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혹한 긴축이 온다

박유미, 김다영, 김도년 2026. 9. 1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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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2개월 만에 금리 인상 페달을 밟은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발 긴축의 충격이 국내 가계와 기업에 전해지는 ‘금리의 역습’이 시작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을 미리 반영해 이미 대출금리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커졌다.

16일(현지시간) Fed는 3년2개월 만에 금리 인상 버튼을 다시 눌렀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3.75~4%로 끌어올렸다.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케빈 워시 Fed 의장은 “분명한 사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너무 높고, 너무 오랫동안 그래 왔다는 것”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완화적 조치의 일부를 덜어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이날 금리 결정 직전 워시와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그를 믿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통화 긴축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한국 경제는 고금리라는 대형 파고를 마주하게 됐다. 세계경제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3년 만에 상승 기류를 타면서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금리도 상승 압력을 더 받게 됐기 때문이다.

충격은 변동금리 대출자부터 덮칠 전망이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단기 은행채에 연동되는 상품은 당장 신규 금리가 먼저 뛸 가능성이 크다. 한 달 주기로 바뀌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도 시차만 있을 뿐 마찬가지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차주의 금리는 상품별로 약정된 3개월·6개월·1년 등 재산정 시점부터 순차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올해 7월 신규 취급 주담대 중 변동금리 비중은 68.1%로, 1월 24.4%에서 6개월 만에 43.7%포인트 뛰었다. 신용대출까지 포괄하는 전체 가계대출의 신규 변동금리 비중은 79%에 달한다.

고정형 주담대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고정·혼합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은 코픽스보다 시장 상황을 빠르게 반영한다. 새로 고정형 주담대를 받으려는 차주는 변동금리 차주보다 금리 상승을 먼저 체감할 수 있다. 다만 기존 혼합형, 5년 주기형 대출자는 다음 재산정일까지 기존 금리가 유지된다.


커지는 자금이탈 우려…환율, 6거래일 연속 올라 1380원대


가계대출보다 충격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곳은 기업대출이다. 기업대출은 CD와 금융채, 단기시장금리 등에 연동되는 상품이 많아 금리 상승의 전이 속도가 빠르다. 기업대출의 변동금리 비중도 지난 1월 54.6%에서 7월 68.3%로 13.7%포인트 상승했다. 신규 취급 기업대출 금액의 3분의 2 이상이 향후 시장금리 변동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김영옥 기자

기업대출은 기초체력도 가계보다 취약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국내 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가계대출 0.4%와 주담대 0.28%를 웃돌았다. 시장금리가 오르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은행이 기업의 신용위험을 반영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대출 한도를 축소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돈값’이 비싸지는 동시에 ‘돈줄’까지 가늘어지는 이중 충격을 받게 됐다. 차입 규모가 크고 차환이 잦은 건설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과 한계기업이 특히 약한 고리로 꼽힌다.

이미 7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 가계대출 금리는 연 4.64%로 전년 동기 대비 0.44%포인트, 기업대출 금리는 연 4.2%로 0.16%포인트 올라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Fed의 금리 인상이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에서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커져 가계와 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17일까지 6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하며 1330원대에서 1380원대로 뛰었다. 이는 한·미 금리 차 확대와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은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해 서민 생활비 부담을 키울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 원가 부담도 가중시킨다.

최지욱 스테이트스트리트 마켓 상무는 이날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대내적인 요인이 따로 있지 않는 한 환율은 아래보다는 위쪽(환율 상승)”이라고 짚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을 이끌었던 법인세 관련 환전,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조달 자금 환전 등이 마무리됐다는 이유에서다.

고금리 충격 우려에 정부 움직임도 바빠졌다. 금융당국은 금리를 파격적으로 낮춘 10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연내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이와 관련한 실무 협의를 은행권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기준 NH농협은행의 6개월 변동형 금리는 연 4.49~6.29%이지만, 10년 장기 고정형 금리는 연 6.04~7.74%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4.9~5%대로 고공비행하며 한국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우선 자금 조달 비용 증가에 따른 빅테크의 설비투자 위축 우려가 크다. 차입 부담 탓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투자를 줄일 경우, 반도체 비중이 큰 국내 증시가 흔들릴 수 있다. 또 사실상 무위험의 ‘5%대 투자 대안(미 국채)’이 한국 증시의 매력도를 반감시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과 AI 투자 둔화 가능성 등으로 국내 증시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단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1994년 이후 여섯 차례 Fed 금리 인상기에 코스피는 평균 9.1% 올랐다.

박유미·김다영·김도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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