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먹는 임신중지약’ 도입 추진...첫 2년은 병원서 처방·조제

이에스더, 채혜선 2026. 9. 1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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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 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먹는 임신중지약의 정식 도입을 추진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심사를 거쳐 도입하되, 초기 2년간은 의료기관 안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할 방침이다.

성평등가족부·보건복지부·식약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입법이 지연되는 가운데 법 개정에 앞서 가능한 약물 도입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한 총리는 이날 “앞으로는 임신 9주 이하를 대상으로 인공임신중지 약물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필요한 여성이 검증되지 않은 방법에 의존하지 않고, 안전한 의료체계 안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 총리는 “생명의 가치에 대한 우려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인공임신중지에 대한 권장이라기 보다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폭넓게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영희 디자이너


정부가 들여오려는 임신중지약은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정’이다.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하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을 순차적으로 복용하는 제품이다. 1988년 세계 최초로 프랑스에서 출시된 제품명 ‘미프진’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식약처가 수입 품목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며, 임상시험 자료 등을 근거로 임신 63일(9주) 이내에 사용하는 것으로 허가가 신청됐다. 식약처는 약의 안전성과 효과, 품질뿐 아니라 시판 후 이상사례 수집·평가, 안전성 정보 조사, 환자와 전문가 대상 교육자료 등을 담은 위해성 관리계획도 심사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약물을 관리하기로 했다. 환자가 처방전을 받아 외부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는 대신 의료기관에서 직접 약을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후 부작용과 안전성을 평가해 처방·조제 방식의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

정부는 이날 설명자료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 불법 유통과 대체재 성행으로 안전성이 저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의 건강 상태에 따라 수술과 약물 중 선택할 권리가 제한되고, 임신중지 시기가 늦어져 비용 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임신중지약 도입 배경으로 들었다. 성평등부는 약물이 허용되면 “제도화에 따른 사용 실태 파악과 안전한 약물 사용 및 사후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제약사가 허가 심사를 처음 신청한 건 2021년 7월이다. 식약처는 5년 넘게 심사를 미뤄왔다.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지난 7월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약물 허용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지시하면서다.

법제처는 지난달 19일 “모자보건법에 임신중지 방법으로 약물이 명시돼 있지 않아도 임신중지약 품목허가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안전성·유효성 등 허가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면 현행법에서도 허가할 수 있다는 취지다.

■ 법제처 유권해석 내용 (2026년 8월 19일)

「 -모자보건법에 임신중지방법으로 약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도 품목허가 가능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낙태 허용기간을 법률로 정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품목허가를 위해 제출된 자료가 안전성ㆍ유효성 등 품목허가에 필요한 요건을 갖춘 경우, 식약처가 인공임신중절을 효능ㆍ효과로 하는 의약품을 품목허가하는 것은 기속행위에 속함

의료계는 안전관리 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자궁외임신 여부 등을 확인하고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산부인과 전문의의 원내 처방과 사용 후 보고체계 등을 요구했다.

성평등부에 따르면 임신중지약은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허가됐다. 영국은 1991년, 미국은 2000년, 일본은 2023년 도입했으며 2024년 기준 약 100개국에서 허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에스더ㆍ채혜선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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