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아니라 수당 못 준다니”…이란전서 남편 잃은 美미망인 분노
“전쟁을 감내한 이와 그가 남긴 미망인과 고아를 보살피자.” 남북전쟁이 끝나기 직전인 1865년 에이브러햄 링컨이 두 번째 취임사를 끝맺으며 남긴 말은 미국 보훈 정책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를 각별히 예우하는 미국에서 링컨의 다짐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한사코 ‘전쟁’으로 부르기를 피하는 이란전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전에서 목숨을 잃은 알렉스 클리너(33) 소령의 부인 리비가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일부 수당을 받을 수 없다고 안내받았다고 공개하며 큰 파장이 일었다. 리비는 남편이 사망한 뒤 유족 지원을 맡은 군 담당 장교로부터 “현재 우리는 공식적인 전쟁 상태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관련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클리너 소령은 지난 3월 이라크 서부에서 추락한 KC-135 공중급유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 6명 중 한 명이었다. 이란전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숨진 미군은 18명이다.
리비는 AP에 “내 남편은 우리가 전쟁 중이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기술적으로는 이것이 전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는 원칙의 문제”라고 말했다.
리비의 게시물은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3일 JD 밴스 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CNN 기자가 이를 거론해 밴스가 직접 챙겨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자가 “이란전에서 숨진 공군 장병의 미망인이 이 전쟁이 공식적으로 선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족이 받아야 할 일부 혜택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자 밴스는 “(유족의)개인 연락처를 갖고 있다면 알려 달라. 직접 연락해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고, 그분이 받을 자격이 있는 모든 것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건 사망 보상금 전체가 아니라 적대행위·위험지역 수당 등이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공군은 클리너 소령의 급여 내역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고 알려 왔다고 리비는 말했다. 이어 지난 3일 최초 안내가 부정확했으며, 급여와 수당 전액이 정상적으로 지급됐다고 공군은 확인했다.

AP에 따르면 통상 ‘전투 수당(combat pay)’으로 불리는 급여 인센티브는 공식 선전포고 여부와 무관하게 군인이 “신체적 상해를 입을 중대한 위험”이 있는 지역에 주둔하거나 “적의 사격 행위로 인해 전사, 부상 또는 상해를 입은 경우” 지급 요건을 충족한다고 군 공식 웹사이트는 명시한다. 클리너 소령의 급여 명세서에는 이미 이런 수당이 반영돼 있었으나, 항목 구분이 잘못돼 있었다는 게 리비가 들은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이란전은 전쟁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가운데 적지 않은 논란을 불렀다. 밴스는 기자회견에서 클리너 소령의 유족을 돕겠다면서도 이어진 질문에서 “나는 이것을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겠다. 현재 진행 중인 교전은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옹호하며 4일 “군사적 충돌”이라고 했다. “그건 우리에게 별것 아닌 일(small potatoes)”이라면서다. 앞서 지난 2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이란전에서)미국인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해 트럼프가 이를 직접 바로잡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잇따라 이란전의 무게감을 축소하는 건 의회가 가진 전쟁 선포 권한과 관련한 논란을 비껴가는 동시에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는 걸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미국은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파기되고 교전이 재개된 지난 7월 7일 이후 발생한 사상자를 해외 작전(Overseas Operations·OO)이라는 항목으로 따로 분류 집계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클리너 소령의 사례는 각종 수당의 수급 자격이 수시로 변동되는 군 지급 체계의 복잡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쟁을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미국에서 신성한 정부의 의무로 인식되는 보훈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도 이어진다.
리비는 지난 4일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깊은 슬픔에 잠긴 유가족이 가장 취약한 순간에 정부의 복잡한 분류 체계와 전문 용어, 행정 절차를 파악해 헤쳐나가는 것은 너무도 힘겨운 일이다. 어떤 골드스타 유가족도 자신이 받을 권리를 이해하기 위해 정부 용어의 전문가가 돼야 해서는 안 된다. 알렉스는 자신의 복무에 따르는 위험을 온전히 알고 있었으며, 만에 하나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자신의 가족은 보살핌을 받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남겨진 유가족을 위해 이 문제를 올바르게 매듭짓는 것은 떠나보낸 이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는 방식의 일부다.”
워싱턴=유지혜 특파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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