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이 말하는 ‘호프’…“관객 쾌감 극대화가 목표였죠”

권남영 2026. 7. 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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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52) 감독은 타협 없는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나 감독은 "'호프'는 전작들과 전혀 다른 지점을 지향하고 목표하며 만든 영화"라며 "'곡성'에서 외지인의 등장과 초자연적 현상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그보다 심화한 퍼스펙티브(관점)가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우주적 존재인 외계인을 떠올리게 됐다"고 소개했다.

'호프'를 두고 이창동 감독은 "말 그대로 미친 영화다. 오락 영화의 극점에 있다"고 했고, 봉준호 감독은 "놀라운 쾌감과 폭주의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라고 평했다.

나 감독은 이번 작품의 목표에 대해 "다양한 장르를 혼재시키는 한국 영화의 전형적 구조에서 좀 더 축을 옮겨 장르적 밀도를 충실히 수행해 보고 싶었다"며 "최대 목표는 관객들이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 촬영 준비부터 촬영까지 긴 시간 동안 모든 스태프가 헌신과 열정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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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 영화 ‘호프’의 나홍진 감독
영화 ‘곡성’(2016) 이후 무려 10년 만에 신작 ‘호프’를 내놓은 나홍진 감독. ‘호프’를 두고 이창동 감독은 “말 그대로 미친 영화다. 오락 영화의 극점에 있다”고 호평했지만, 모호한 결말 등 서사 면에선 관객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나홍진(52) 감독은 타협 없는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다. 영화를 향한 그의 집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재학 시절 만든 단편 영화 ‘완벽한 도미 요리’(2005)는 감독으로서 본인 성향에 대한 비유적 고백으로도 보인다(참고로 이 작품은 영화학도들에게 ‘전설’로 회자되는 단편이다). 영화 속 요리사인 주인공은 요리 과정에서 한 치의 오차나 실수도 용납지 않고 자기 신체를 갈아 넣으면서까지 평생에 걸쳐 음식 한 접시를 완성해 낸다. 나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터다.

그가 전작 ‘곡성’(2016) 이후 무려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호프’는 그야말로 집념의 결과물이다. 작품 구상을 마친 뒤 시나리오 단계부터 촬영, 후반 작업까지 8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쏟아부었다. 성기 역의 조인성, 성애 역의 정호연 등 배우들이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는 고난도 액션은 그의 영화에서 예삿일이다. 처음 도전한 공상과학(SF) 장르인 만큼 나 감독은 외계인 구현에 특히 공을 들였다. 종족과 신분, 계급이 각기 다른 네 외계인 캐릭터 디자인을 위해 전 세계 수십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외계인끼리 대화하는 장면을 위해 언어학 교수와 협업해 알파벳 체계를 갖춘 외계 언어를 개발하기까지 했다.

크리처(괴물) 컴퓨터그래픽(CG)에도 사활을 걸었다. 칸영화제 상영 당시 시간 부족으로 다소 완성도가 떨어졌던 CG 장면을 개선하기 위해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개봉 9일 전이던 언론시사회 날에도 행사를 마친 뒤 편집실로 달려가 CG와 색보정(DI), 사운드 믹싱을 손봤다. 그 이튿날 인터뷰 일정을 소화한 뒤에는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최종 비주얼 수정 작업을 하고 돌아왔다. 당시 인터뷰에서 나 감독은 “눈에 보이는 거 하나라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었는데, 정말로 개봉 전날까지 작품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더 완벽한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장편 데뷔작 ‘추격자’(2008)와 두 번째 작품 ‘황해’(2010)에서 인간의 악한 본성과 생존 본능에 대해 다룬 나 감독은 ‘곡성’과 ‘호프’에서 인간의 무지와 연약한 믿음으로 초래되는 비극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현해 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나 감독은 “‘호프’는 전작들과 전혀 다른 지점을 지향하고 목표하며 만든 영화”라며 “‘곡성’에서 외지인의 등장과 초자연적 현상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그보다 심화한 퍼스펙티브(관점)가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우주적 존재인 외계인을 떠올리게 됐다”고 소개했다. (※인터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돼 있으니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독자는 영화 관람 뒤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호프'의 장면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대낮을 배경으로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크리처 액션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던 도전적인 시도였다. 독보적 카메라 움직임으로 경이로운 영상미를 구현해 낸 홍경표 촬영감독, 전남 해남의 작은 마을을 극의 배경인 1980년대 가상의 호포 마을로 탈바꿈시킨 이후경 미술감독 등 베테랑 스태프들이 천군만마 같은 존재였다. ‘호프’를 두고 이창동 감독은 “말 그대로 미친 영화다. 오락 영화의 극점에 있다”고 했고, 봉준호 감독은 “놀라운 쾌감과 폭주의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라고 평했다. 다만 서사 면에선 관객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급기야 호평과 악평을 둘러싼 온라인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되레 화제성을 키우는 모양새다. 영화는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흥행 중이다.

