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뵈었던 명진스님, 그가 남긴 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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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우자동차가 만든 차 중에 '레간자'라는 게 있었다.
2007년 명진스님이 봉은사 재정 공개를 선언했을 때 신선한 느낌을 받았던 것은 그 때문이리라. 이전부터 명진의 명성은 들어 알고 있던 바, 그분이 서울의 노른자위 중의 노른자위 강남 땅 봉은사의 주지가 된 것도 특이했는데 그 재정을 공개해 버리고 '수행은 수행자가 하고, 살림은 신도들이 꾸리는' 파격적인 실험까지 전개한다니 놀라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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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기자]
과거 대우자동차가 만든 차 중에 '레간자'라는 게 있었다.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3총사 중 가장 높은 등급의 이 차의 마케팅 포인트는 소음이 적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온 카피가 "소리 없이 강하다". 누군가 종교들이 지닌 부(富)를 이야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불교는 레간자야. 소리 없이 강해." 사실 불교는 1주일에 한 번 나오라고 신도들을 닦달하지도 않고 주보를 내서 누가 이만큼 돈 냈어요 광고하지도 않고, 십일조를 내야 천국에 뭐가 쌓인다고 하지도 않는다. 물론 예외는 있다. 그리고 그 예외가 좀 덩어리가 컸다.
언젠가 오대산 등산 갔다가 마을 버스를 탔는데 거기서 절 직원들이 돈을 요구하자 일행과 함께 벌떼같이 봉기했다. 승강이하다가 열 받은 절 직원이 잠깐 사무실에 응원(?)을 청하러 내린 순간 마을 버스 기사 아저씨가 액셀을 밟아 버리면서 우리는 뒤풀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월정사뿐이랴. 지리산 천은사는 지방도로를 점거하고 통과비를 받았다. 그러나 얼마나 벌고 얼마나 쓰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소리 없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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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봉은사 재정 공개를 선언했다. |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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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3월 23일 오마이뉴스 기사 안상수의 명진 좌파 운운은 목격자의 증언으로 진실로 드러났다. |
| ⓒ 오마이뉴스 |
명진은 그 감춤의 성벽 한 귀퉁이를 허문 셈이었다. 아니 봉은사 정도라면 성문 근처의 옹성 하나는 열어젖혔다 할 수 있겠다. 그 뒤 화계사가 재정 공개를 선언했고, 몇몇 절이 그 뒤를 이었으며, 조계종 종단차원에서 체면치레 이상의 재정 공개를 원칙으로 표방했던 상황이고 보면.
다음 생에는 한 시간 이상의 인연이 쌓이길
2007년께였을 것이다. 명진스님과 알고 지내는 친구가 이런 말을 해 왔다. "명진스님이 너 한 번 불러 오라시는데? 블로그 글 잘 보고 있다고. 내가 친구라고 하니까 한 번 데리고 오라셔."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틈이 나자마자 달려가 명진스님을 뵈었다. 짧은 만남이었고 베풀어 주시는 차맛이 정말 좋았다는 기억 정도가 선명할 뿐이지만, 이런 말씀하신 기억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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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진스님 명진스님의 웃음은 그럴 수 없이 자연스러웠다. |
| ⓒ 오마이뉴스 |
언젠가 울리히 벡 교수가 그를 방문했을 때 하셨다는 말씀은 오히려 요즘 더 귀를 울린다. "무엇인가를 확신할 때가 가장 위험하며, 이것만이 진리라는 생각 등에서 아만(我慢)과 독선이 나온다. 불교의 핵심은 어떤 것이 참 부처인지 모른다는 것이며, 모름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떤 종교나 사상이든 다 허구에 불과하다." 무슨 사안이 생기면 서로 죽일 듯이 달려들고 스스로 갈라치고 남에 의해 갈라쳐진 채 상대방에게 어떤 낙인을 던질지 골몰하는 세태에서 그 말씀은 얼마나 살가운가 그래서 무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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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진스님의 웃음은 그럴 수 없이 자연스러웠다 |
| ⓒ 권우성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페이스북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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