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968㎜, 거창 50㎜…‘제자리 비’ 극과 극 날씨 불렀다
![18일 오전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경남 거제시 한 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침수된 책상과 의자 등에 쌓인 토사를 치우고 있다.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9/joongang/20260819001015009ptbm.jpg)
가뭄을 끝낼 단비를 기대했는데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물폭탄이 쏟아졌다. 1000㎜ 가까운 기록적인 비가 내린 경남 거제시 얘기다. 기상청은 기압계의 이동이 막히면서 거제에 ‘제자리 강수’가 집중된 게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봤다.
광복절 연휴부터 18일까지 나흘 동안 이어진 비는 거제·통영 등 경남 해안 지역에 집중됐다. 경남 안에서도 지역 간의 강수량 격차가 20배 가까이 벌어졌다. 거제는 지난 15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968.1㎜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통영도 778.7㎜에 이른다. 반면 경남 내륙의 거창군은 49.6㎜를 기록하는 등 100㎜도 안 되는 비가 내린 곳도 있었다. 밀양·양산시와 창녕군은 여전히 가뭄 ‘경계’ 단계가 내려진 상태다.
해안을 중심으로 비가 집중된 건 폭우를 유발하는 최악의 조건들이 맞물려서다. 우선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하층 제트(대기 하층에 부는 강풍)를 따라 남해안에 유입됐다. 당시 비의 재료인 수증기량을 나타내는 ‘가강수량’ 수치는 70㎜를 넘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가강수량은 대기 중의 모든 수증기가 비로 내렸을 때의 예상 강수량이다.
대기 상층에선 기압골이 접근하면서 하층에서 부는 강한 남풍과 만나 상·하층이 결합한 저기압이 발달했다. 문제는 동쪽에 고기압이 강하게 자리 잡아 저기압의 이동을 지연시키면서 비구름의 정체를 불러왔다는 점이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비구름이 만들어지는 수증기 통로가 16일 밤부터 17일 새벽 사이 거제도에 사실상 멈춰 있다 보니 강수량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거제의 독특한 지형도 물폭탄이 집중된 요인이다. 거제도의 해안선을 둘러싸고 남서풍과 남동풍이 불면서 저기압 소용돌이(중규모저기압)가 생겨났고, 해발 고도 500m가 넘는 산들에 부딪히면서 비구름은 한층 발달했다.
지상의 높은 이슬점 온도(공기 중 수증기가 포화하면서 물방울이 되는 온도)도 더 많은 비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이슬점 온도가 높을수록 수증기를 더 많이 머금을 수 있어, 비의 총량도 늘어난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거제·통영의 이재민 중 상당수는 이날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전날 총 498명(274세대)이 주민자치센터·마을회관 등으로 몸을 피했고, 이날 오후까지 245명(145세대)은 여전히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추가 산사태가 우려되는 거제 옥포동 아파트 2곳의 주민이다. 이날 수해 현장을 방문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전 피해조사 등을 즉각 실시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를 포함한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거제·통영=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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