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마음껏 예뻐져라” 너스레…3만 ‘영웅시대’ 울고 웃었다

최민지 2026. 9. 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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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콘서트. [사진 물고기뮤직]


그의 이름이 곧 장르였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 2(IM HERO-THE STADIUM 2)’ 콘서트를 연 임영웅은 약 3시간 동안 트로트부터 댄스, 모던 록, 라틴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29곡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육각형 가수’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호소력 짙은 중저음으로 관객을 울리다가도, “마음껏 예뻐져라”고 너스레를 떨며 금세 팬들을 웃게 했다.

5일 오후 6시30분부터 열린 공연의 첫 곡은 그의 데뷔 곡인 트로트 발라드 ‘미워요’. 전주가 흘러나오며 흰 수트에 머플러를 둘러멘 임영웅이 등장했다. 오른쪽 귀에는 영웅시대 로고 모양의 하늘색 인이어를 착용하고 있었다. “10년 전 데뷔의 마음가짐으로 불렀다”는 그의 말에 ‘영웅시대(팬덤명)’ 3만여명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큰 환호를 보냈다.

다소 차분했던 분위기는 록 버전으로 편곡된 임영웅의 발라드 히트곡 ‘사랑은 늘 도망가’ ‘모래 알갱이’로 금세 반전됐다. 그는 트로트 특유의 꺾기 창법을 잠시 접어둔 채 무대를 뛰어다니며 시원하게 고음을 내질렀다.

임영웅 콘서트를 보러 고양종합운동장에 모인 팬들. [사진 물고기뮤직]

이날 임영웅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맞춘 톤앤매너를 선보였다.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 ‘홈’ ‘히어로’ ‘보금자리’ 같은 트로트 댄스, ‘바일라(Baila)’ ‘또또’ 등 라틴팝을 선보이며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활동적인 안무를 소화했다. ‘나는야 히어로’ ‘얼씨구’ 등을 부르면서는 랩까지 했다.

그러나 주특기는 역시 말하듯 내뱉는 중저음이었다. 임영웅이 한 트로트 가수 오디션 프로에서 자신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각인시킨 김광석의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부를 때가 그랬다. 임영웅이 첫 소절 “곱고 희던 그 손으로”이라는 가사를 읊자마자 관객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노래가 후반부로 향해가며 임영웅도 감정이 격해진 듯 눈시울이 붉어졌다.

임영웅 콘서트. [사진 물고기뮤직]


이날 임영웅은 오는 8일 발매하는 스페셜 디지털 앨범 ‘아임 히어로 10(IM HERO 10)’ 10곡 전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작곡과 작사에 모두 참여한 ‘또또’에 대해선 “최근 라틴팝을 즐겨 돋고 있는데, ‘~또(to)’로 끝나는 스페인어 단어들이 재밌어서 붙인 제목”이라며 “반려견 ‘시월이’의 이름이 스페인어(옥토브레)로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뉴욕’은 “함께 여행을 간 친구들이 가사의 아이디어를 줬다”는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가 작사에 참여한 ‘부디 행복해질 것’ 순서에서는 최대 인원이 무대에 올랐다. 밴드, 코러스 등 10여명뿐만 아니라 임영웅의 모교인 경복대 학생 35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참여했다. 이들은 “부디 슬프지 않고/그대 아름다울 것/이제 어둡지 않고/매일을 찬란할 것/감히 행복해질 것/함부로 더 예쁠 것”이라는 후렴구를 임영웅과 함께 불렀다.

노련한 무대 매너는 임영웅 공연의 묘미였다. 그는 3시간 내내 관객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노래했다. ‘사랑해 진짜’를 부르기 전에 그는 “아시다시피 제 공연 게스트가 없다. 만약초대할 수 있다면 딱 한 팀만 초대하고 싶다”며 영웅시대를 지목, 떼창을 자연스레 유도하기도 했다. 전면 무대·스크린을 중심으로 돌출된 ‘ㅈ’ 모양의 무대 디자인 역시 관객석에 더 다가가기 위한 장치였다. 임영웅은 넓은 무대를 오가며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노래했다. 이밖에 공연장 상공에서 1000대가 동원된 드론 쇼, 신나는 곡마다 터진 불꽃놀이도 흥을 돋웠다.

낮부터 콘서트장 바깥을 가득 메운 ‘영웅시대’는 콘서트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중년 팬들은 “3대 대통합 하려다 나 혼자 왔다” “대한의 잔치 임영웅, 알랍웅”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임영웅” 등 다소 연식이 느껴지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들고 임영웅을 응원했다. 하지만 열기만큼은 여느 아이돌 팬 못잖았다. 공연 말미 ‘홈’ ‘아임 히어로’ 등 격한 댄스곡을 부를 땐 다 같이 일어나 춤을 추고 소리를 질렀다.

임영웅 콘서트. [사진 물고기뮤직]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등 앵콜곡까지 소화한 임영웅은 시그니처 인사법 “건행(건강하고 행복하자)”을 외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임영웅이라는 이름으로 여러분 앞에 선 10년이 정말 소중하고 감사했다”며 “앞으로의 10년도 함께하고 싶다. 언젠가 모든 영웅시대가 한자리에서 함께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래하겠다”고 했다.

콘서트는 6일 밤까지 이어진다. 물고기뮤직 측은 6일까지 총 9만5000여명의 팬이 콘서트를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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