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찾은 이창동 "'가능한 사랑'은 영화와 인간관계에 대한 질문"

류지윤 2026. 9. 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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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신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복귀한 이창동 감독이 '가능한 사랑'을 통해 영화의 존재 이유와 변화한 인간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 전도연, 조여정, 조인성은 6일(현지시간) 오후 12시 40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는 '가능한 사랑'을 비롯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룩 백', 마틴 맥도나 감독의 '와일드 호스 나인',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버킹 패스터드',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벙커' 등 20편이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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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이창동 매직"·전도연 "또 다른 성장의 시간"

8년 만에 신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복귀한 이창동 감독이 '가능한 사랑'을 통해 영화의 존재 이유와 변화한 인간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 전도연, 조여정, 조인성은 6일(현지시간) 오후 12시 40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 분)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분),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분)와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 분),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서로의 삶과 감춰둔 욕망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버닝'(2018)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이창동 감독의 장편 신작으로 오정미 작가와 함께 각본을 썼다.

이창동 감독·조인성 ·조여정 ·전도연 ·설경구ⓒ뉴시스/AP

이창동 감독은 "'버닝' 이후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그동안 우리의 삶이 아주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며 "코로나19를 겪으며 사람들이 극장에 오지 못하는 시간도 있었고, 인간관계 자체가 본질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시대에도 영화가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이어줄 수 있는지, 우리는 어떤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오정미 작가와 오랫동안 이야기했다"며 "'가능한 사랑'에는 영화에 대한 고민과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23년 만에 이창동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설경구는 "'박하사탕'과 '오아시스' 이후 다시 함께하게 돼 감격스러웠다"며 "작업 방식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제 마음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긴장감과 압박감 때문에 힘들고 도망가고 싶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오히려 그 감정이 그리워졌다"며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제 모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감독님이 특별히 배우를 힘들게 하거나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더 집중하게 되고 더 고민하게 된다"며 "저는 그걸 '이창동 매직'이라고 부른다"고 웃었다.

현장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현장이 무겁고 긴장감이 컸다면 이번에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즐거웠다"며 "함께한 배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밀양'을 함께하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생각을 비우고 열린 마음으로 현장에 갈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준비였다"라며 "'밀양'을 찍을 때 감독님께서 '조금이라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당시에는 그 의미를 몰랐다. 작품이 끝난 뒤에야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돌아봤다.

전도연은 "이번 작품 역시 또 다른 작은 성장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며 "성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 감독님뿐 아니라 동료 배우들과 깊은 동료애를 느낀 것이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배우를 하면서 과연 이창동 감독님 영화에 출연할 수 있을까 상상도 못했다"며 "제가 정말 좋아하는 두 선배와 함께 작품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는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인데 이번에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연기하며 카메라 뒤에서 사람들의 삶을 담는 입장을 경험했다"며 "배우라는 직업이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느꼈고, 어떤 순간에는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다는 감정까지 들었다.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인성은 "감독님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선배님, 그리고 함께 연기하고 싶었던 조여정 배우와 작업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며 "촬영이 끝난 뒤 이 현장이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래 잔향이 남는 영화였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 속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가 자신의 고민과 가장 맞닿아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지는 촬영 대상과 자신의 관계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이라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 제 정체성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시절 소설가로 활동하던 때부터 같은 질문을 품어왔다고 했다며 "노동자든 소수자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학생들이든 그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늘 '나는 그들에게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 '얼마나 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영화를 만드는 지금도 그 질문은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 감독의 이야기이지만 기자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타인의 삶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며 "자신의 일이 점점 의미를 잃어가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갈 것인지 관객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올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는 '가능한 사랑'을 비롯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룩 백', 마틴 맥도나 감독의 '와일드 호스 나인',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버킹 패스터드',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벙커' 등 20편이 초청됐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배우 겸 감독 매기 질렌할이 맡았다.

이창동 감독이 베니스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은 '오아시스'(2002) 이후 24년 만이다. 당시 '오아시스'는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을 수상했고 배우 문소리는 신인배우상인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상을 받았다. 한국영화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경쟁부문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지 못하고 있어 '가능한 사랑'이 그 계보를 이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편 '가능한 사랑'은 국내에서는 오는 23일 일부 극장에서 먼저 관객과 만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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