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중 ‘별 14개’ 날리더니…헤그세스, 육군장관까지 날렸다

강태화 2026. 9. 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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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 앵커 출신의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31일(현지시간)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을 사실상 경질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댄 드리스콜 미 육군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이 지난 3월 7일 이란전쟁에서 사망한 장병들의 유해 이송식에 나란히 참석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전쟁 이후인 지난 4월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해 육군 고위 장성 3명을 동시에 경질한 헤그세스는 육군의 군 출신 최고 지도부에 이어 민간인 최고위직까지 전쟁 중에 교체한 셈이 됐다. 미 육·해·공군장관은 국방장관 휘하에 있다. 이로써 미 육군은 군과 민간 출신 지도자가 동시에 공석인 상태에서 인준을 받지 않은 직무대행 체제로 전쟁을 치르게 됐다.


이란전쟁 와중에도 ‘별 14개’ 날렸다

헤그세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군 고위 지휘부를 대거 교체해왔다. 그는 취임과 함께 “어리석고, 무모하며, 워크(WOKE,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하다”는 이유로 30여 명의 고위 장교를 대거 해임하거나 좌천시켰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합참의장인 찰스 브라운 대장과 첫 여성 미 해군참모총장인 리사 프란체티 대장도 포함됐다.

이란전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24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미 연방 의회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 도중 랜디 조지 당시 미 육군 참모총장을 바라보고 있다. 헤그세스는 지난 4월 조지 총장을 사실상 경질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전쟁이 장기화되며 무기 고갈 사태를 빚는 와중에도 장군 4명이 석연찮은 이유로 옷을 벗었다. 이들 4명이 가슴에 단 별의 개수만 14개에 달한다.

먼저 전쟁이 장기화 기로에 섰던 4월 초 랜디 조지 육군참모총장이 경질됐다. 당시 조지 총장은 육군 헬기가 친트럼프 가수의 자택에서 제자리 비행한 일로 ‘사설 에어쇼’란 논란이 불거지자 조종사들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그러자 헤그세스는 직무정지를 해제한 뒤 조지 총장에 전역을 요구했다.

또 데이비드 호드니 훈련사령관과 윌리엄 그린 육군 군종감도 해임되며 육군 고위장성 3명이 동시에 경질됐다. 6월엔 유럽·아프리카 사령관인 크리스토퍼 도나휴 장군이 중장으로 보직이 격하됐다. 사실상 강제 퇴역이었다. 중동에서 실전을 경험한 실전형 지휘관으로 평가받던 인물이다.


해군 이어 육군장관 경질…공석은 대행 체제

민간인 출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헤그세스는 지난 4월 존 펠런 해군장관을 경질했다. 현지 언론들은 펠런 장관이 ‘시대착오’란 평가를 받는 트럼프의 초대형 전함 건조 사업 ‘황금함대’ 구상의 납기일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댄 드리스콜 미 육군장관이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남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드리스콜은 당시 미국측 대표로 종전 협상에 참석하며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AP=연합뉴스


이날 백악관에 사직서를 낸 드리스콜 육군장관의 경질도 예견됐었다. 드리스콜은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협상의 대표로 파견돼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급부상했는데, 당시 헤그세스는 기밀 유출 등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형성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랜디 조지 총장이 경질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드리스콜은 경질된 조지 총장과 함께 드론을 중심으로 한 육군 현대화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이후 헤그세스는 인사 등을 놓고 드리스콜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특히 헤그세스가 내세운 크리스토퍼 라네브 참모총장 직무대행(참모차장)은 전쟁 와중에 두 사람이 주도해왔던 드론 전력 연구 조직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결정을 내리며 드리스콜의 입지를 흔들었다.

지난 7월 28일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열린 고(故)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육군장관에 앞서 먼저 공석이 된 해군장관은 헝 카오 해군차관이 상원 인준 없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육군은 참모총장에 이어 육군장관까지 동시에 직무대행 체제다. 라네브 현 참모총장 직무대행은 공화당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며 상원 인준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장기 직무대행 체제가 오히려 헤그세스가 트럼프의 구상을 견제 없이 지원하는 데 유리할 거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불거지는 불협화음…헤그세스 대권 넘보나?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미군 지도부가 헤그세스에게 이란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전 장기화가 미국 본토와 다른 지역에서 적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란전쟁에 투입된 5만여명의 병력 중 일부를 2027년까지 잔류하라는 헤그세스의 지시에 일부 사령관들은 ‘비동의(non-concur)’ 의견을 냈다. 장관의 지시에는 따르겠지만, 지시 자체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 표시다.

무기 고갈 상황에서도 트럼프를 적극 지원하는 헤그세스의 행보와 관련 NBC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헤그세스가 최측근들과 대권 도전을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31일 미국 메릴랜드주 서몬트에 있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발언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교롭게 드리스콜 육군장관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JD 밴스 부통령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인물이다. 헤그세스와의 갈등 속에서도 밴스가 정치적 보호막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드리스콜에 대한 견제는 밴스에 대한 견제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헤그세스의 대선 출마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는 일을 훌륭하게 하고 있지만 그런 얘기를 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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