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빅테크 ‘AI동맹’…李 “대체불가 글로벌 AI협력 플랫폼 도약”

오현석 2026. 7. 26. 14: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미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망과 AI 데이터센터(AIDC), 피지컬AI, 연구, 투자 등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개최한 ‘샌프란시스코 AI 서밋’과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 밋업’의 결과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미국 빅테크 기업과 총 9500억 달러(1375조원) 규모의 반도체 분야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 참석해 “대한민국은 대체 불가한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토대로, 신뢰할 수 있는 AI 반도체 생산 기지이자 공급망 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입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등 한·미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이 대통령의 뒤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으로 이름 붙인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전 세계 기업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AI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기술 혁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AI를 산업 현장과 공공서비스, 국민의 일상 전반에 가장 빠르게 확산시켜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창출하는 나라가 되겠다”며 공급망을 넘어선 AI 수요 창출의 역할도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 전엔 엔비디아·브로드컴·오픈AI·앤트로픽 등 글로벌 빅테크 4사 최고경영자(CEO)를 차례로 만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고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

AI 서밋에는 이들 빅테크 4사 CEO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참석했다.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한·미 빅테크 기업인들은 한국을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발전·확장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 다음으로 연단에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한국과 성장의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한국의 황금 시기”라고 말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한국의 ‘3대 메가프로젝트’는 한국인들은 물론, AI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용 회장은 “미국은 세계 최고의 AI 원천 기술과 플랫폼, 뛰어난 인재를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반도체와 디바이스, 첨단 제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두 나라의 강점이 하나로 결합한다면 더 빠르게 혁신하고, 더 크게 성장하며, 더 많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국민 1인당 하나씩 AI 에이전트가 있어야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그러면 한국이 전 세계 AI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AI 네이티브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의선 회장은 “국내 로봇 AI 기술 고도화를 위해서 오픈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 같은 오픈 생태계 속에서 가까운 미래에 한국이 피지컬 AI 산업을 주도하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장과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가 24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 앞서 첨단 반도체 기술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스1


한·미 기업 간의 실질적인 협력 성과도 이어졌다. 우선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은 향후 5년간 2000억 달러(290조원) 규모의 첨단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 AI 칩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향후 5년간 7500억 달러 규모(1085조원)에 달하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의 장기적 공급 협약도 진행하기로 했다.

AI 데이터센터(AIDC) 분야에선 국내 기업들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약 5기가와트(GW),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200만장 수준의 대규모 투자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SKT는 최대 2GW 규모의 AIDC 구축·확장과 관련해 엔비디아의 지원을 받기로 했고, 최신 GPU 베라루빈 시스템을 엔비디아로부터 우선 할당하는 데도 합의했다. 또한 앤트로픽과는 국내 GW급 AIDC 프로젝트 투자·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전략적 투자 협약을, 글로벌 투자기업 브룩필드와는 인프라 공급 계약을 통해 총 1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AI 팩토리를 구축한다.

피지컬AI 분야에선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가 AI 로봇을 개발·검증할 수 있는 표준화된 기반인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을 공동 구축해 대학·스타트업의 다양한 로봇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웨이모와는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 SDS와 앤트로픽은 AI 신규 시장을 공동으로 발굴하고, AI 엔지니어를 함께 양성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부터)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혹 탄 브로드컴 사장 겸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번 행사는 정부와 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 등 재계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AIDC·피지컬AI)의 실제 수요를 확인하고, 글로벌 빅테크를 동참시킨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안정적인 메모리 확보가 중요한 글로벌 AI 빅테크의 수요, 어떤 기업에게 어느 정도 용량을 공급할지를 뜻하는 배분 능력이 현안으로 떠오른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이해 관계를 조율해 5년짜리 장기 협약으로 도출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장기 공급 계약을 수주함으로써 훨씬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AI 인프라, AIDC, 피지컬AI 등 AI 생태계 전반의 역량에 글로벌 빅테크의 기술과 자본을 결합해,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에 집중된 한국의 경쟁력을 AI 모델부터 하드웨어까지 아우르는 AI 풀스택(Full-stack) 전반으로 넓힌 건 또다른 성과로 꼽힌다. 구글·애플·오픈AI·페이스북·에어비앤비 등을 키워낸 실리콘밸리 글로벌 밴처캐피탈(VC)을 상대로는 향후 AI 혁신 생태계를 이끌 K-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끌어냈다.

이 대통령은 25일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 밋업’에서 “한국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대체하기 어려운 혁신의 거점이라고 확신한다”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 투자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고,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과 제조 경쟁력 및 역동적인 창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며 “두 나라의 강점이 결합한다면 우리는 다음 세대의 삼성과 현대, SK, 네이버 그리고 세계를 선도할 혁신 기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1위 VC인 앤드리슨호로위츠의 마틴 카사도 제네럴 파트너는 “한국의 하드웨어와 제조 역량을 미국의 소프트웨어·AI와 결합한다면 분명히 한·미 양국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샌프란시스코=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