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1.6조 들인 공공 AI 학습데이터, 중복 구축·품질관리 미흡”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정부가 1조6000억원 넘게 투입해 구축한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사업에서 기관 간 중복 구축과 품질관리 기준 부재, 사업수행업체 폐업 이후 사후관리 공백이 감사원 지적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에 감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사전 검토·품질관리·유지보수 체계를 보완하라고 통보했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AI허브를 ‘AI학습용데이터 통합제공시스템’으로 개편해 중복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고 공공기관이 함께 활용할 품질관리 체계도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13일 감사원에 따르면 기관은 ‘인공지능산업 육성실태Ⅲ’ 성과감사에서 공공분야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을 사업계획 수립, 품질관리, 사후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점검했다.
과기정통부는 2017년부터 관련 사업에 1조6328억원을 투입했으며 지난해 11월 기준 908종을 AI허브에 공개하고 있다. 별도로 국가기관·지자체·공공기관 26곳도 313종을 개별 포털 등에 공개했다.
◆유사 데이터에 예산 중복…일부 데이터는 AI 학습 불가능
감사원은 기관들이 기존 구축 데이터를 충분히 확인하거나 구축계획을 조정하지 않은 채 유사 데이터를 만든 사례를 확인했다. 생활폐기물·야생동물·콘크리트 균열·계란 등 4종은 과기정통부가 73억8000만원을 투입해 구축한 뒤 다른 5개 기관이 유사 데이터를 추가 구축하는 데 6억1000만원을 썼다. 한국도로공사가 구축한 야생동물 이미지 6만장 중 2만5000장(41.7%)은 과기정통부가 기존 구축한 데이터와 학습 대상이 유사했다.
또 감사원은 품질관리에서도 기관별 편차가 컸다고 판단했다. 구축 실적 상위 20개 기관 중 4곳은 별도 품질관리 기준이 없었고 9곳은 제3자 품질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도로공사가 2025년 구축한 ‘도로주행 CCTV 학습데이터셋’은 차량 위치를 나타내는 어노테이션 정보가 빠져 AI 모델 학습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감사원은 활용하려면 바운딩박스 좌표 정보를 다시 구축하는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감사원 지적이다.
서울시 ‘대형폐기물 학습데이터’에서는 전체 2303장 가운데 538장(23.4%)의 JSON 파일과 실제 이미지가 일치하지 않았다.
사후관리 문제도 드러났다. 2021~2024년 데이터 구축에 참여한 1270개 업체 가운데 폐업했거나 내부 사정으로 유지보수가 어려워진 곳은 65개였다. 이들이 관여한 데이터는 213종으로 분석 대상 721종의 29.5%에 달했다. 일부 데이터는 오류 민원이 제기됐음에도 수행기관 폐업 등을 이유로 수정되지 않은 채 AI허브에 계속 공개됐다.
다만 감사원은 개별 공공기관 자료가 자체 응답에 기반했고 일부 데이터만 표본 검증한 만큼 이번 결과를 전체 AI 학습용 데이터에 대한 포괄적인 품질감사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AI허브 통합제공시스템 전환…3분기 품질 가이드 배포
감사원은 과기정통부에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개별 공공기관이 데이터를 새로 만들기 전 기존 데이터의 대체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기관별 구축계획을 사전 공유·조정하는 체계를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공공기관에 공통 품질관리 기준을 적용하거나 최신 ‘AI 데이터 품질관리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자가점검과 제3자 검증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요구했다.
과기정통부는 현 AI허브를 ‘AI학습용데이터 통합제공시스템’으로 개편하고 연내 시범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공·민간이 보유한 데이터를 등록·연계하고 지능형 검색 기능을 도입하는 동시에, 개별 기관이 신규 구축에 나서기 전 기존 데이터와 유사·중복 여부를 확인하도록 관계부처와 구체적인 규정과 절차를 정비한다. AI허브 데이터는 올해 7월까지 누적 151만건 이상 활용됐다.
또 AI허브에 적용 중인 ‘AI 데이터 품질관리 가이드라인’을 부처·지자체·공공기관에 안내하고, 데이터 확보계획부터 구축·품질관리·활용·개방까지 전 주기를 담은 ‘AI 데이터 구축·활용 가이드’를 올해 3분기 배포할 예정이다.
사후관리와 관련해서는 NIA가 하자담보책임 기간이 지난 데이터의 오류를 보수할 수 있도록 유지보수 예산을 확보하고 AI허브 운영사업에 하자보수 업무를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용자가 발견한 오류를 직접 수정·제안할 수 있는 오픈소스 기여 방식 도입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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