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두고 가자”…파주 냉동창고 살해, 500억 노린 계획이었다

전익진, 전율 2026. 9. 14. 17: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냉동창고 살해 피의자가 탄 호송차량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파주시 카페 냉동창고에 60대 여성을 가둬 살해한 30대 카페 사장은 대량의 상품권을 거래하는 과정에 위조된 상품권임을 들킬 것에 대비해 냉동창고를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14일 피유인자 살해와 유가증권 위조·행사 등 혐의로 30대 카페 사장 A씨를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A씨의 신상정보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500억원 상당의 가짜 상품권을 팔아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해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을 냉동창고에 유인해 감금하는 등 행위, 계획 범행”


경찰은 여성을 냉동창고에 유인해 감금하는 등의 행위로 볼 때 계획된 범행으로 보고 있다며 보강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냉동창고는 이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방해가 될만한 인물을 가둘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었는지와 살해 의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경찰은 “수사 중”이라고 했다.
경기 파주시의 한 카페 냉동창고에서 60대 여성 시신이 얼어붙은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은 피의자로 30대 카페 사장을 검거해 구속 상태로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7일 사건이 발생한 카페의 모습. 내부 사정으로 인해 휴무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A씨는 피해자를 가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해 의도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 초기에 혐의를 인정하다가 “당황해서 냉동창고 문을 닫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범행의 계획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건 당일 피해자를 처음 만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감금한 냉동창고, 지난달 말 설치


A씨는 지난달 3일 냉동 컨테이너 업체에 최초로 연락해 대여 문의를 한 후 같은 달 25일에 1개월 기간으로 임차 계약하고 이틀 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지난 7월 중순부터 냉동창고를 준비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피해자 B씨가 창고에 들어가기 전 B씨의 휴대전화를 받아 보관한 것도 계획범죄의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범행 당일 오전 파주 시내에서 B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워 데려온 A씨는 피해자를 창고로 유인하면서 “휴대전화를 밖에 두고 가자”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위치 노출을 피해야 한다”며 휴대전화를 차량에 두고 내리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차량 대시보드 위에 두게 해 B씨의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해 버린 것도 계획범죄 정황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이후 피해자 휴대전화가 잠시 켜졌을 때 잡힌 위치들은 고양시 등지이고 이는 A씨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카페 사장 A씨는 범행 직후 생성형 AI에 관련 질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 3일 오전 11시쯤 여성을 자신이 직접 업체에 연락해 임차한 냉동창고에 가둔 뒤 ‘냉동창고에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되나’라는 취지의 질문을 AI에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카페 냉동창고는 영하 18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내부에서는 문을 열 수 없는 구조였다. A씨는 피해 여성을 가둔 시점을 전후로 냉동창고에 여러 차례 방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남성이 범행 직후 감금한 피해자의 구체적인 상태 변화에 대해 알아보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새로운 거래처를 물색하던 중 지인인 C씨가 대리인을 맡은 ‘큰손’이 대량의 상품권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래를 시작했다. A씨는 자신 역시 상품권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는 보유자의 대리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보유자는 허위의 인물로 A씨는 자기 말에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이런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거래를 준비하며 A씨는 지난달 말 냉동창고를 임차해 자신의 카페 앞마당에 설치하고 상품권을 이 창고에 넣어뒀다. 거래가 진전되며 ‘큰손’의 대리인이라고 하는 B씨가 냉동창고에 있는 상품권을 감정하는 단계가 된다. 그런데 A씨는 C씨에게 “내가 대리하고 있는 상품권 보유자가 상품권 감정 등 중간 역할로 여성이 편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6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경기 파주시 문산읍의 한 카페 포털 사이트 휴무 관련 공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에 C씨는 지인인 피해 여성 B씨에게 상품권 감정 등 역할을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까지 B씨는 피의자 A씨와 일면식도 없었다. 거래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B씨는 C씨와 함께 파주시로 이동했고 이후 A씨를 만나 파주시 소재 카페로 가서 냉동창고에 들어갔다. B씨는 지시받은 대로 A씨의 전화기로 영상통화 방식을 통해 상품권을 촬영했다. 그러다 갑자기 A씨가 B씨만 창고에 남겨둔 채 문을 닫고 나와 버렸다. 영하 25도로 설정된 냉동창고에 갇힌 B씨는 만 하루가 지나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까지 공범은 확인 안 돼”


현재까지 살해에 공범이 가담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위조 등 상품권 거래 과정에 A씨와 피해자 사이에 중간 역할을 한 B씨에 대해서는 유가증권 위조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C씨가 대리한다고 한 ‘큰손’의 존재 등 상품권 거래와 관련한 공범의 존재에 대해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계획 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처음부터 살해까지 계획했는지는 보강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피해자 살해 행위에 관한 공범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일 파주시 문산읍의 한 카페 냉동창고에서 실종된 60대 여성 B씨의 시신을 발견했으며, A씨를 피유인자 살해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지난 3일 오전 일면식도 없던 B씨를 자신의 카페로 유인한 뒤 냉동창고에 약 27시간 동안 가두고 내부 온도를 영하로 설정해 저체온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사건 송치 이후에도 A씨의 살해 의도에 대해 계속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전익진·전율 기자 ijj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