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안세영 이겼다…‘셔틀콕 퀸’ 3년 만에 정상 탈환

송지훈 2026. 8. 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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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배드민턴 세계선수권 여자단식을 제패한 직후 환호하는 안세영. AFP=연합뉴스

‘셔틀콕 퀸’ 안세영(삼성생명)이 스스로를 이겼다. ‘3년 만의 세계선수권 제패’라는 값진 열매가 함께 따라왔다.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3일 인도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랭킹 2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게임스코어 2-0(21-17 21-14)으로 완파했다. 64강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무실 세트’ 퍼펙트 우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여덟 번의 대회에 출전해 여섯 번 우승했고, 시즌을 통틀어 45경기를 치르며 딱 한 번 졌다(44승 1패).

결승전 승리가 확정된 직후 안세영은 라켓을 집어던진 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이어 관중석을 가득 메운 현지 팬들의 함성을 유도하며 활짝 웃었다. 언제나처럼 유쾌하고 당당했지만, 이번 만큼은 표정에 유독 짙은 안도감과 결연함이 배어 있었다.

안세영이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건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사상 최초로 우승한 지난 2023년 코펜하겐 대회 이후 3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다. 지난해 파리 대회 4강에서 숙적 천위페이(중국·4위)에 덜미를 잡혀 동메달에 머문 아쉬움도 깨끗이 털어냈다. 야마구치와의 상대 전적은 최근 6연승 포함 20승 15패로 벌어졌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결승에서 2위 야마구치 아카네와 맞붙었지만, 실제 상대한 이는 자기 자신이었다. AP=연합뉴스

결승전 상대는 표면적으로 야마구치였지만, 실제로는 안세영 자신이었다. 지난달 일본 오픈(수퍼750) 32강전 도중 왼발 외측 통증으로 기권한 이후 2개 대회를 연달아 건너뛰며 재활에 매달리고도 여전히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뉴델리행 비행기에 오른 이유는 단 하나, 다음 달 개막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안세영이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상에 오르면 남녀를 통틀어 한국 단식 최초로 2연패의 위업을 이룬다.

지난 2024년 10월 이후 97주째 연속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를 질주 중이지만, 안세영에게 부상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숙명이다. 시즌 내내 전 세계를 도는 빡빡한 투어 일정 속에서 무릎과 발목, 발바닥 통증은 고질병이 됐다.

잦은 부상은 끈질긴 수비를 바탕으로 기어이 승리하는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에 원인이 있다. 상대의 결정구를 끝까지 쫓아가 받아내느라 순간적인 제동과 방향 전환, 슬라이딩, 런지(허벅지를 깊게 굽혀 뻗는 동작) 등을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무릎과 발목, 발 부위에 엄청난 하중이 가해진다. 자신의 발 모양에 맞게 특별 제작한 맞춤형 경기화를 착용하지만, 극한의 마찰과 체중 이동이 만들어내는 동적 부하를 신발 한 켤레가 모두 흡수할 순 없다.

우승 직후 관중들의 환호를 유도하는 안세영. AFP=연합뉴스

안세영은 “시즌 중 100% 안 아픈 상태로 뛰는 대회는 사실상 없다. 그저 참고 감당할 수 있다고 믿으며 코트에 서는 것”이라면서 “장비나 외부 탓을 하기보다는, 몸 상태와 움직임의 조절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고통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변화는 기술의 진화를 불러왔다. 대표팀 관계자는 “예전의 안세영이 끝없는 체력전으로 상대를 지치게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완급 조절과 빠른 공격 전환으로 경기 시간을 단축하려 애쓴다”며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면서 득점 효율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에서 2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같은 날 열린 여자복식 결승에서도 세계 3위 이소희-백하나 조(이상 인천국제공항)가 중국의 랭킹 1위 류성수-탄닝 조를 2-0(21-15 21-15)으로 제압해 포디움 정상에 섰다. 여자 복식이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획득한 건 지난 1995년 로잔 대회에 나선 길영아-장혜옥 조 이후 31년 만이다. 남자복식 세계 1위 서승재-김원호 조(이상 삼성생명)는 하루 전 준결승에서 4위 애런 치아-소 위익 조(말레이시아)에 0-2로 패해 동메달을 추가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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