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여행 간다"고 하면 똑같이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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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지는 동유럽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헝가리다.
헝가리를 여행한 이들의 SNS 프로필의 사진도 하나같이 국회의사당의 야경이었다. 특히 일정을 SNS로 '생중계'하는 젊은 세대에게 헝가리 여행은 다뉴브강 너머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일이었다.
너무 더워 바깥 활동이 어렵다면, 종일 도서관이나 카페에 앉아 여행을 떠날 때 챙겨온, 헝가리의 영광과 시련을 담은 역사서 <부다페스트>와 유시민 작가가 쓴 <유럽 도시 기행>을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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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원 기자]
이번 여행지는 동유럽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헝가리다. 역사와 문화 등에서 여러모로 우리와 유사점이 많지만, 익숙한 이름의 나라는 아니다. 헝가리라는 국명보다는 '세계 3대 야경 도시'로 손꼽히는 부다페스트가 훨씬 더 유명하다. 부다페스트는 헝가리의 수도다.
중국 시안을 경유하여 지난 24일부터 13일 일정으로 헝가리를 찾았다. 대개 보름가량 유럽을 찾는다면 몇 나라를 묶어 여행하기 마련이지만, 과거 한두 번 경험한 뒤로는 무조건 '1여행 1국가'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개인별 취향 차이일 테지만, '넓고 얕게'보다는 '좁고 깊게' 여행하는 게 훨씬 좋았다.
"유럽의 많고 많은 나라 중에 왜 하필 헝가리냐?"
떠나오기 전 주변 지인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물었다. 프랑스나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내로라하는 나라들이 즐비한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곳을 굳이 찾아가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다. 그 말인즉슨, 관광지가 다른 나라들에 견줘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일 테다.
"다녀와서 헝가리의 볼거리가 얼마나 많은지 소상히 소개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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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다페스트 여행의 시작점으로 제격인 영웅 광장의 밀레니엄 기념탑. 헝가리의 역사의 영웅 14명이 탑을 에워싸고 있다. 헝가리 왕국 건국 천 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기둥의 맨 꼭대기에 세워진 가브리엘 천사상은 현재 보수 중이다. |
| ⓒ 서부원 |
이구동성 추천한 만큼 가볼 계획이지만, 그것이 부다페스트, 나아가 헝가리를 '과잉 대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헝가리를 여행한 이들의 SNS 프로필의 사진도 하나같이 국회의사당의 야경이었다. 특히 일정을 SNS로 '생중계'하는 젊은 세대에게 헝가리 여행은 다뉴브강 너머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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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한 부다 왕궁 곳곳에는 왕궁을 화려하게 재건한 여제 마리아 테리지아와 헝가리를 헝가리인보다 더 사랑했던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베트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현액엔 그의 남편이었던 조지프 프란츠 황제의 이름도 보인다. |
| ⓒ 서부원 |
가톨릭 사제가 된 천재 피아니스트 리스트 페렌츠의 남다른 생애도 발길을 이끈 요인이다. 그는 폴란드인인 프레데릭 쇼팽과 함께 피아노를 '독주 악기의 제왕'으로 격상시킨 전설적인 존재다. 그의 이름은 헝가리의 관문인 부다페스트 국제공항의 공식 명칭으로도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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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사당 옆엔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중 제국 성립에 공헌한 언드라시 백작의 동상이 우뚝하다. 그는 헝가리 역사 상 최고의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
| ⓒ 서부원 |
죄르지 루카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경제적 관점에만 경도된 교조주의적 마르크시즘을 배격하고, 이른바 '인간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주창한 20세기 대표적인 사상가다. 대인관계마저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의 인간 소외 현상을 비판하면서도, 예술을 이념의 선전 도구로 활용하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도 맹비난한 휴머니스트 지식인의 전형이다.
이스라엘의 '국부'로 추앙받는 테오도어 헤르츨의 고향이 부다페스트였다는 사실도 헝가리를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다. 그는 유럽 전역에 퍼져 있던 반유대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선 유대인만의 독립 국가 건설이 필요하다고 외쳤던 시오니즘의 창시자다. 유대교회당인 시나고그와 박물관이 세워진 그의 생가터는 전 세계 유대인들이 순례하는 성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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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다 왕궁에서 내려다 본 부다페스트 전경. 가운데 보이는 다리는 다뉴브강을 경계로 나뉘어져 있던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을 연결해 부다페스트로 만든 세체니 다리다. 부다페스트를 넘어 헝가리에서 최초로 건설된 교량으로 알려져 있다. |
| ⓒ 서부원 |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라 만만치 않겠지만, 웬만하면 순례하는 마음으로 걸어 다닐 작정이다. 바쁠 것 없이 다니면서 주민들과도 많이 만나보고 싶다. 그들의 헝가리어와 나의 어쭙잖은 영어가 소통될 리 만무하지만, 우리에겐 만국 공통어라는 '보디 랭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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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다페스트의 랜드마크인 성 이슈트반 대성당의 제대 뒤엔 예수상 대신 이슈트반 왕의 성상이 모셔져 있다. 헝가리 왕국을 건국하고, 가톨릭을 수용한 그에게 헌정된 성당이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에선 이 성당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어, 현재도 여느 도시에선 흔해빠진 고층빌딩을 보기 힘들다. |
| ⓒ 서부원 |
중국 시안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헝가리 여행에 대한 기대로 당최 잠이 오질 않는다. 피곤함에 절어 입안이 헐고 입술이 부르트긴 했어도, 여행의 설렘이 주는 약간의 긴장과 흥분은 10시간 넘는 긴 비행시간을 견디게 하는 활력소가 된다.
"비행기는 잠시 후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국제공항에 착륙합니다."
노트북을 덮고 기지개를 켠 뒤 잠시 눈을 붙이려니, 기상나팔 같은 기내 방송이 나왔다. 창밖으론 붉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천연색 여명으로 동이 터오고 있었다. 승무원의 청아한 기내 방송을 듣노라니, 잠 한숨 자지 않았지만 마치 8시간 푹 자고 난 것처럼 개운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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