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AI는 역사를 어떻게 다시 쓰는가…'올해의 작가상'이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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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사라졌지만 흔적은 남아 있고, 검열로 잘려 나간 영화 장면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다시 이어 붙인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해방 직후 영화 '자유만세'(1946)의 사라진 장면이 AI가 만든 영상으로 되살아났다.
네 작가는 서로 다른 매체를 사용하지만 사라진 흔적, 생성형 AI, 이미지 권력, 복수의 서사를 통해 우리가 세계를 보고 기억하는 방식을 되묻는다.
작가는 해방 직후 제작된 '자유만세'가 검열과 전쟁, 재편집을 거치며 잃어버린 장면을 생성형 AI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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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기억·이미지 권력 탐구…회화·영상·설치 100여점 전시
10월 최종 수상자 발표
눈은 사라졌지만 흔적은 남아 있고, 검열로 잘려 나간 영화 장면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다시 이어 붙인다.

2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장 한쪽에서는 해방 직후 영화 '자유만세'(1946)의 사라진 장면이 AI가 만든 영상으로 되살아났다. 몇 걸음 옆에는 그림의 앞면을 감춘 거대한 원통형 회화가 공중에 떠 있었고, 또 다른 공간에서는 녹아내린 눈 대신 먼지와 얼룩만 남은 화면이 시간을 증언했다. '올해의 작가상 2026'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워지고, 다시 쓰이는가를 묻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SBS문화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6'을 24일부터 12월 6일까지 서울관에서 연다. 두 기관이 2012년부터 운영해 온 현대미술 작가 후원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이해민선·이정우·전현선·홍진훤 등 4명이 신작과 주요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최종 수상자는 전시 기간 중 공개 대화와 2차 심사를 거쳐 10월 발표한다.
올해 전시를 관통하는 것은 '재현'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과 구조다. 네 작가는 서로 다른 매체를 사용하지만 사라진 흔적, 생성형 AI, 이미지 권력, 복수의 서사를 통해 우리가 세계를 보고 기억하는 방식을 되묻는다.
가장 시선을 끄는 작업은 이정우의 '씌여진 영화, 씌여질 역사'다. 작가는 해방 직후 제작된 '자유만세'가 검열과 전쟁, 재편집을 거치며 잃어버린 장면을 생성형 AI로 재구성했다. 그러나 복원은 완전한 회복이 아니다. AI가 빈자리를 그럴듯한 이미지로 봉합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규정과 콘텐츠 필터링, 데이터 편향이 또 다른 누락을 만들어낸다. 과거의 검열이 오늘날 기술 시스템 안에서 다른 형태로 반복되는 셈이다.

이해민선은 녹아 사라지는 눈과 먼지, 얼룩처럼 남겨진 흔적을 통해 '부재 이후에도 지속되는 시간'을 이야기한다. 신작 '잔설'과 '바깥'에서는 사라진 대상보다 그것이 남긴 표면과 자국이 화면의 주인공이 된다. 임시 천막과 흙덩어리, 녹아내린 눈은 모두 시간이 축적된 풍경으로 다시 읽힌다.
전현선은 회화를 벽에 걸린 평면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30개의 대형 캔버스로 구성한 '토끼도 굴을 두 개 판다'는 암벽등반장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화면으로, 관람객이 각자의 시선과 경로를 따라 이미지를 탐색하게 한다. 원통형 회화를 공중에 띄운 '보이지 않는 그림'은 앞면 대신 캔버스 뒷면을 먼저 마주하게 하며 그림이라는 매체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홍진훤은 이미지와 권력의 관계를 파고든다. '이미지의 최고 형태는 무장투쟁이다'에서는 1970년대 혁명 선언과 오늘날 집회 문화를 교차시키며 사회운동이 어떻게 소비 가능한 이미지로 재편되는지 묻는다. '암순응'과 '명순응'에서는 빛과 어둠을 통해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삭제되는지를 탐색하며 동시대 시각 체계의 권력을 드러낸다.
전시와 연계해 이정우·홍진훤의 상영 및 토크 프로그램과 원소윤·유희경이 참여하는 '비평 도슨트'도 열린다. 후원 작가 4명은 각각 5000만원의 창작후원금을 받으며, 최종 수상자는 추가로 1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SBS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보이는 것 너머의 구조와 조건을 탐구하는 네 작가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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