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깡통대출’ 6.4조 넘었다…역대 최고

국내 5대 은행에서 이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무수익여신’이 6조40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부진이 겹치면서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무수익여신 잔액은 6조410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조65억원보다 28.0% 증가한 규모다.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이 6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말 0.27%에서 올해 2분기 말 0.34%로 0.07%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2월 0.3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무수익여신은 은행이 이자를 수익으로 계상하지 않거나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뜻한다. 차주의 부도나 상환 능력 악화 등으로 정상적인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깡통대출’로도 불린다.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22년 말 2조7902억원이던 무수익여신 잔액은 2023년 말 3조5090억원, 2024년 말 4조3736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5조65억원까지 불어났다.
전체 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말 0.18%에서 2023년 말 0.21%, 2024년 말 0.25%, 지난해 말 0.27%로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서 부실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기업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3조408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6498억원으로 36.4%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0.32%에서 0.42%로 0.10%p 상승했다.
반면 가계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1조597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조7610억원으로 10.2% 증가했다.
가계대출 중 무수익여신 비중은 지난해 3월 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5분기 연속 0.09%를 유지하며 기업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은행권에서는 고금리와 경기 회복 지연 등이 기업과 개인 차주의 상환 능력을 약화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회복 지연, 내수 부진, 대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기업과 개인 차주의 상환 여력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 둔화와 일부 취약 업종의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부실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금리 상승과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상승, 경매 낙찰률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무수익여신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기업의 기업회생 신청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업회생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 거액의 고정이하여신과 무수익여신이 은행 자산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 부실이 확대되자 자산 건전성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실 징후가 있는 여신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차주에 대해서는 채무조정과 만기 연장, 신규 운전자금 지원 등 맞춤형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은 상각하거나 매각해 무수익여신 규모를 줄이는 한편 선제적인 채권 정리와 충당금 적립도 병행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건전성 관리 기조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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