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터] 아산나눔재단이 15년간 소셜섹터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이유

2026. 9. 1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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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우수 사회공헌 프로젝트 특별기획]
이봉주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원장 인터뷰

이봉주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원장은 “소셜섹터의 인적 역량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교육과 훈련, 투자를 통해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수열 기자

“한 분야를 책임지는 사람들의 역량이 그 분야의 질적 수준을 결정합니다.”

이봉주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원장은 소셜섹터의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사람’을 꼽았다. 이런 문제의식은 아산나눔재단이 2013년 시작한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Asan Frontier Academy·AFA)’의 출발점이 됐다. 당시는 고용 불안과 복지·돌봄 등 복잡해진 사회문제에 대응할 주체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었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관련 조직이 급증하면서 소셜섹터의 외연은 빠르게 넓어졌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인 이봉주 원장은 AFA의 출범부터 함께했다. 그는 “양적 성장이 생태계의 질적 성숙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생태계를 이끌 사람, 그중에서도 각 조직의 ‘중간관리자’에 주목해 이들을 차세대 리더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AFA 대상은 비영리 조직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중간관리자와 비영리스타트업 (예비)창업자 등이다. 2023년부터는 소셜벤처, CSR 관계자 등 사회혁신 의지가 있는 영리 조직 현직자로 대상을 넓혔다. 지난해까지 314개 기관 소속 427명이 과정을 수료했다. 최근에는 소셜섹터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한 공로로 더버터의 ‘2026 우수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AFA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현재 원장을 맡은 이 교수를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아산나눔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람을 키워 사회문제를 풀다

Q : AFA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A : “2011년 아산나눔재단이 창립될 때 설립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재단이 어떤 사업을 할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셜섹터 중간관리자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후 프로그램의 명칭과 교육 내용, 목적 등을 함께 정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됐다.”

Q : 대표나 신입이 아닌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A : “대표급은 이미 자신만의 방식이 정착돼 있을 수 있고, 신입은 아직 축적한 경험과 자원이 부족할 수 있다. 중간관리자는 일정 수준의 역량과 현장 경험을 쌓았으며, 성장할 시간과 가능성도 충분하다. 교육 흡수력이 높고 배운 것을 현장에 적용할 가능성도 크다.”

Q : AFA는 비영리 분야에서도 ‘기업가정신’을 강조해 왔다.

A : “13년 전만 해도 소셜섹터에서는 전략, 기획, 평가 같은 단어를 낯설게 여겼다. ‘좋은 일 하면 되지, 무슨 전략이냐’는 인식도 있었다. 아산나눔재단은 처음부터 소셜섹터와 기업가정신의 결합을 강조했다. 여기서 기업가정신은 영리 추구를 뜻하는 게 아니다. 도전 의식과 혁신성, 공동체의 목적을 이루려는 리더의 정신이다. 다만 소셜섹터에서는 그 출발과 목적이 공익성에 있어야 한다.”
AFA는 매년 36명 내외의 수강생을 선발한다. 수강생들은 7개월 동안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한 전략과 브랜딩, 임팩트 측정·관리 등을 배우고, 팀을 구성해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조직 내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웠던 주제를 자유롭게 제안한다. 교육 후반부에는 프로젝트 주제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해외 기관들을 직접 방문하는 ‘글로벌 스터디’를 진행한다. 현지 사례를 살펴보고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프로젝트의 해결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비용은 아산나눔재단이 전액 지원한다.

Q : 지난해까지 약 70개의 팀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A : “혁신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사각지대를 먼저 발견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솔루션과 문제를 연결하는 것도 혁신이다. 실제로 AFA에서는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던 문제를 한발 앞서 포착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사례가 많다. 은둔·고립 청년, 미등록 이주아동, 영케어러, 느린학습자 등이 본격적인 사회 의제로 떠오르기 전에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했다. 최근에는 남성 난임, 동물복지 돼지고기, 난청인의 공연 접근성처럼 아직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문제를 다루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

400명의 리더가 만드는 다음 생태계

Q : 누적 수료생이 400명이 넘는다. 이들이 소셜섹터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A : “긴 교육과정 동안 함께 배우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가다 보면 수강생 간 관계가 굉장히 끈끈해진다. 그 기간에 형성된 관계가 졸업 후에도 이어지는 훌륭한 자본이 된다. 졸업생들은 자발적으로 동문 네트워크 ‘엔스퀘어(N_SQUARE)’를 만들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동문들이 매년 현장의 의제를 발굴해 개최하는 ‘N포럼’도 그 활동 중 하나다. 서로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일이 각자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그것이 다시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지속되는 것 같다.”

Q : 미래 소셜섹터에는 어떤 리더가 필요할까.

A : “세 가지를 꼽는다면 공공성, 혁신성, 협업할 수 있는 역량이다. 특히 지금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앞에서 끌고 가는 것만이 아니다. 동료와 함께 일하고 성장을 도우면서 조직 전체를 성장시키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나를 더 꼽는다면 변화에 대한 수용성과 적응력이다. 기술 변화가 너무 빠르다. 변화를 인지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의 활동과 생각을 계속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Q : 앞으로의 계획은.

A : “환경 변화에 맞춰 프로그램을 계속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다. 지역과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전주·대전·부산 등 비수도권에서 7개월 정규과정을 5일로 압축한 단기 AFA를 운영한다. 이를 계기로 지역 활동가들이 정규 과정으로 들어와 AFA 구성원이 더 다양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또 하나의 방향은 글로벌화다. 해외 사례를 보고 배우기 위한 글로벌 스터디는 1기부터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국내 소셜섹터가 발전하면서 일방적 배움을 넘어 한국의 문제해결 경험과 솔루션을 해외 기관과 나눌 수 있는 기반이 커졌다. 그동안 수강생들이 축적한 해외 네트워크도 상당하다. 이를 체계화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 나아가 글로벌 소셜섹터의 차세대 리더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으로 AFA가 발전하면 좋겠다.”

최지은 더버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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