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아빠'의 생전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박은선 2026. 8. 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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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중증 발달장애 아들과 시한부 아버지의 사연 자체도 극적이지만, 늘 두 살 아기로 머무는 '피터팬'과 살아오며 행복했다는 말이 충격이었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피터팬의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한부 '피터팬 아빠'의 모습은 사람들을 온통 흔들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전경철은 또 다른 피터팬들을 위한 거대한 프로젝트까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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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7시,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리는 시한부 아버지 전경철의 '네버랜드 레퀴엠'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은선 기자]

한 아버지가 자신의 장례식을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2026년 8월 14일 금요일 오후 7시. 서울 상암동 MBC 사옥 1층 골든마우스홀. 무대에 오르는 이의 이름은 전경철. 예순넷, 간암 말기 시한부 환자다. 공연 이름은 <네버랜드 레퀴엠>, 부제는 '38년 만의 커튼콜'이다. 그는 이 무대를 자신의 언어로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제 생전 장례식이지요."

스물일곱 해, 어느 아버지의 시간

지난 3월 MBC 실화탐사대가 그의 이야기를 처음 방송했다. 유튜브 조회수는 8월 10일 현재 500만 회를 넘겼고, 그가 브런치에 연재해온 회고록 <안녕, 피터팬>에는 1900건이 넘는 응원과 약 8천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몇 달 뒤 그 회고록이 동명의 책으로 세상에 나오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전경철은 스물일곱 해 동안 자폐성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 제원씨를 혼자 키웠다. 스물일곱이 된 지금도 두 살 아이 수준의 발달연령에 머물러 있는 아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그는 홀로 남을 아들의 거처를 구하려 천 곳 가까운 시설의 문을 두드렸다. 단 한 곳도 그의 아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는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날 수 없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하다 용기를 내 카메라 앞에 섰다.
 MBC <실화탐사대>의 한 장면
ⓒ mbc
"제발 제가 떠난 뒤 우리 아이가 머물 곳을 찾아주세요!"

방송이 나간 뒤 세상이 그를 향해 움직였다. 중증 발달장애 아들과 시한부 아버지의 사연 자체도 극적이지만, 늘 두 살 아기로 머무는 '피터팬'과 살아오며 행복했다는 말이 충격이었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피터팬의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한부 '피터팬 아빠'의 모습은 사람들을 온통 흔들었다. 후원과 응원이 몰렸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들의 자리도 마련됐다. 아들은 지금 한 시설에서 24시간 돌봄을 받으며 세 달째 지내고 있다. 아빠 없는 첫 밤들에 적응해가고 있다.

2010년 제작된 중국 영화 <해양천국>이 있다. 이연걸이 처음 액션을 내려놓고 도전한 휴먼드라마다.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가 자폐 아들 다푸의 자립을 조용히 준비하는 이야기. 아쿠아리움의 거북이처럼 늘 아들 곁에 있겠다는 아버지의 약속. 영화의 마지막, 카메라가 비추는 것은 아버지의 뒷모습이 아니었다. 하늘에 있을 아버지의 눈에 비친 아들 모습이었다. 이웃들의 손길 속에서 편안하게 살아가는 아들의 모습.

전경철의 삶은 이 영화와 놀랍도록 닮았다. 다만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다푸의 아버지가 홀로 죽음을 준비했다면, '피터팬 아빠'는 수많은 후원자들과 함께 이 마지막 여정을 걷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전경철은 또 다른 피터팬들을 위한 거대한 프로젝트까지 진행 중이다. 모두 후원자들 덕분이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왕들"이라 부른다. 그래서 그는 "왕들"을 위한 무대를 마련했다.

