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유리 집무실과 1호 당원

최승욱 2026. 7. 24. 00: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0년 전인 2016년 12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다크호스였던 이재명 대통령(당시 성남시장)을 성남시청에서 인터뷰했다.

'이재명 시장'은 그해 10월 28일 트위터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당신의 존재가 불안이다. 그만 사퇴하라. 안 나가면 강제로 끌어내야지요"라고 적었는데, 당시 민주당 대선주자 중 가장 먼저 박 전 대통령 퇴진을 공개 요구한 것이 '이재명 시장'이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났음에도 이 대통령의 모습은 '이재명 시장'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승욱 정치부 차장


10년 전인 2016년 12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다크호스였던 이재명 대통령(당시 성남시장)을 성남시청에서 인터뷰했다. ‘이재명 시장’의 집무실이 몇 층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사무실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었고, 천장에 CCTV가 달렸던 것만큼은 명확히 기억난다.

성남시청의 유리 집무실과 CCTV가 ‘이재명 시장’의 청렴에 대한 갈망이 응축된 공간이었다면 당시 트위터(지금의 X·엑스)는 ‘이재명 시장’의 선명성이 가장 직설적으로 드러난 공간이었다. ‘이재명 시장’은 그해 10월 28일 트위터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당신의 존재가 불안이다. 그만 사퇴하라. 안 나가면 강제로 끌어내야지요”라고 적었는데, 당시 민주당 대선주자 중 가장 먼저 박 전 대통령 퇴진을 공개 요구한 것이 ‘이재명 시장’이었다. 이것이 그를 이른바 ‘전국구’로 만들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평가다.

이후 이 대통령은 숱한 사법리스크를 넘어 대권을 차지했고, 어느새 집권 2년 차를 맞이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났음에도 이 대통령의 모습은 ‘이재명 시장’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매주 2시간 넘게 생중계되는 국무회의는 성남시청의 유리 집무실을 떠올리게 하고, 심지어 해외 순방 중에도 하루에 몇 건씩 엑스에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모습도 10년 전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던 모습 그대로다. 2017년 대선 때 트위터에 “저의 거취에 대해 논의가 많습니다. 여러분 의견은?”이라고 물었던 이 대통령은 요즘도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부동산 세제 방향 등을 놓고 설문조사를 한다. 지난 10년간 이 대통령이 SNS를 통해 적극·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지만, 요즘 이 대통령의 엑스를 바라보는 마음은 솔직히 불안함의 연속이다. 특히 지난 19일 올린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 후보의 기탁금 인하 요청 게시글은 굳이 이렇게 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대통령은 한 사람의 당원이다. 당원이기에 청년 정치인들이 ‘돈 때문에 선거에 나갈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고, 이 대통령 말대로 이는 당무 개입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이 흔히 ‘1호 당원’이라 불린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개인적 의견 개진을 가볍게 보기만은 어렵다. 아무리 민주당이 당원주권정당을 표방한다고 해도 ‘1호 당원’인 대통령의 한마디가 일반 권리당원 1명의 의견과 같은 무게일 수는 없다.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한 한 사람의 당원이라는 명목으로 당 사무에 관한 공개적인 의견을 내는 건 진영 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대통령이 일반 국민과 SNS를 통해 논쟁하는 모습은 소탈해 보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고민해봐야 할 문제는 대통령의 말이 어떻게 반영되느냐다. 기탁금 인하 요구가 당무 개입이 아니라고 해도 어쨌든 당내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최근 결정된 선거 기탁금 인하라는 ‘당의 사무’가 마치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처럼 비칠 수 있지 않은가. 더욱이 이 대통령의 당부에도 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대통령의 말이 여당에서 너무나 쉽게 무시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었다. 차기 당권을 놓고 당내에서 혈투 수준의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굳이 공개적으로 당 사무와 관련된 의견을 낼 필요가 있었나 싶다. 거대 여당의 1호 당원인 대통령에겐 SNS가 아니어도 일이 되도록 만드는 다른 경로가 많이 있지 않았을까.

최승욱 정치부 차장 apples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