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어 ‘盧 탄핵’까지 나왔다…李 지지율 추락에 與 내분

오현석, 손성배 2026. 9. 1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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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과 맞물려 여권이 극심한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일종의 금기어로 치부되는 ‘노무현 탄핵’까지 거론됐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유튜브 ‘민주당 TV’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겨냥한 당내 비판에 대해 “(당이)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인데 노무현 대통령 첫 1년에 안팎의 세력이 힘을 합쳐 탄핵하려 했던 시기의 전조와 비슷한 상황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그러는(흔드는) 것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건 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면서였다.

김 대표는 특히 추미애 경기지사를 향해 “사람들이 민주당 중진의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에 대해선 추 지사 본인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여당 안팎에선 김 대표가 ‘노무현 탄핵’을 거론한 건 2004년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던 추 지사를 압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6월 15일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와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국토대전환 관련 광역단체장 당선자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두 사람은 3개월 만인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맞붙었다. 연합뉴스


추 지사는 지난 12일 경기도 민주화운동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해 “대통령이 내란 세력을 징벌해야 하는데, 이들 세력에게 업혀서 전전긍긍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추 지사는 검찰 출신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했던 김지용 변호사를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에 지명된 걸 겨냥해 “한동훈과 한배를 탔던 사람이 초대 중수청장이 된다면 그것이 민주화인가”라고도 했다.

추 지사의 발언에 이은 김 대표의 직격이 이어지자 14일 민주당 내부에선 설전이 벌어졌다. 송영길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추 지사가 검찰 개혁에 집중하셨으니 그렇겠지만, 경기도지사 업무에 좀 충실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비판했고, 친명계 황명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에게나 퍼부었을 법한 극언을 우리 대통령에게 쏟아냈다”고 성토했다.

반면 친청계 한민수 최고위원은 “검찰 개혁은 제대로 진행돼 왔고 제대로 가는 것인지, 사법 개혁과 언론 개혁, 민생 개혁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속도로 가는지 점검해야 할 때”라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청래 전 대표는 김어준씨 유튜브 방송에서 “여러 경로로 확인했는데, 공소청 직제 개편안은 대통령 뜻이 아니었다”면서도 “호시탐탐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검찰에 의해 뒤통수를 맞은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이러한 여권 내 갈등은 이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11일 진행해 14일 발표한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의 무선전화 자동응답(ARS)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긍정 평가는 33.8%로 9주 연속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63.3%로 첫 60%대를 기록했다. 지난주와 비교해 긍정은 3.6%p 빠졌고, 부정은 3.8%p 올랐다.

정근영 디자이너


연령별로는 18~29세 지지율이 전주 대비 10.2%p 떨어진 18.6%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20대 남성(19.6%)과 20대 여성(17.6%) 모두 지지율이 10%대를 기록했는데, 20대 남성의 긍정 평가는 19.6%로 직전 조사보다 1.8%p 소폭 떨어진 반면 20대 여성 긍정 평가는 19.3%p 대폭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9.1%p)과 대구·경북(-6.8%p)은 물론 광주·전북(-5.5%p)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49.3%)에서 8.0%p, 보수층(13.7%)에서 5.5%p 하락했다. 리얼미터는 “개각 인선 논란과 호르무즈 파병 검토,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 등 국정 현안에 대한 부정 여론이 확산한 데다 진보층의 이탈까지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집토끼’ 지지율이 하락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당초 이 대통령은 8·30 개각을 통해 민주당 친문계와 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 등 ‘왼쪽’을 껴안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용 후보자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으로 20대·여성층이 크게 이탈했다. 여기에 당내 강경파가 검찰 출신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지명에 반발하며 진영 분열이 계속되고 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대표는 “최근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 현상은 수도권·중도층뿐 아니라 이른바 ‘텃밭’으로 불리던 호남권·진보층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프랑스 국빈 방문을 마친 직후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을 지시하는 등 여전히 진영 균열 최소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 후보자 역시 14일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형사사법 개혁의 대원칙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저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이뤄진 첫 검찰 인사에서 좌천됐다” 등 해명에 주력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전날 고위당정에선 이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따라 공소청 ‘사법통제부’ 명칭을 ‘불송치 사건 심판부’로 변경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론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당내 비판을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여전히 김 후보자에 대한 비토론이 강하다”고 전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연구원장은 14일 소셜미디어에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해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를 적으로 쳐내고 ‘뉴이재명’을 중심으로 한 ‘구조적 다수’ 구성 전략의 결과”라고 했다.

여권에선 이 대통령이 진솔하게, 국민의 목소리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직언도 나왔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찌꺼기를 남기지 말고 털어내야 한다. 공소 취소, 연임 개헌 등 국정 운영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특히 그러하다”며 “최근 여론 악화의 본질은 신뢰 기반이 무너진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질에 해당되는 부분에 대해선 ‘너무 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래야 떠난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석·손성배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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