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또 봐”…피터팬 아빠, 아들 보이는 나무 아래에 잠들었다

김은빈 2026. 9. 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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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캡처

중증 자폐 아들을 20년간 홀로 키워오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피터팬 아빠’ 고(故) 전경철 작가가 생전 그토록 사랑했던 아들을 지켜볼 수 있는 곳에서 편안히 잠들었다.

고인의 책 『안녕, 피터팬』을 출간한 출판사 ‘이야기장수’의 이연실 대표는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서 “어제 전경철 작가님을 보내드리고 돌아왔다”며 “전경철 작가님이 가장 사랑하고 보고 싶어할 이들 곁에 모시느라 두 군데를 다녀왔고 다녀오니 한밤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토록 그리워했던 피터팬 아들이 살아가고 노는 모습 보시라고 아드님 전제원님이 잘 보이는 양지바른 나무 아래 수목장을 했다”며 “MBC ‘실화탐사대’ 방송에서 피터팬에게 ‘또 봐…아들, 또 올게’라고 하셨는데, 다시 돌아와 이제 피터팬 아들이 땅을 딛고 걷는 소리, 공 차는 소리, 숨소리, 나무 아래서 모두 들으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생전에 각별히 좋아하셨다는 티라미수 케이크와 최근 들어 몸이 아파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실 때도 유일하게 드셨다는 자두, 그리고 평소 좋아하셨는데 아프신 이후로 드시지 못한 빨간 뚜껑 소주를 올렸다”며 “전경철 작가님의 어머님, 아버님이 계신 공주로 또 넘어가 어머님 아버님 옆의 소나무에 모셨다”고 전했다.

사진 이연실 이야기장수 대표 인스타그램

이 대표는 “피터팬 아들을 떠올릴 때마다 아들처럼 따라서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짓던, 그리고 유머를 좋아하던 전경철 작가님”이라며 “그러나 방송이나 인터뷰, 북토크를 할 때마다 작가님은 같은 대목에서 늘 우셨다. 내 아들은 살 곳을 찾았지만, 1000개의 시설로부터 거절당해 돌아나오던 피터팬 아빠와 피터팬처럼 지금도 살 곳과 살 길을 찾지 못해 울고 있는 장애인 가족들이 있을 거라고, 그때의 설움과 아픔을 잊을 수 없다고, 제발 다시는 아무도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게 해 달라고”라고 했다.

이 대표는 “입관식과 화장장에서 많이 울고 화장이 진행되길 기다리는 동안 혼자 걷다가, 소망의 나무라는 것을 발견했다. 작가님의 너무도 아름다운 꿈이었던 피터팬재단과 네버랜드 마을, 전경철 작가님은 돌아가셨지만 우리들이, 피터팬의 사람들이 지켜내고 이뤄가게 해달라고 썼다”면서 “전경철 작가님이 ‘나 죽으면 내 꿈 물거품 될까 봐 걱정했는데 남은 사람들이 내 꿈 더 잘 지켜내고 있다’며 환히 웃는 영정사진처럼 하늘나라에서 어머님 곁에서 웃으실 수 있도록 저도 제 역할을 기필코 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경철 작가님의 아름다운 꿈의 여정, 그 말석에서나마 따라다닐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전경철 작가님께서 남겨두신 유고는 내달 출간하겠다. 유고 역시 인세 수익은 100% 반드시 피터팬재단에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철 작가는 간암 투병 끝에 지난 6일 63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정신 연령이 2~3세에 머물러 있는 중증 자폐 아들을 20년 넘게 홀로 키워왔다.

전 작가는 지난해 4월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홀로 남겨질 아들을 위해 전국 시설 1000여곳을 돌아다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의 간절한 사연은 에세이집 『안녕, 피터팬』과 MBC ‘실화탐사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을 통해 알려졌고, 도움의 손길이 이어진 끝에 전 작가의 아들은 충북의 한 발달장애인 자립 시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 작가는 생전 마지막 영상 편지를 통해 “제 생애 마지막 여정이다. 중증장애인들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네버랜드 마을’ 건립과 이를 위한 ‘피터팬재단’ 창립을 위해 수많은 분이 함께 걷고 있다. 이 길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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