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67일 넘긴 올림픽공원 시위…'요새화'된 텐트촌

박재현 2026. 8. 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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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최고온도가 33도까지 치솟으며 폭염이 이어지던 9일 정오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개표소 시위 현장은 다소 한산해진 분위기였다.

시위대의 구호가 이어지던 1-3게이트(출입문) 앞은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양산을 쓰고 태극기를 흔드는 이들이 다수를 이뤘다.

시위 초기에는 참정권 수호와 투표용지 부족에 대한 문구와 구호가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윤어게인'을 비롯한 직접적인 정치적 메시지들이 점점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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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일 맞이한 개표소 시위
한낮 33도 폭염에 인파 감소
중장년층·노년층 주축 이뤄

한낮 최고온도가 33도까지 치솟으며 폭염이 이어지던 9일 정오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개표소 시위 현장은 다소 한산해진 분위기였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개표소 봉쇄 시위가 두 달을 넘어선 가운데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9일 낮 12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1-3게이트 앞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박재현 기자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께 올림픽공원 일대 실시간 인구는 8500~9000명으로 집계됐다. 시위 초기였던 지난 6월21일 비슷한 시각 2만4000명~2만6000명이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60% 넘게 줄어든 수치다.

시위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천막 대신 모기장과 텐트 수십여개에 상주하는가 하면, 에어컨이 가동되는 대형버스 안 유권자 쉼터에는 7~8여명의 참가자가 쪽잠을 청하고 있었다. 시위대의 구호가 이어지던 1-3게이트(출입문) 앞은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양산을 쓰고 태극기를 흔드는 이들이 다수를 이뤘다.

시위 현장 한쪽에는 장기화된 농성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현장에 머무는 상주 인원들은 인근 헬스장의 정기권을 끊고 샤워를 해결하며 숙식을 이어가고 있다. 텐트가 설치된 공간에는 밥솥과 아이스박스, 수건, 소화기 등 각종 생활용품이 놓였다. 이외에도 생수, 선크림, 대용량 보조배터리 등 여름철 생필품을 구비해두고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 일대 곳곳에 텐트가 설치된 모습. 텐트가 설치된 공간에는 밥솥과 아이스박스, 소화기 등 각종 생활용품이 놓여 있었다. 박재현 기자

참가자 연령대도 초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시위 초기 20·30세대를 비롯해 다양한 연령층이 섞여 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시위 초기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70대 여성 A씨는 "더위에 지쳐서 다들 파김치가 됐다. 텐트 아래가 한증막 같다"면서도 "나라를 지키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70대 여성 B씨는 "은퇴한 지 오래돼 집에서 놀면 뭐 하겠나 싶어서 이곳에 와 나라를 지키고 있다"며 "시위 초기부터 이곳에 출퇴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켓 문구 등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시위 초기에는 참정권 수호와 투표용지 부족에 대한 문구와 구호가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윤어게인'을 비롯한 직접적인 정치적 메시지들이 점점 늘고 있다.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변호인단을 통해 올림픽공원 현장의 청년들에게 "미래라는 자산을 가진 청년들은 기득권 세력에 위축될 필요 없다"며 "고난을 축복이라 생각하고 힘을 내자"는 취지의 옥중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일부 지지층의 결집이 시도됐지만, 시위 인원 확대로 이어지지는 못한 모습이다.

경찰은 개표소 시위 현장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취재진 폭행, 공무집행방해 등을 다중 위력에 의한 범죄로 규정하고 122건 중 종결 사건을 제외한 58건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 피의자 8명 중 3명은 구속됐고, 나머지는 불구속 상태로 모두 검찰에 넘겨졌다. 핸드볼경기장 입구에서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아 이른바 '올다르크'로 불리는 30대 여성은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송치된 바 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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