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1500원대에 샀는데 팔 땐 1300원" 환율 급락의 그림자…수출 대기업 3분기 '비상'

권현지 2026. 9. 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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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불과 두 달 사이 200원 넘게 급락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대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석화업계는 통상 1~3개월 전 사온 나프타로 제품을 만드는데, 1500원대 환율로 비싸게 사온 원료로 만든 제품을 1300원대 떨어진 환율에 달러로 팔아야 하다 보니 마진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달러로 받은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율이 떨어지면, 판매량이 같아도 원화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환율 하락으로 달러로 쌓은 판매보증충당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 장부상 이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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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대 사둔 원재료 1300원대 판매
마진 깎이고 원화 환산 매출 감소
전자부품·석유화학 직격탄, 자동차도 부담 가중
반도체는 AI 슈퍼사이클에 리스크 제한적
가전·방산·조선, 현지화 및 환헤지로 방어

원·달러 환율이 불과 두 달 사이 200원 넘게 급락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대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이 높을 때 비싸게 사둔 원자재로 만든 제품을 환율이 떨어진 뒤에 팔게 되면서 마진이 줄어든 동시에 원화 환산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비싸게 산 부품과 원화 강세… 부품·석화·자동차 타격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율 하락으로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수출 비중이 90%가 넘는 전자부품 업계다. 부품을 비싸게 사온 고환율 시기(1500원대)과 완제품을 파는 시점(1300원대)의 환율 차이가 200원 가량 벌어지면서 손실을 그대로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한 전자부품 기업 관계자는 "펀더멘탈이 견고한 것과 별개로 환율 때문에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달부터 애플의 신형 아이폰 판매가 시작된 만큼,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는 LG이노텍(011070)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모습. 연합뉴스

석유화학 업계 역시 수출 비중이 50~80%로 높아 환율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석화업계는 통상 1~3개월 전 사온 나프타로 제품을 만드는데, 1500원대 환율로 비싸게 사온 원료로 만든 제품을 1300원대 떨어진 환율에 달러로 팔아야 하다 보니 마진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원료비 부담과 이란 전쟁 장기화가 겹쳐 3분기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끝나는 시점을 알 수 없어 공급사와 고객사 모두 장단기 계약 체결 등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라며 "3분기 체감 분위기는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3·4월만큼 안 좋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 자체가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최대 요인"이라고 짚었다.

자동차 업계도 원화 강세에 따른 하반기 실적 부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달러로 받은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율이 떨어지면, 판매량이 같아도 원화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2023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환율 상승으로 현대차(005380)가 약 3조 7000억원, 기아(000270)가 약 4조 30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수혜를 누렸던 만큼, 원화 강세가 장기화하면 반대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완성차 업계의 3분기 타격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환율 하락으로 달러로 쌓은 판매보증충당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 장부상 이익을 얻는다. 다만 4분기부터는 이 효과가 사라져 수출 수익성 악화가 본격 반영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철강, AI 특수·수입가 하락에 한숨 돌려

반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수출 비중이 90% 이상이고 거래 규모가 커 수조원대의 환차손이 불가피함에도 실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구매 비용(달러)이 함께 줄어드는 데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으로 칩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비정상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이 환율 변동을 충분히 견뎌낸다는 설명이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해 내후년 물량까지 모두 판매한 상황이라 전체 수익에서 환율 영향은 미미하다"며 "AI 칩 판가 상승폭이 환율 하락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환율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 비용은 줄어드는 반면, 수출 제품의 원화 기준 매출이 줄어드는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철강 시황 자체가 안 좋았기에 손실 폭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방산·조선은 방어벽

환율 변동에 미리 대비해 타격을 줄인 기업들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제품을 미국,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해외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방식으로 환율 위험을 줄이고 있다. 백승태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최근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6'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등의 변동을 하나의 '상수'로 보고 생산지 조정과 공급망 다변화, 유연한 생산체계 등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방산과 조선 업계는 '환헤지'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등 방산업계는 달러화와 원화 보유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실적 변동폭을 줄이고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도록 내부 환헤지 정책을 펴고 있어 현재 환율 하락 장세가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조선업계 역시 선제적인 환헤지로 수익성을 관리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의 경우 외화 순노출액의 약 75% 수준에서 일관된 환헤지 비율을 유지 중이며, 삼성중공업(010140)역시 파생상품인 선물환 매도를 통해 100% 환헤지 정책을 운용 중이다. 달러 결제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 둔 덕분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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