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배럴 확률 ‘0.0002%’… 尹 ‘대왕고래’ 감사원 “총체적 부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무리한 개입이 있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이 사업은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심해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사 및 시추를 진행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었다.

16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2024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통령실 대면 보고에서 미국 컨설팅 업체 액트지오(Act-Geo)의 유망성 평가 결과를 보고하며 “탐사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해 대외 홍보를 자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대국민 발표’를 일방 통보했고, 그해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참모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국정브리핑을 열어 “최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언급한 ‘최대 140억 배럴’은 7개 유망구조가 모두 가장 낙관적인 확률(P10)로 탐사에 성공한다는 전제하에 단순 합산된 값으로, 7개 구조가 모두 탐사에 성공할 확률은 0.000218%에 불과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시추 계획 수립에도 윤 전 대통령은 적극 개입했다. 2024~2026년 3개공을 석유공사가 단독 시추하고 2028년~2029년 나머지 2개공을 시추하는 계획을 보고했지만, 대통령실은 임기 내(2027년 5월)로 시추 계획을 앞당길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28년 1분기 완료로 일정을 단축한 시추 계획을 보고하며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정무적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라고 질책하며 일정 재수립을 지시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산업부의 대통령실 보고, 대통령의 발표 등과 관련해선 법령과 규정 위반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관련 규정이 없어 대통령실·산업부에 별도 조치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업 집행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한국석유공사는 당시 액트지오 평가 결과를 토대로 7개 유망구조를 도출한 뒤 탐사 자원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된 대왕고래 구조를 시추하기로 했다. 당시 액트지오는 ‘대왕고래 구조’의 지질학적 성공확률(석유·가스 발견 확률)을 19.1%로 예측했고, 이는 2021년 가스 발견에 실패한 ‘방어 구조’의 성공 확률보다도 낮은 것이었다.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분석 방법의 적절성만 확인한 뒤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시추를 추진했다고 판단했다. 또 투자 리스크 위원회 및 이사회의 심의·의결 없이 시추선 용선 용역을 발주하는 등 관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찰을 진행해 약 311만 달러(43억원)의 용선료 절감 기회를 잃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석유공사는 유망성 평가 업체를 선정할 당시 국가계약법을 위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 수행 가능 업체가 20곳임에도 지명 경쟁 입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4곳을 임의로 선정한 뒤 입찰을 해 공정 경쟁을 제한했고, 2단계 경쟁의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도 저해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석유공사의 개발사업 담당 본부에 대한 성과 평가 당시 미달성 지표를 달성한 것으로 잘못 평가해 상위 조직 평가 등급을 받았고, 본부장으로 승진한 임원이 자신이 근무했던 부서 실적을 직접 평가해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챙기는 등 이해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처럼 1차 시추 실패와 정권 교체 등이 맞물리며 좌초 위기에 몰렸던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발 에너지 쇼크가 겹치며 2차 시추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정부는 올해 5월 2차 시추 파트너로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을 선정했다. BP 측은 1차 시추 대상이었던 대왕고래 구조보다는 나머지 유망 구조의 잠재 가치를 더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정부는 민간 자본 투자 유치 차원에서 BP의 지분을 최대 49%까지 인정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시추 비용 부담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2차 시추를 재추진하고 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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