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2명 살해한 ‘모텔 약물 살인’ 김소영 무기징역…재판부, “미필적 고의 있었다”

곽주영 2026. 8. 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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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검찰이 공개한 서울 강북구 연쇄 살인 피의자 김소영의 신상. 사진 서울북부지검

남성들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에게 상해를 입힌 ‘모텔 약물 살인사건’의 피고인 김소영(20)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오병희)는 27일 오후 살인 및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30년 부착을 명령했다. 피해자 6명 가운데 1명에 대한 특수상해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그간 살인의 고의성을 전면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김씨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오병희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처음 음료를 사용할 땐 구체적인 사망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보이지만, 이후 여러 피해자들에게 각기 다른 용량으로 복용시키면서 점차 그 사망 위험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챗GPT와의 채팅을 통해 약물이 사망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학습했고, 그 후에 피해자들을 모텔로 데려가 음료를 건네 사망의 결과를 충분히 예견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김씨가 과거 성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고, 이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어 본인을 방어하기 위해 약물 음료를 건넸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김씨가 절도죄 등으로 신고당하자 맞고소 차원에서 유사강간으로 고소한 것이라고 봤다. 오 판사는 “피고인이 실제로 유사 강간의 피해를 당하였는지 상당히 불분명하고, 본인의 절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 정신과 진료기록을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신과 감정에서도 김씨에게서 PTSD 환자의 주요 임상 양상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의견을 밝혔다고 언급했다.

지난 2월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김소영(20)의 모습. 연합뉴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부적절한 접촉을 시도했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의 진술이나 피해자들과 (김씨가) 주고받은 대화 내용들을 볼 때, 부적절하거나 성폭력에 해당하는 수준의 스킨십이 있었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 사망자의 경우 김씨가 첫만남부터 숙박업소에 가자고 제안했지만 피해자가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했던 점도 짚었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특수상해 건에 대해서는 의심 가는 부분이 있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로 비춰봤을 때 유죄를 내리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피해자의 경우 다른 피해자들이 “마신 음료에서 강한 쓴맛을 느꼈다”고 한 것과 다르게 쓴 맛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하는 점에서 대비가 된다”며 “당시 피고인의 약물 소지 여부, (피해자가 마신) 와인에 약물을 넣었다는 점에 대해 인정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남성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과 재물에 대한 탐욕으로 인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청소년 시절 절도 범행을 저지른 경력이 있고, 피해자들로부터 모텔, 음식 등 비용 부담을 요구하고 소비했다”면서 “남성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과 낮은 판단력 등으로 인해 피고인보다 신체적 우위에 있는 남성들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함으로써 본인에게 야기됐거나 야기될지 모르는 불쾌감을 해소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김씨는 고개를 아래로 숙인 채 판사의 선고를 들었다. 선고가 끝나고 판사가 무죄 판결이 확정될 시 공시하는 것을 희망하는지 묻자 김씨는 “무슨 말인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에 오 판사가 “지난해 10월 특수상해 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이 부분에 대해 피고인이 원한다면 일간신문에 낼 수 있다”고 설명하자 김씨가 “네”라며 동의했다.

27일 ‘모텔 약물 살인 사건’ 선고에 참석한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가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들과 만나 검찰에 항소 요청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주영 기자

이날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는 선고가 끝난 후 취재진들과 만나 검찰에 항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한 단계 낮은 무기징역이 선고됐기에 항소 여부를 검토하는 검찰 측에 의견을 정리해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소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강북구 숙박업소 등에서 20대 남성 3명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은 의식을 잃게 한 혐의로 3월 구속기소됐다. 이후 다른 남성 3명에게 비슷한 수법으로 상해를 입힌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곽주영 기자 kwak.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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