나 감독은 이번 작품의 목표에 대해 “다양한 장르를 혼재시키는 한국 영화의 전형적 구조에서 좀 더 축을 옮겨 장르적 밀도를 충실히 수행해 보고 싶었다”며 “최대 목표는 관객들이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 촬영 준비부터 촬영까지 긴 시간 동안 모든 스태프가 헌신과 열정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엄청난 와이드 화면과 사운드, 비주얼을 통해 관객이 극을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경험을 드리고자 했습니다. 마치 영화 속 공간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호프’ 속 인간과 외계인의 물리적 대립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폭력에 관한 은유라는 게 나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 모든 비극의 원흉은 아기 외계인을 사냥한 목수 양배(음문석)다. 그가 저지른 사소한 일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느냐를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다”면서 “비극적 사건은 악의 없이 행해진 작은 행동에서 비롯될 수 있으며 악행은 꼭 악의를 가져야만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마을을 초토화한 외계인 바미기르(카메론 브리튼)를 쫓다가 그의 눈물을 보고 공격을 망설이는 장면은, 관객이 외부 침략자로만 여겼던 외계인의 사연에 관심을 갖게 하는 분기점이다. “영화에서 인간과 외계인 두 세력 간에 두 번의 큰 충돌이 벌어지는데 전반부와 후반부가 다르게 느껴지길 바랐습니다. 첫 번째 충돌에서 관객들은 외계인을 외지인이자 침략자로 인식하겠지만 그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그 입장을 이해하게 된 뒤 접하는 두 번째 충돌에선 관점의 변화가 생기기를 의도했죠. 이를테면 외계인 해부신이나 해술 할아버지(임현식)의 회상신을 보며 웃던 관객들이 죽은 아기 외계인을 마주하는 순간 죄의식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관객 반응이 가장 엇갈리는 후반부 외계 함선 침몰 장면은 제목 ‘호프’와 연결되는 핵심 내용이 담겨 있다. 침몰하는 함선에 타고 있는 ‘쿠얼’은 외계의 황제이면서 동시에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과 같은 존재로 설정됐다. 아기 외계인 칼리의 어머니이자 외계의 황후인 조르(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마베이요(마이클 패스벤더) 장군과 대화하면서 믿음에 관한 성경의 한 구절을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 감독은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희망은 아기 외계인의 부활”이라며 “그 아이에게는 여러분이 원하는 그 무엇이든 대입할 수 있다. 각자의 빈칸을 채워 나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동일하게 받아들이는 결론을 제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관객 한 분 한 분이 다르게 받아들이고 각자의 결말로 완성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나 감독은 창작가로서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배울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동안 습득한 것들을 작품에 정교하게 녹여내고자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죠. 영화를 자유자재로 잘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언제쯤 가능할는지 모르겠으나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어떻게든 해내야겠죠.”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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