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마담 출신, 정계 연줄 과시했다”…김승원 ‘후배’라던 양씨 누구

김정재, 이아미 2026. 9. 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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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가 브로커 양모씨와 찍은 셀카. 양씨는 지난 2019년 11월 이 사진을 본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했다. 사진 독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코로나19 신약의 임상시험 관련 민원을 한 브로커 양모씨의 과거 행적을 두고 연일 논란이 거세다. 김 후보자가 양씨의 부탁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정작 신약 개발을 주도한 제넨셀 창업자인 강모 교수와는 대면한 적도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김 후보자는 지난 7일 양씨를 “음식점·카페 같은 곳에서 만난 친한 후배”라며 “경희대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성공한 여성 기업가”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양씨를 아는 다른 사람들은 “양씨의 과거는 김 후보자와의 평가와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대체 뭘 하는 사람이길래 현직 국회의원이 바로 발 벗고 나서느냐”는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다양한 논란으로 증폭되고 있다.


김 후보자와는 어떻게 만났나


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양씨와 김 후보자의 인연은 2004년에 시작된다. 김 후보자는 지난 7일 양씨를 “법조인이 잘 가는 음식점·카페 같은 곳에서 처음 손님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당시 판사였다. 양씨는 과거 소셜미디어(SNS)에 김 후보자를 “나의 영원한 멘토”라고 적기도 했다. 이후 김 후보자는 2013년엔 양씨의 유흥주점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 변호를 직접 맡았다.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제약사의 '식약처 민원'을 전달한 브로커 양모씨(왼쪽)와 함께 찍은 사진. 김 후보자 오른쪽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양씨에게 부탁한 제약사 대표의 영장을 기각한 판사 정모씨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당시 양씨는 강남구 청담동에서 한 유흥주점을 운영했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관련 판결문에 따르면 양씨가 운영하던 곳은 “‘바텐 더’로 불리는 유흥접객원들이 테이블을 옮겨가며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술을 마시는 곳”이라고 기재돼 있다. 양씨 회사의 전직 직원은 통화에서 “업계에서 양씨는 술집의 ‘마담’ 출신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며 “정계에 연줄이 있다는 점을 주변에 과시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실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공개한 양씨와 제약업체 관계자 문자에 따르면 양씨가 최재성 전 정무수석과 송영길 의원 등과 친분을 과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를 두고 야권은 김 후보자에 대해 “술집 마담 정치나 하는 장관 후보”(홍준표 전 대구시장)라고 비판했다. 정광재 전 국민의힘 대변인도 CBS 라디오에서 “(김 후보자가 처음 만났다고 주장하는) 카페에 자주 가봤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제보를 주고 있다”며 “건전한 곳이 아니라는 점은 국민이 다 알고 계실 것이다. 후보자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양모씨의 수상 이력. 네이버 캡처


양씨는 이후 2014년 여성용품 제조기업인 ‘구스타’를 창업하고 사업가로 변신한다. 여성용품과 화장품을 주로 다루던 구스타는 이후 바이오 연구 쪽으로 활동 영역도 넓혔다. 그가 포털사이트에 올린 이력에 따르면, 2019년부터 5년간 환경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국회 여성가족위원장·보건복지위원장 표창 등을 받았다 소개돼 있다.


성공한 사업가? 정치 브로커?


2020년 대학원에 진학한 양씨는 같은 대학에서 강 교수를 알게 됐고 사업 파트너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넨셀이 코로나 치료제 임상 승인을 추진하게 되면서 식약처의 승인을 위해 2021년 9~10월 집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이 과정에서 양씨에게 부탁을 받고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던 김강립씨에게 신속한 임상시험 승인을 요청했다.

서울서부지법은 2024년 강 교수(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게 “코로나19에 감염시킨 햄스터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음에도 실험한 것처럼 자료를 꾸몄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제넨셀이 양씨의 도움을 받아 투자를 받고, 제넨셀이 그 돈으로 양씨 업체에 투자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판시했다. 당시 양씨가 운영하던 구스타는 자본 잠식 위기를 겪으며 파산 직전 상태였다.

김승원(오른쪽) 법무부 장관 지명자와 지인 양모(왼쪽)씨가 지난 2023년 4월 경기 수원시 장애인의날 기념행사에서 양 씨가 대표이사를 맡은 회사의 제품 홍보 사진을 함께 찍은 모습. 양씨 회사 보도자료


2021년 양씨를 처음 만났다는 전직 직원 A씨는 중앙일보에 “양씨가 첫 만남 때부터 신약 투자 이야기를 했고, ‘투자금은 10억이 넘을 수도 있다’며 입단속을 시켰다”며 “그 이후 청와대에 있던 사람(김 후보자)을 통해 식약처에 청탁을 했다고 말했고, ‘나 아니면 절대로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양씨가 상당히 조급해 보였고, 현실에서 ‘보건 농단’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낮다는 생각에 반신반의했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강 교수가 2021년 12월 양씨 회사에 6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를 두고 야권에선 “‘성공한 로비’의 대가”(한동훈 의원)라고 비판중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지연된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는 취지로 식약처장에게 딱 한 번 전화하고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양씨는 당시 경희대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며 “성공한 여성 기업가로서 존중하고 또 친한 후배로서 지내왔다”고 덧붙였다.


“박사 과정 논문도 표절”


이와 관련 A씨는 “양씨의 석·박사 학위에도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양씨의 박사학위 논문의 참고문헌 중 5건이 위조 또는 허위로 기재돼 있다고 한다. 양씨가 박사학위를 받은 시점은 뇌물공여약속죄와 알선수재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2025년 8월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간판. 영등포서 제공

A씨는 최근 경희대 연구윤리센터와 교육부에 관련 제보를 했고, 경희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지난달 27일 A씨에게 “양씨의 연구부정행위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A씨는 또 “당시 지도교수인 이모 교수가 양씨의 편의를 봐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의원은 양씨의 청탁을 해결해 준 김 후보자의 행동이 “전형적인 공적 권력의 사적 남용”이라며 “룸살롱 여동생 대박 나게 해주려고 독약 승인 로비한 것이 사실이지만 잘한 일이라는 민주당과 이거 다 알면서도 김승원을 지명한 이재명 대통령은 부패한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2024년 12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김 후보자의 ‘신약 청탁 의혹’ 사건은 재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경찰청은 관련 고발 사건을 8일 영등포경찰서에 배당했다. 영등포서는 법리 검토를 마치고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 후보자에게 신약 승인을 청탁하고 후원금 500만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혐의(뇌물공여약속)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양씨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재판을 연기해달라고 이날 서울서부지법에 요청했다.

김정재ㆍ이아미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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