생전 장례식이라는 선택
 전경철 작가는 아들의 안전한 거처를 찾은 것을 넘어 이제 다른 피터팬들을 위한 네버랜드를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 이야기장수, 전경철
그는 8월 14일의 저녁에 세 가지 뜻을 겹쳐 담았다. 무엇보다, 아들의 새 거처를 마련해준 이들에게 드리는 감사를 담았다. 이름 하나 얼굴 하나 알 수 없는 시민들이 아들의 오늘을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에 대해 그는 매일 밤 새삼 놀란다고 말한다. 무대는 그가 그들에게 눈을 마주치고 인사할 수 있는 자리다.

둘째, 피터팬재단 설립 추진과 '네버랜드' 첫 삽의 공식 선언이다. 책 인세와 후원금을 종잣돈 삼아 그는 사회복지법인 피터팬재단의 설립의 공식적인 시작을 선포하려 한다. 부모가 떠난 뒤에도 중증 발달장애인 자녀가 존엄하게 살아가는 마을. 부모가 '편히' 눈 감아도 되는 마을. 그 마을이 네버랜드다.

이 나라의 탈시설 자립 정책이 온전히 뿌리내리기 전까지, 매년 두 자릿수로 반복되는 부모-자녀 동반 비극을 조금이라도 막아보려는 것이 그가 '더 살고 싶다는 욕심까지 품게 하는' 중요한 명분이다.

셋째, 그는 무대에 자신을 위한 이름도 붙였다. 그는 이 밤을 자신의 생전 장례식이라 부른다. 왜 생전 장례식일까. 우리 문화는 죽음을 뒷걸음질 치듯 다룬다. 병상에서, 임종실에서, 급기야 영정 앞에서야 겨우 그 사람을 놓아준다. 떠난 이를 애도 없이 보내는 이별은 산 자의 고통이라고, 언젠가 방송작가 한 분이 그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 문장이 그의 마음을 열어 젖혔던 것 같다.

'내 슬픔을 남기고 가지 말자. 내 감사를 다 하고 가자. 내 마지막을 내가 지휘하자.'

아직 자신의 두 발로 걸어 무대에 설 수 있을 때, 아직 자신의 목소리로 감사를 전할 수 있을 때, 그는 자신을 사랑해준 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로 결심했다. 무대 위에서.

태백산맥에서 네버랜드까지, 38년
▲ 1988년 전경철이 대학시절 연출해 연대 노천광장과 대강당에 올린 마당극 '태백산맥'의 포스터 
ⓒ 전경철, 연세마당패
부제 '38년 만의 커튼콜'에는 그만의 사연이 있다. 1988년, 연세대학교 노천극장. 청년 전경철은 그곳에서 <태백산맥> 마당극을 올렸다. 배가 고파 산에 올랐고 산에서 죽어나가야 했던 빨치산들의 혼을 부르는 씻김굿이기도 한 마당극이었다. 수천 명의 관객이 그의 무대를 지켜봤다.

38년이 흘렀다. 그가 이번에 부르려는 혼은 다른 혼이다.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 부모라는 이유로, 세상에 말 한 마디 남기지 못한 채 스러져간 이들의 혼. 말없이 사라진 그 비극의 주인공들. 다시는 그 비극이 없도록 네버랜드를 짓겠다는 꿈의 보고를 무대 위에서 후원자들인 관객뿐 아니라 그 비극의 주인공들에게도 드리는 것이 이번 씻김굿의 중요한 취지다.

그래서 처음엔 공연의 제목도 '네버랜드 씻김굿'이었다. '굿'이라는 우리말이 너무 낯설어져 「레퀴엠」으로 옷을 갈아입었을 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앞서 언급한 영화 <해양천국>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목한 것은 '아버지로서의 삶'이었다. 전경철 역시 지난 시절 내내 자신의 삶보다 아들의 삶이 앞섰다. 지금도 그 순서는 바뀌지 않는다. 8월 14일의 공연 역시 첫째도 둘째도 이 땅의 수많은 피터팬과 그 가족을 위해서다. 하지만 나는 이 무대가 그를 위한 무대가 되기도 바란다. '피터팬 아빠'로서만 살아온 그가 '연출가 전경철'로서 서는 무대이기도 바란다.

