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홍해까지 타격…“트럼프, 이스라엘에 核시설 폭격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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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위협’에도…‘끝장’ 보자는 이란?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날 사우디 남서쪽 홍해 해역에서 사우디 유조선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사체’에 피격됐다고 밝혔다. 직후 후티 반군은 유조선 공격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엔셀라(ENCELA)·라이리아(LAYLIA)호’ 등 공격을 가한 선박의 명칭까지 공개했다. 후티 반군이 지난 20일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한 이후 유조선을 실제로 공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박 공격에 대한 보복을 천명한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후티에 대한 직접 대응 기조를 밝힌 데 이어, 이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할 때마다 이란의 교량 또는 발전소를 파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란과 후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협상단을 이끌었던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 “우리의 방어 원칙은 명확하다. 눈에는 눈”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기간시설을 포함해 이란에 대한 어떤 침략도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을 초래할 것”이라며 “어떠한 종류의 지원을 하든 침략에 기여하는 자들 또한 합법적 표적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이 자신들의 공격에 ‘합법’이란 말을 쓴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대상으로 명시한 민간시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1949년 제네바 협약은 전쟁 중이라도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발전소와 교량 등 기반 시설은 공격이나 보복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곡괭이산’ 폭격 계획 이스라엘에 통보”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의 공영방송 칸(Kan)은 이날 “미국이 며칠 내로 타격 수위를 높일 계획”이라며 “중폭격기를 동원해 이란의 비밀 핵시설을 타격할 예정임을 이스라엘 측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목표물은 이란의 지하 핵시설이 구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곡괭이산’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조만간 그 지역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곡괭이산에 대한 폭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상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이후 아직 한번도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폭격 계획을 통보한 것은 미국의 공세에 반발한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보복 수위를 높일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반면 이란은 이날 이스라엘과 접경한 요르단 남서부 항구도시 아카바에까지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제령’에 따라 최근의 군사적 충돌을 관망해온 이스라엘을 오히려 자극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군 병력 집결…본토 특수부대 투입
미군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미국 본토 기지에 주둔하던 특수작전부대가 중동으로 이동했고, 전투기 편대가 중동 각지에 전진 배치를 마쳤다.

여기엔 독일 슈팡달렘 기지의 F-16과 영국 레이컨히스 기지의 F-35 전투기를 비롯해 공군 작전의 핵심인 공중급유기가 포함됐다. 이들은 요르단과 이스라엘에 배치돼 이미 중동에서 작전을 펼쳐온 해군 항공모함 2척을 포함한 17척의 함정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독일 란트슈툴 지역 의료센터에는 최근 150명이 넘는 의무 인력이 추가 배치됐다. 이곳은 중동 지역에서 다친 미군을 치료하는 핵심 의료시설이다. 대규모 군사 작전으로 인한 사상자 발생 가능성까지 대비한 조치일 수 있다.

바이든 정부 시절 국방부 중동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데이나 스트롤은 WSJ에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력을 증강할 때마다 실제 군사 행동에 사용해 왔다”며 “현재의 딜레마는 이란 정권이 유지되는 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대규모 희생을 감수한 전면전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란 핵 불용…미국인은 전쟁 반대 안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전사한 미군 장병 4명의 유해 귀환식에서 “이들은 모두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며 “방금 나온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은 높은 휘발유 가격을 원치 않지만, 전쟁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여론조사를 근거로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의 주장은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유가 인상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압도적인 무력을 투입해서라도 전쟁을 조속히 끝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조지아주 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연설에선 “그들(이란)은 합의를 하고 싶어 하지만 합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왜냐하면 늘 그들은 합의하고는 내용을 바꾸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12일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을 ‘소규모 충돌’이라고 표현하며 “매우 조만간 (합의를 위한)준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지금 시점부터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을 공격할 때마다 교량이나 발전소 등의 시설을 폭격해 파괴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수도 테헤란과 인근에 위치한 시설도 포함된다”고 적었다. 실제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타격 대상을 호르무즈해협에서 내륙으로 급속하게 확장하고 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인구는 840만명이고 주변 테헤란주(州) 인구까지 합치면 1330만명에 달한다. 미군이 이 지역을 실제로 직접 공습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무장관회의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23일 이란 측의 ‘눈에는 눈’ 발언과 관련해 “눈에는 머리(a head for an eye)”라며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매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매일 밤 미사일 발사대와 레이더를 잃고 있다”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고 있으며, 경제는 엉망”이라고 덧붙였다. 미 중부사령부는 전날 이란에 대한 12일째 공습 사실을 알리며 “해상 전력과 미사일·드론 저장시설, 해안 감시 시설, 방공 자산 등 이란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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