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끼려 인간관계 줄여"…대학가 '자린고립' 시대

박재현 2026. 8. 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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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오르면서 비용 지출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어씨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모임을 줄이고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렸다"며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최대한 비용이 들지 않는 곳에서 여가를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친구(Friend)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관계를 형성하고 친목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오르면서 경제적 부담을 피해 대인관계를 줄이는 현상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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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유지에도 비용 고민, 프렌드플레이션
모임도 '목적형' 지향…사회적 고립감 증가
"사회생활 적응 차질 우려, 지원정책 필요"

#. 수도권 소재 대학교 3학년 학부생 어모씨(23)는 요즘 친구를 만나거나 연인과 데이트할 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부터 따진다. 물가가 오르면서 비용 지출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어씨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모임을 줄이고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렸다"며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최대한 비용이 들지 않는 곳에서 여가를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 서울 지역 한 대학교 대학원생 김모씨(26)도 친목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학자금 대출에 생활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인간관계의 빈도를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이다. 김씨는 "한 번 모일 때마다 수만원씩 깨지다 보니 친구들과 연락은 해도 만나는 약속은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서울 광진구 건대맛의거리 한 식당 앞에 단체예약 시 할인을 알리는 홍보 문구가 적혀 있다. 박재현 기자

고물가가 지속하면서 청년들의 인간관계 형성 풍토가 바뀌고 있다.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데 드는 비용이 커지면서 만남 횟수 자체를 줄이는 이른바 '프렌드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친구(Friend)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관계를 형성하고 친목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오르면서 경제적 부담을 피해 대인관계를 줄이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영국 등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신조어로 등장했다가 최근 국내 대학가로도 확산하고 있다.

14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0년을 100으로 볼 때 지난해 외식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는 124.72를 기록했다. 5년 새 24.7%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16.61로 16.6% 상승했다. 외식 물가 상승폭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컸다.

대학가에서도 변화가 체감된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인근에서 25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이모씨(75)는 "예전에는 2층 건물 전체에 예약이 들어와 하루에 100명씩 단체 손님을 받기도 했는데 요즘은 단체예약이 자취를 감췄다"며 "동아리 회식도 이젠 옛말이고 요즘은 많아야 서너명씩 찾아오는 게 전부"라고 푸념했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6월 Z세대(1995~2010년생) 601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71.2%가 '최근 1년간 친구와의 만남이나 모임 관련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관련 지출을 줄였다는 응답자의 83.9%(복수응답 기준)는 '만남이나 모임 횟수 자체를 줄였다'고 했고, 친구를 만나는 평균 빈도가 '주 1회 미만'인 응답자도 64.6%에 달했다.

대학가 모임의 형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동아리 모집 게시판에는 독서·등산 등 비교적 비용 부담이 적은 활동을 내세우거나 음주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소모임 모집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취업 연계나 자격증·외국어 공부 등 단순한 친목 활동 대신 뚜렷한 목적을 내건 모임도 눈에 띄었다.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사회적 관계까지 줄여가는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청년층의 사회적 지지망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발간한 청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9~29세 가운데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14.4%였다. 2015년보다 3.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사회적 관계를 통한 청년층의 안전망이 약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동아리 모집 게시판에 올라온 모집글과 홍보 문구. 친목 위주의 모임 대신 목적이 뚜렷한 모임들이 많아졌다. 에브리타임 캡처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적 이유로 스스로 고립될 경우 심리적 외로움이나 자신감 결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타인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관계 능력 역시 직장생활과 사회에서 중요한 역량"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간관계를 손익과 효율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사회적 유대감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곽 교수는 "따뜻한 인간성 없이 성과를 위주로 모임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고립된 관계만 남게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관계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류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기의 사회적 관계 형성이 결여되면 직장생활 부적응 등 문제로 이어진다"며 "지방자치단체 활동·봉사에 참여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제도를 도입해 사회적 교류와 경제적 유인을 동시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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