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업체’로 메뚜기 입찰, ‘산불 카르텔’로 700억 세금 탈루

고성표 2026. 9. 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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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경남 산청군 시천면 민가 인근 산자락에 불 탄 소나무가 벌목돼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안대훈 기자


산불 피해 복구 공공입찰 과정에서 유령업체를 대거 동원해 부정입찰을 일삼고 수백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업체들이 국세청의 전격적인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3일 산불 피해 복구 사업 입찰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포착된 10개 주력 산림사업 업체와 이들이 내세운 페이퍼컴퍼니 41개 등 총 51개 '산불 카르텔'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최근 6년간 산불 복구 공공입찰에서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업체들을 동원해 총 6500여회에 걸쳐 이른바 '메뚜기 입찰'을 벌였고 260여회에 걸쳐 약 230억원 규모의 사업을 따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가 거짓 세금계산서 거래 및 가공원가 계상 등을 통해 탈루한 혐의 금액은 총 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역 제한 입찰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유령업체의 사업장 소재지를 충남, 충북, 전북, 강원 등지로 수시로 이전하는 편법을 썼다.

한 업체는 5년간 무려 16차례나 사업장을 옮기며 전국을 무대로 부정입찰을 이어갔다.

또 입찰에 필요한 산림경영기술자 자격증을 대여받고 그 대가를 급여로 위장 처리하거나, 실제 근무하지 않는 사주의 가족이나 일용근로자를 가짜로 등록해 법인 자금을 유출한 정황도 대거 적발됐다.

이렇게 유출된 자금은 법인카드로 고가의 명품시계를 구입하는 등 사적으로 유용되거나 배우자의 고가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세무조사는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산불 카르텔’을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대통령은 당시 관련 내용의 언론 보도를 거론하면서 “강력하게 제재하라”고 한 바 있다.

대통령 지시 이후 국세청이 조달청 입찰 정보와 거래 내역을 정밀 분석하면서 본격화됐다.

국세청은 탈루 세금을 전액 추징하는 것은 물론, 편법 재산 형성 의혹이 있는 사주 일가의 자금 출처까지 철저히 검증하고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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