원작자 조정래도 감탄하며 감사를 표했다는 마당극 <태백산맥>. 불과 스물 몇 살의 청년이 노천광장을 뒤흔든 그 밤을 그가 잊었을 리 없다. 수십 년의 돌봄이 자신의 꿈을 접게 했을 때에도,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에도, 마음 한 켠에는 다시 무대를 열고 싶다는 소원이 지치지 않고 살아 있었을 것이다. 무대를 아는 사람에게 무대란 그런 의미다.

8월 14일은 어쩌면, 그가 오랜 세월 만에 자기 자신에게 허락하는 무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들의 삶을 사느라 오래 자신을 뒤에 세워두었던 아버지가, 하루만은 자기 자신의 자리를 허락해도 좋지 않을까? 서글프지만 아마도 다시는 오지 않을 자리. 마지막 커튼콜.

두 개의 마당, 하나의 약속
▲ 오는 14일에 있을 '네버랜드 레퀴엠' 포스터 
ⓒ 전경철
공연은 두 마당으로 펼쳐진다. 첫째 마당은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초혼, 판소리 명창 배일동의 씻김소리, 소리예인 메구동과 함양북마당 명인 양향진의 축원으로 이어진다. 말없이 세상을 떠난 중증장애인과 가족들의 넋을 부르고, 슬픔을 풀어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하는 씻김굿이다. 공연이 흐르는 동안 마당미술가 신은미는 무대의 소리를 그림으로 옮긴다.

'왕들께 보고합니다―7월의 크리스마스'라는 둘째 마당에서는 기타리스트 박준영과 가수 윤선애·하림, 풍류 연주자 정충래, 중창단 청송대, 뮤지컬 마틸다의 주연 임하윤 등이 연주와 노래를 선보인다. 전경철은 자신이 '왕들'이라 부르는 후원자들에게 아들의 오늘과 네버랜드의 꿈을 보고하고, 관객과 함께하는 뒤풀이로 무대를 맺는다. 이날의 관객은 조문객이 아니라 그의 마지막 커튼콜과 네버랜드의 시작을 함께 만드는 '팅커벨 연희패'가 된다.

현장 좌석은 200석 뿐이다. 유료 초대 5만 원. 드레스코드는 '피터팬블루'. 참여하는 이들 모두에게 그의 책 <안녕, 피터팬>과 '네버랜드 공식 티셔츠 1호'가 함께 전달된다. 그날 앉는 사람은 관객이 아니라 '팅커벨 연희패'의 이름으로 무대를 공동창작하는 이들이라고 그는 말한다. 초대권 구매와 자세한 안내는 브런치 '꼭두'의 24화 '[현장초대] Let's Party! 7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https://brunch.co.kr/@kkokdu/151)

한 분이라도 더 함께 하길 바라지만, 현장에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MBC의 실시간 온라인 중계도 준비돼 있다. 무료다. 그날 오후 7시, 자기 자리에 앉아 있기만 해도 된다. 그것으로 그의 커튼콜을 함께하는 관객이 될 수 있다. 진행은 MBC <실화탐사대> 진행자인 강다솜 아나운서가 맡는다.

공연에 앞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그를 먼저 초대했다. 무대에 오르는 그를 오는 12일 먼저 만나볼 수 있다. 공연 하루의 무게가 사람마다 같지는 않다. 어떤 이에게 그날은 여느 금요일 저녁이다. 어떤 이에게는 특별한 저녁이고, 어떤 이에게는 삶을 정리하는 저녁이다. 전경철에게는, 이날이 마지막 저녁 중 하나다.

한 사람의 마지막 커튼콜에 우리가 함께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도 영광일 것이다. 그 무대의 뒷문 너머에는, 이제 막 지어 올리기 시작하는 네버랜드가 있을 테니.
▲ 전경철 작가의 책, [안녕, 피터팬]. 인세는 전액 피터팬재단 설립에 쓰인다. 책 표지
ⓒ 이야기장수(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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