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이 오자, 마을에 새로운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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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말 나이 오십 넘도록 이런 세계가 있는 줄 몰랐어요."
내가 요즘 하고 있는 '경기 중장년 인턴(人-Turn)캠프' 참가자가 프로그램을 마치고 건넨 소회다.
인턴캠프가 중장년 개인의 전환을 돕는 동시에 마을의 관계자본을 키우는 이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을이 필요로 하는 것과 중장년이 내어줄 수 있는 것이 만나는 지점을 조금 더 넓혀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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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인]
"전 정말 나이 오십 넘도록 이런 세계가 있는 줄 몰랐어요."
내가 요즘 하고 있는 '경기 중장년 인턴(人-Turn)캠프' 참가자가 프로그램을 마치고 건넨 소회다.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로컬, 관계인구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익숙하지만, 이들에게는 새로운 발견이자 인생 후반을 상상하는 또 다른 재료가 된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중장년을 '인생의 정오(The Noon of Life)'라 불렀다. 더 이상 청년도, 그렇다고 노인도 아닌 시기. 일터에서는 은퇴가 다가오고 가정에서는 자녀와 부모를 함께 돌봐야 하는 중장년은 삶의 큰 변화를 맞는다. 그래서 생애전환기라 부른다.
하지만 전환은 쉽지 않다. 살아온 경험과 가치관,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수십 년간 반복해온 관계와 일상을 그대로 둔 채 '다른 삶'을 상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 갭이어(Gap Year) |
| 대학 입학이나 졸업 후 자원봉사, 인턴십 등의 활동을 여행과 결합하여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충전하는 시간을 의미. 해외에서는 '그레이 갭이어', '골든 갭이어' 등 갭이어가 청년기에 국한되지 않고, 인생 전환기·이행기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어 활용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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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1] 경기도 중장년 인턴(人-Turn)캠프 2025년 경기도에서 전국 최초로 추진한 중장년 대상 갭이어(Gap Year) 프로그램으로, 지역과 연계한 런케이션(Learning+Vacation) 방식을 통해 생애전환기 일과 삶의 재설계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
| ⓒ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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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 ‘경기도 중장년 인턴(人-Turn)캠프’ 참가자들 모습 |
| ⓒ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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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3] 가야4리 ‘마을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 ⓒ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
이처럼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이후에도 지역을 찾고 지역 협동조합에 가입했으며, 참여자들끼리 자치회를 꾸려 관계망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일에 도전할 힘을 얻었다", "삶의 후반부를 어떻게 채울지 감각이 생겼다", "나이와 상관없이 내 재능이 쓰일 수 있음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지역에는 사람이 없어 난리인데, 도시에는 자발적·비자발적으로 조기 퇴직한 중장년 인구가 늘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활력이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필요한 곳과 역량 있는 중장년을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지역이 끌어들이려는 대상은 청년이거나 귀농·귀촌을 결심한 사람으로 좁혀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귀농·귀촌은 많은 준비와 큰 결심이 필요하다. 그 사이, 중장년이 조금 더 가볍게 지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선택지가 필요하다.
갭이어든 한 달 살기든 지역 사람들과 어울리고 함께 무언가를 해볼 수 있다면 좋다. 지역에는 사람이, 중장년에게는 새로운 활동이 채워지면서 양쪽 모두에게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가치와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중장년에게 지역에서 얻은 경험과 관계망은 자신이 돌아간 동네에서도 새로운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위기 속 DMZ 토종씨앗 지키기' 프로젝트 참가자가 지역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사는 동네의 평생교육원과 주민자치센터에서 토종씨앗 홍보 활동을 시작한 것이 한 사례다. 그는 그 과정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알게 되었고 "도시 아파트에도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주민 활동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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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4] 2025 베이비부머 인턴(人-Turn)캠프 참가자들 |
| ⓒ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
그럼에도 사업이 이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참가자들이 직접 쓴 에세이였다. 백여 명에 가까운 참가자들이 사업에 참여하며 무엇을 느끼고 발견했는지를 자신의 언어로 기록했고, 그 이야기가 이 사업의 필요성과 의미를 설명했다.
이 캠프가 보여준 것은 사람과 지역을 잇는 일에는 시간과 관계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마을공동체를 비롯한 사회연대경제의 힘은 기존 경제가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관계자본과 신뢰자본에서 나온다. 인턴캠프가 중장년 개인의 전환을 돕는 동시에 마을의 관계자본을 키우는 이유다.
이제 필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관계가 이어질 수 있도록 참여자와 자신이 사는 지역의 마을공동체를 연결하는 후속 매칭 체계다. 지역에서 얻은 경험이 낯선 마을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돌아온 동네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장년이 지역에서든, 돌아온 자신의 동네에서든 마을공동체의 새로운 구성원이자 활력이 될 수 있도록.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을이 필요로 하는 것과 중장년이 내어줄 수 있는 것이 만나는 지점을 조금 더 넓혀가는 일'이다.
중장년이 지역에서든, 돌아온 자신의 동네에서든 마을공동체의 새로운 구성원이자 활력이 될 수 있도록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둘이 만나는 지점을 조금 더 넓혀가는 일이다. 때가 되면 태양이 서쪽으로 향하듯, '전환'이라는 단어의 함의를 다시 곱씹게 되는 이유다.
더 많은 기사보기 https://수요일엔마프.qaa.kr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패스파인더비콥(주) 사업기획실장입니다. 이 기사는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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