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대책’ 레버리지ETF 도입, 국무·차관회의 이견조차 없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등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민주당은 해당 상품 도입 과정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했는지 차분하고 투명하게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 시장 혼란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한 대행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현재의 시장 상황과 투자자 여러분의 우려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준현 수석대변인도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원회와 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이 당정 간담회와 토론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오면 정무위에 보고하고 논의하는 식으로, 주말이라도 계속 숙의해서 빨리 안정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증시 변동성에 대한 여론 악화가 심각한 만큼 신속한 보완책 마련은 물론, 도입 과정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당초 고환율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미국과 홍콩 등 해외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흘러가는 탓에 달러 유출이 심하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국내에도 유사한 투자 상품을 허용해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려야 한다는 게 정책당국의 판단이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월 14일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에서는 가능한 레버리지 상품이나 개별 주식 ETF 등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제가 금융위에 ‘나스닥에서 가능한 걸 왜 못 하게 하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금융위는 지난 1월 30일 국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한국 자본시장 매력도 제고’와 ‘자금 유출 유인 경감’을 기대 효과로 꼽았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해 12월 23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에 대해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이 높고 레버리지 ETF, 인버스 ETF 등 단기적으로 큰 변동성을 보이는 종목에 대한 보유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자산시장 충격에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는데, 금융위가 같은 상품을 국내에 도입하면서 마련한 투자자 보호 장치는 ▶예탁금 1000만원 ▶추가 심화교육 1시간 ▶‘ETF’ 명칭 사용 제한 및 ‘단일 종목’ 표기 등이 전부였다.

국무·차관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 같은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4월 17일 차관회의와 4월 21일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서 아무런 이견 없이 통과됐다. 학계나 업계의 위험성 경고가 이어졌지만, 제도 도입 과정에서 별도의 당정협의는 없었다. 여권 핵심 인사는 “투자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두고 당정협의를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지난 5월 27일부터 관련 상품이 출시되고 거래가 시작되자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반 투자자들은 출시 3주 만에 8조20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 정점 논란에 기초자산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레버리지 ETF는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초 목표였던 환율의 경우 1500원을 상회하다 최근 1430원대로 다소 안정된 상태이나, 한은은 지난 2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최근 환율 안정세에 대해 “국내 주가 조정 등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완화되는 등 외환 수급이 개선됐다”고만 평가했다. 다만,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김용범 실장은 “개인들이 해외로 자금을 유출하는 것이 현격히 줄어 순유출이 감소했다”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보고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들이야 그런 것까지 고려해야 할 건 아니다”며 “주식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정책상의 비효율 또는 문제가 훨씬 더 크다고 보니까 보완책을 신속하게 또 충실하게 만들라”고 지시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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