 열매를 외형적 성과에서 찾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두려움 때문에 하나님을 더욱 찾고 가까이하게 된 것, 즉 하나님과의 친밀감이 깊어진 것이 자신에게 남은 가장 중요한 열매”라고 설명했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지금 마주한 재정과 자립, 성도와의 갈등 같은 문제 역시 단순히 ‘빨리 해결돼야 할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권면이었다.
이 목사는 ‘교회가 자립한 뒤에야 기뻐하겠다’는 생각에서도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요셉이 억울하게 감옥에 갇혔을 때조차 성경이 그를 ‘형통한 사람’으로 묘사한 점을 언급하며,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발견하는 ‘과정의 기쁨’을 강조했다. 자립하고 성장한 뒤에야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어려운 과정에서도 “하나님이 일하고 계신다”는 믿음을 앞당겨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 편의 시설을 확충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소외된 이웃을 안전하게 맞이하려는 계획부터, 성도의 경제적 위기를 돕는 내부 구제 기금으로 작지만 단단한 자립을 일궈가는 교회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또한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이주민 가정을 품으며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다문화 차세대 보육 공간 조성을 준비하는 사역, 평균 연령 70세를 훌쩍 넘긴 농촌 마을에서 따뜻한 식탁 교제와 헌신으로 복음의 문을 여는 목회, 사회적 시선에 지친 장애 아동 가족을 위해 교회 유휴 공간을 평일 무료 쉼터이자 실내 놀이 공간으로 개방하려는 프로젝트 등 각 지역과 교회의 형편에서 길어 올린 구체적인 사역 구상과 고민들이 공유됐다.

이날 이 목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교회 개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지방 인구 감소로 작은 교회의 생존 자체가 버거운 현실을 짚었다. 그러면서도 목회 환경이 녹록지 않아 위축된 후배들을 향해 “어느 시대나 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지나고 보면 시대마다 하나님이 일하시고 길을 만들어 주셨다”며 “어려운 시대일수록 은혜를 구하고 그 힘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젊은 시절, 선배 목회자들 역시 ‘나는 그래도 은혜로 여기까지 왔지만 너희 세대는 시대가 급변해 더 힘들 것 같다’고 걱정했었지요. 이제 제가 선배들의 나이가 되고 보니 후배들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더군요. 요즘 후배 목회자들이 마음이 많이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데, 제가 꼭 당부하고 싶은 건 어떤 상황이든지 하나님께서 결국 일하시고 또 힘을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이 목사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재정 지원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후원을 받으면서 ‘하나님께서 계속 나를 보고 계시고 돕고 계시는구나’라는 격려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슷한 꿈을 꾸고 비슷한 길을 가는 동역자들이 연대하고 연합하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꿈너머꿈’ 프로젝트가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귀한 열매는 바로 이런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첫해 경상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목회자들은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자조적인 모임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며, 대구 지역 교회들이 이들에게 먼저 멘토링을 제안하는 등 지역 안에서 작은 교회와 건강한 교회를 잇는 새로운 연대의 끈이 자라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꿈너머꿈’ 프로젝트는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를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다. 수도권의 대형 교회가 지방의 작은 교회들을 일방적으로 불러 모아 관리하고 통제하는 익숙한 방식을 철저히 경계한다. 대신 각 지역 안에서 목회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마음을 터놓고, 건강한 교회와 작은 교회가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건강한 목회 생태계를 지향한다.
‘꿈너머꿈’ 프로젝트 멘토들이나 이 목사가 선정된 작은 교회에 빡빡한 성과 보고서를 요구하거나 외형적인 성장을 재촉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그저 씨를 뿌리는 일을 할 뿐”이라는 이 목사의 고백처럼, 이후의 만남과 깊은 연대는 각 지역과 목회자들의 자발성에 온전히 맡겨둔다.

실제로 ‘꿈너머꿈’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마다 지원 대상에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목회자들과 지역 교회들로부터 “재정 지원이 아니더라도 이런 깊이 있는 멘토링과 교제의 자리에 함께하고 싶다”는 문의와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오늘날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물질적 지원에만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고립되기 쉬운 목회 현장에서 자신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멘토와,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를 붙들어 줄 동역자와의 연결 역시 절실한 필요로 자리하고 있다.
광야 같은 목회 현장에서 뚜렷한 지지 기반 없이 외롭게 사역을 이어가는 작은 교회들을 향해 이 목사는 ‘꿈너머꿈’이 재정 지원을 넘어 목회자들이 고립감을 덜고 서로 기대어 설 수 있는 동역의 울타리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는 목회자들이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위로와 힘을 얻고, 필요할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관계망이 형성되길 기대한 것이다.
이 목사는 “한 교회의 성장과 자립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받은 교회가 다시 다른 교회를 세우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는 연대가 지역 곳곳에서 이어졌으면 한다”며 “작은 교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복음의 불씨를 지켜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묵묵히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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