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호텔 화재 참사 2주기, 남은 과제는] 상. '피해자 지원 조례' 막히고 다시 원점
의회 문턱 못넘어 유족 등 반발
시민사회 “재발 방지·제도화를”
시 관계자 “물질적인 지원 한계”


부천 호텔 화재 참사 2주기를 앞두고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해 추진된 조례가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유족과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참사 이후 피해자 지원과 추모, 심리 회복 등을 제도화하자는 취지였지만 조례안은 상임위에서 부결됐다. 지방선거 이후 새 의회가 꾸려지면서 조례 논의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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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종문 전 부천시의원이 대표발의한 '부천시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조례안'은 지난 4월22일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에서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처리됐다.
조례안은 2024년 8월22일 부천시 원미구 중동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를 계기로 추진됐다. 당시 불로 투숙객 등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조례안은 기존 재난관리 체계만으로는 재난 피해자 인권을 구체적으로 보호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재난피해자의 권익 보호와 시장의 책무, 재난 정보 제공, 추모사업, 심리치료 지원, 2차 피해 방지, 인권교육 등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 부천시의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조례안에 대해 "재난피해자를 권리 주체로 인식하고 재난 대응 및 복구 과정에서 인권 보호를 제도화하려는 것"이라며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고 봤다. 다만 피해자 범위와 지원 대상, 기존 재난 구호 조례와의 정합성, 권리 규정과 행정 집행 구조 간 관계 등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조례를 발의한 이 전 의원은 "부천시나 시의회에 재난 참사 피해자 인권에 대한 관점이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인권 조례가 있는데 재난 참사 피해자 인권 조례를 별도로 둘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컸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참사 피해자의 인권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지만 부천에서는 피해자의 정신적 치료나 정보 공유, 인권 보장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재난을 물질적 보상이나 절차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피해자의 정신적 회복과 인권 보호까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유족들은 참사를 겪은 지역에서조차 피해자 권리 보장 조례가 막힌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송근석 부천화재참사유가족모임 공동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재난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시가 일상적으로 재난을 관리하고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는 최근 성명에서 "유족들은 지난 2년 동안 재발 방지와 최소한의 추모를 요구해 왔다"면서도 "부천시는 조례안 부결을 이유로 추모 조형물·추모공간 조성 지원과 시청 앞 잔디광장 사용조차 어렵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진정한 지원은 장례가 끝났다고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유족이 참사 이후 삶을 이어가고 사회가 교훈을 기억할 수 있도록 지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화재 당시 조례가 없어 물질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었고 도의적 책임 아래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조례가 생기면 호텔 화재 같은 참사가 났을 때 추모제나 물품 지원 등을 조례 근거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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