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연습 축소” 띄운 트럼프…연내 북·미 정상회담 불 지피나

이유정 2026. 8. 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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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연습 ‘을지자유의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 돌입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라며 연합연습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간 북·미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한ㆍ미 연합연습 중단을 요구해왔다. 트럼프가 이에 호응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미국이 연내 북ㆍ미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맞춤형 ‘당근’…2018년 데자뷔


2019년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한ㆍ미 연합연습을 언급하며 “(이는) 내가 취임한 이래로 위협적이지 않고 예의를 지켜온 국가에 대해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나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연합연습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북한을 ‘예의를 지켜온 국가’로 지칭한 것은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미 본토를 겨냥한 고강도 도발을 안 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의 이번 발언이 김정은을 겨냥한 ‘맞춤형 당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14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한·미의 UFS 실시를 “본질상 침략 전쟁 시연”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불만을 표시한 직후 트럼프가 호응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은 구도가 된 셈이다.

트럼프는 2018년 6월 1차 북ㆍ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돌발적으로 한ㆍ미 연합연습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해 8월 예정됐던 한ㆍ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연습이 취소됐다. 연합연습에 대한 김정은의 거부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트럼프가 이번에도 북ㆍ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축소 지시를 내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이란에서 북한 문제로 프레임 전환을 원하고 있고, 김정은 역시 9차 당 대회 연설 등을 통해 트럼프에 대해선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왔다”며 “비핵화를 정식 의제로 다루지 않는 선에서 북ㆍ미 정상이 친분을 확인하는 만남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등 연내 아시아 순방 일정을 계기로 김정은과의 만남을 타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경주 에이펙 참석차 방한했을 때도 김정은과의 깜짝 회동을 타진했다. 당시 미 정부 실무진은 트럼프의 전용 헬기 ‘마린원’을 띄워 판문점으로 이동하는 동선을 검토할 정도로 북ㆍ미 회담을 구체적으로 준비했다.


제재 풀어야 하는 김정은 선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부터)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다만 북한이 최근 북·중·러 반미 연대를 공고히 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대화 재개 여부와 그 조건 등을 신중하게 따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파병 정산’도 아직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동방경제포럼을 전후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전략적 조율을 거친 뒤 대화 재개 여부를 판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도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을 받고 대북 제재를 풀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의 담판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17일 김정은이 내치에 집중하는 모습을 주로 부각했다. 김정은이 전날 조국해방 81주년을 맞아 국립교예단 종합교예공연을 관람한 사실만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북한 군 당국이 이달 6일과 12일 잇따라 실시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가속화할 수도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을지프리덤실드UFS) 연습 첫날인 17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아파치 헬기를 점검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UFS 첫날 미 통수권자가 갑작스럽게 축소 지시를 내리면서 한ㆍ미 군 당국 내부에는 당혹스러운 기류도 감지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고위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미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당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ㆍ미 연합연습이 또다시 대북 협상 카드로 거론되는 데 대해 군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시작된 이번 UFS의 계획을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내년 자유의방패(FS) 연합연습이나 이와 연계한 실기동훈련(FTX)의 규모나 횟수를 대폭 줄이는 식의 변화는 가능하다.

축소가 현실화할 경우 미 당국이 추진 중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맞물려 한ㆍ미 연합방위태세가 구조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한미군의 대북 방어 기능이 줄어들수록 상대적으로 대중 견제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는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늘 SNS 메시지에 주목하며 북ㆍ미 정상 간 우호적인 관계가 의미 있는 북ㆍ미 대화로 이어짐으로써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진전시키기 위한 논의가 개시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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